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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 하이트진로·오비맥주]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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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5호 윤지원⁄ 2017.05.11 17:26:17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필라이트'의 광고. (사진 = tvcf.com 동영상 캡처)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20%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산 맥주 제조업체들은 2014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에일스톤'(오비맥주), '퀸즈에일'(하이트진로), '클라우드'(롯데주류) 등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섰다. 하지만 에일스톤은 2015년 하반기에 생산 중지가 결정됐고, 퀸즈에일은 이제 소규모 주문생산만 하고 있는 등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클라우드가 한때 7%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며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4%대로 떨어졌다.


이들 업체들이 2017년 상반기에 내놓은 새로운 대응책은 저가 공세다. 

롯데주류는 5월 말 ‘피츠(Fitz) 수퍼클리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클라우드가 알코올 도수 5%의 풍미가 진한 라거(Lager)였다면 피츠는 4.5%의 가벼운 라거다. 국산 라거는 “국산 맥주는 싱겁다”라는 공격을 받는 주된 대상이면서, 동시에 ‘쏘맥’ 용으로 널리 애용되는 맥주로 여전히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점점 줄고 있는 데다, 카스와 하이츠의 입지가 탄탄해 피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이트진로는 더욱 공격적인 저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말 ‘만원에 열두 캔’짜리 저렴한 맥주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필라이트’는 엄밀히 말해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다. 맥아 함량이 맥주의 67%에 불과해 국내 주세법에 따라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맥주에 붙는 주세가 72%인데 비해 기타 주류의 주세는 30%에 불과하다. 덕분에 필라이트 355ml 캔 제품의 출고 가격은 717원으로, 1240원 수준인 일반 하이트진로 맥주보다 40% 정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맥아 함량이 낮은 발포주라고 해도 맛은 맥주와 비슷하다. 맥주의 주재료는 맥아, 효모, 호프(Hop), 그리고 물이다. 맥주 브랜드마다 다른 풍미나 향, 질감은 제조 과정에 첨가하는 호프의 종류나 타이밍 등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포주는 이미 일본에서 1990년대에 등장해 맥주 대용품으로 사랑받았으며, 지난해 맥주 시장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전례도 있다.

싼 값 내세운 ‘필라이트’ 광고

4월 28일 공개된 필라이트 광고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광고는 초록색 코끼리가 날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코끼리는 소비자의 손 안에 안착한다. 이 소비자는 코끼리의 정수리에 달린 캔 마개를 딴다. 그 순간 코끼리는 필라이트 캔으로 변한다. 이어서 필라이트를 마시고 감탄하는 소비자의 표정과 함께 “말도 안 되지만 100% 아로마 호프, 만 원에 12캔”이라는 카피가 나온다.

맥주 광고의 유형은 별로 다양하지 않다. 맥주가 고급스러운 기호품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이며, 특정 제품의 차별점을 광고로 강조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특유의 맛과 청량감 등을 강조하는 광고는 그다지 흔치 않다. 그보다는 클럽 파티나 더운 날씨 등 맥주와 어울리는 상황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광고가 더 많다. 유명한 광고 모델이 맥주를 들이키는 장면은 거의 필수요소처럼 삽입된다. 현재 클라우드, 아사히,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 등이 각각 설현, 차승원, 다니엘 헤니 등을 단독으로 내세운 광고를 방영 중이다.

필라이트 광고는 독특한 편이다. 무명의 모델은 그나마 맥주 캔에 얼굴이 반쯤 가려진 채로 딱 한 컷만 등장하고, 강조되는 요소는 저렴한 가격과 초록 코끼리, 딱 두 가지 뿐이다. 특히, 보통 맥주의 절반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광고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서는 “지갑이 어디 있더라?” “저렴하니 사 볼만 하다” 등 가격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가장 많은 편이다.

3D그래픽으로 그려진 초록색 코끼리도 주목도가 높다. 광고 전체가 15초짜리인데, 첫 7초 동안 허공을 날고 있는 코끼리만 보인다. 처음엔 무슨 광고인지 알 수 없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 코끼리가 손 안에 들어가고, 마술처럼 캔으로 바뀌는 장면을 통해 시선을 끌면서, 마스코트를 제품과 곧장 연결시킨다. 캔에도 풍선을 단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광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청자나 부정적으로 평가한 시청자 모두 “코끼리만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필라이트가 신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효과적으로 부각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코끼리는 저렴한 가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무거워 보이는 코끼리도 둥둥 뜰 만큼 가격이 가볍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가벼운 가격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무거운 육상 동물을 끌어들인 역발상을 칭찬했다.

▲취업준비생의 현실적인 고민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콘셉트의 카스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청년 세대 응원하는 ‘카스’ 광고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가 저렴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오비맥주는 기존의 카스 제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눈에 띄는 변화라곤 카스 병맥주의 레이블 디자인이 달라진 것뿐이다.

TV 광고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카스 광고는 늘 클럽이나 파티 등에 모인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춤추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끝나는 콘셉트를 고수해 왔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하는 1등의 여유라고 분석했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안일한 처신이다. 이런 비판은 과거 오비맥주의 카스 광고에 적용할 만하다. 2015년까지 카스 광고는 배우 김수현과 빅뱅의 탑(최승현), 김우빈, 이종석 등 화려한 톱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웠고, 젊은 세대들이 모이는 클럽이나 콘서트, 파티 등의 흥겨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광고계 관계자는 이러한 기존 카스 광고는 의미 없는 파티 장면과 건배 장면으로만 일관했으며, 아이디어 부재가 드러나는 안일한 콘셉트였다고 비판하며, 이런 무의미한 놀자판 광고에 동의하는 소비자도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광고의 기조가 바뀌었다. 어찌 보면,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것이 오비맥주라고 할 수 있다. 오비맥주는 2016년 1월부터 ‘부딪쳐라, 짜릿하게’라는 카피를 내걸고, 청년세대 격려 광고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취업준비생, 인턴, 아르바이트생, 대학생 등 이른 아침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여준다.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오디션에서 거절당하는 등 좌절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원하지 않으면 떨어질 일도 없어.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거절당할 일도 없어”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지만 혹시 알아?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게 될지, 세상의 박수를 받게 될지?”라며 현실과 부딪히라고 격려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한강 다리를 뚜벅이로 건너는 백수 청년을 내세운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카스는 청년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버리자는 응원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광고가 끝까지 보지 않으면 ‘박카스’ 광고인지 ‘카스’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다.

2월에도 “이 길이 맞는 걸까,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과 취업 준비생을 그린 광고를 만들어 “아직은 몰라. 어떤 내가 될지는 내가 정하는 거야”라고 격려했고, 4월엔 “이제부터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보는 거야. 어깨에 힘 팍 주고”라며 응원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4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서 열린 세계맥주축제인 그레이트 코리안 비어 페스티벌에 참석한 시민들이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맥주값 기습인상 할 땐 언제고

그런데 업계에서는 국산 맥주 업체들의 이러한 저가 전략이 지난해 말 기습적으로 단행한 가격 인상의 역풍을 만회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분석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초부터 가격인상을 고려하다가 11월 1일부로 출고가를 6% 인상했다. 2012년 8월 이후 약 4년 3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었다. 하이트진로 역시 12월에 출고가를 평균 6.3%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는 판매량 감소가 뒤따른다.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맥주 가격이 10% 오를 때 판매량은 5%가 줄어든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수입 맥주의 점유율 상승폭이 큰 데다,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맥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더욱 커졌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으로 대중의 시선이 정치에 쏠려있고, 청와대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틈에 벌인 기습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맥아나 호프 등 맥주의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 가격 인상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수입 맥주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은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게을렀던 탓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은데, 정작 기업은 가격 인상을 통한 영업이익 확대만을 노렸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 맥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한 6933만 5490리터를 기록했다. 가정용 맥주 유통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이마트의 경우 1분기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이 국산 맥주를 추월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도 수입맥주가 맥주 매출의 절반을 넘은 상태다.

결국 올봄 국내 맥주업체들의 저가 전략은 가벼워진 소비자의 주머니를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던 가격 인상으로 등 돌린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뒤늦게 저가의 신제품을 제안하는 모양새인 셈이다. 

취준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현실의 벽에 과감히 ‘부딪쳐라’ 라고 격려하던 광고도 현실과 많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38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고, 하이트진로는 4월 중순께 약 3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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