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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스타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방송3사 상황극·패러디 코너 봇물…‘자극성 우선’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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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호 ⁄ 2007.07.03 14:24:07

몇년 전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영했던 MBC의 프로그램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남녀 연예인들의 서바이벌 미팅’이라는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신인 가수·배우들의 출연희망 1순위 프로그램이 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실제로 많은 스타를 배출해 냈다. 지금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한류스타 세븐도 풋풋한 신인시절에는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여자 연예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고 신정환은 개그맨을 능가하는 유머로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굳혔다. 이 프로그램 이후로 <실제상황 토요일>의 코너인 ‘연애편지’, 지금은 진행방식이 바뀐 <일요일이 좋다>의 ‘엑스맨’,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등 남녀 연예인들이 출연해 서로 커플을 맺는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이 속속 선보였고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방송가에는 특정한 형식이 유행처럼 번지는 일이 잦다. 빠르게 변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 시청률 면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을 구성을 조금 바꾸어 따라하는 편이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오락프로그램에는 어떤 유행이 있을까? 그건 바로 연예인들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는 상황극 코너다.

지난 7월 MBC에서는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시청자들이 보내준 황당한 사연들을 출연자들이 상황극으로 재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감각적인 CG와 기꺼이 망가져주는 스타들의 열연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황금어장>이 점차 인기를 얻자 SBS에서는 2002년 막강한 인기를 누렸던 <헤이 헤이 헤이>를 부활시켰다. 예전 그대로 신동엽과 김원희가 진행을 맡고 프로그램 제목 역시 <헤이 헤이 헤이 2>로 정해 정통성을 강조했다. 이에 질세라 KBS <해피선데이>는 ‘쾌남시대’라는 코너를 신설해 아나운서와 탤런트·가수들이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코믹 연기에 몸을 던진다. <황금어장>, <헤이 헤이 헤이 2>, <쾌남시대>. 이들은 표현방식은 서로 조금씩 달리 하고 있지만 개그맨과 연기자를 중심으로 우스운 상황을 연출해낸다는 설정은 모두 같다. 특히 <황금어장>과 <헤이 헤이 헤이 2>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에피소드를 각색해 최대한 엽기적으로 연출한다는 점에서 거의 맥락을 같이 한다. 또, <황금어장>의 코너인 ‘OK극장’과 <쾌남시대>는 인기 드라마의 장면을 패러디한다는 것이 똑같다. 이 코너들은 모두 ‘무조건 웃기면 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출연자들의 이미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버리고 엉망이 된 모습을 보여줄수록 환영받는다. 그에 따라 시청자들도 출연자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수록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서로 경쟁하듯 출연자들을 망가뜨리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노골적으로 엽기적인 상황극을 표방하고 있는 <헤이 헤이 헤이 2>는 시각적으로 우스꽝스럽거나 혹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오로지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재치가 돋보이는 대본이나 연기력은 애초부터 제작진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한편, <황금어장>과 <쾌남시대>에서는 데뷔 이후 줄곧 탄탄한 연기력으로 버텨온 중년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개그를 펼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황금어장>에는 드라마에서 중후한 역할을 맡아왔던 임채무가 고정패널로 출연하는데 프로그램의 빠른 호흡과 젊은 출연자들의 재치를 따라잡지 못해 겉돌기 일쑤다. 코믹한 아이스크림 CF 한편으로 신세대들에게 이미지로 크게 어필했고 그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코미디 영화에도 출연한 임채무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고정패널 역할과 감각적인 코믹 연기는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그나마 임채무는 좀 나은 편. <쾌남시대>에 출연하는 노주현과 이계인은 오랫동안 지켜온 연기자 본연의 모습을 훼손하면서까지 펼치는 열연이 오히려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건 중후한 중견 배우의 푸근한 인상과 독특한 언행에서 비롯된 웃음이지 우스꽝스러운 분장의 저급한 슬랩스틱 개그가 아니다. 노주현과 이계인이 <쾌남시대>에 출연하는 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는 명목을 내세우기 위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한듯 하다. 더구나 출연진들의 NG로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는 건 연기하는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지루하기만 하다. 코믹한 상황극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망가짐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건 일상적인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내는 센스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황금어장>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재구성하되, 시각적으로 웃기는 원초적인 개그보다 대사와 상황으로 웃기는 시트콤식의 재미를 주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여지가 남아있다. 오락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서 시청자들을 최대한 웃기는 게 목표이기는 엽기적인 상황극이나 NG열전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청률 높이기와 이슈만들기에만 열중해 방송의 본분을 잊은 채 스타 망가뜨리기에만 열중하는 게 보기 좋을 리 없다. 닮은 꼴 코너들은 스타를 섭외해 시청률을 높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선끌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참신한 구성과 기획으로 확실하게 차별화된 개성을 갖추는 데에 정진하기 바란다. -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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