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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외국 은행 사냥 나서

국내 은행,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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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호 성승제⁄ 2008.03.17 16:34:36

1997년 11월 정부는 바닥난 외환보유고로 닥친 국가 부도 위기를 넘기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그 후유증으로 산업ㆍ수출입ㆍ기업ㆍ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들이 미국ㆍ유럽 투자자에게 헐값으로 매각됐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당시 은행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11년이 흐른 지금 시중은행들은 이제 수익성ㆍ건전성을 모두 ‘플러스’로 탈바꿈하고 인수합병(M&A), 파생상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덩달아 아시아는 물론 미국ㆍ유럽ㆍ인도 등에 속속 진출하면서 글로벌 뱅크로 도약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07년 8월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에 몰리며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 선고가 예고되고 있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매년 성장세를 이어 온 국내 은행들로서는 미국 진출의 호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미국에 구제요청으로 손을 벌려야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이 된 셈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현황과 전략,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동북쪽은 중국의 헤이룽장(黑龍江) 성, 서쪽은 카스피 해 인근, 남쪽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강정원 국민은행장)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기회로 적극 활용해 은행의 현지 영업망을 확대하고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겠다”(박해춘 우리은행장)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대표 시중은행들은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동남아 지역까지 국경선을 허물며 현지 지점 개설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외환위기 이후 급감 추세였다가 수익성·건전성에서 모두 탈바꿈하고 인수합병(M&A), 파생상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지점수는 지난 1998년 말 134개에서 2002년 말에는 103개까지 감소했다가 2007년 11월 현재 118개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와의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발효되면서 국내에만 머무를 수 없는 상황. 세계 시장으로 빨리 뛰쳐나가 신흥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국내은행이 진출한 국가는 미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최근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구제 요청이 나오고 있어 국내 은행들은 미국 은행의 M&A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달 초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고서는, 1~2년 안에 미국에서 200여 개 은행이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 당시 우리나라가 미국에 구제요청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진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미국 내 한국계 은행의 경우 대출자산을 통해 급격한 자산성장을 해오는 동안 내부 시스템은 외형에 맞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불황이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은 부정하지 않았다. 선진 시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해도, 아시아 동남아 지역은 다르다. 국내 기업이 눈부신 진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진 시장도 우선 아시아·동남아 지역을 선점한 뒤에 진출하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안정분석팀은 2007년 2월 ‘주요 선진국 은행의 해외진출 경험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지리적·문화적 접근이 용이하고 IT 기술, 소매 금융 등 강점 활용이 가능한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우선 추진하면서 선진국의 중규모 은행을 인수하여 지명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자칫 아시아 지역 쏠림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외환위기 이전의 무분별한 경쟁 양상과는 다르다는 진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 은행이 나가면 덩달아 따라 나가는 무분별한 진출이 주를 이뤄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 점포들을 1순위로 폐점시킨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쟁력을 기른 은행들은 이제 장기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은행들이 이머징 마켓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미 구미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포진하고 있어 단시간의 진출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면서 “경제 규모와 우리나라의 교역 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먼저 이머징 마켓으로 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점포 지점 확대에서 M&A 전략으로 최근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과정이 1990년대와 다른 점은 인수합병(M&A)이다. 단순히 은행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과 교포들을 상대로 영업에 치중하기 위해 해외 지점 수를 늘리던 차원에서 한 걸음 진보한 셈이다. 또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의 M&A를 통해 ‘과감하고 빠르게’ 현지화를 이루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주자가 해외시장을 단기간에 선점할 수 있는 방안은 M&A”라며 “대형화를 추구하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경쟁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한국은행의 또 다른 보고서도 “미국 씨티은행처럼 ‘기업금융 시장 침투-소매금융 확대-M&A 활성화’ 등으로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 능력을 배양하는 방식은 너무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현지 은행의 M&A 전략을 통해 10~20년 내에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 12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빈탕 마눙갈 은행’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자산규모 2500만 달러(약 225억 원)의 소규모 은행이지만, 인수 작업에 꽤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인수 완료한 지분도 61%나 된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교포 은행인 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CBB)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었다. CBB의 지분 37.5%를 3500만 달러(주당 21.50달러)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것. 또 11월에는 베트남 호치민 시에 현지 사무소를 처음으로 개설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해외 자산 포트폴리오의 확대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하나은행의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매트로 애틀랜타의 알파레타에 위치한 ‘노스 애틀랜타 내셔널 뱅크’(NANB)를 인수했다. 이 은행은 1998년에 설립된 순수 미국계 단일 지점 은행으로, 신한은행이 2900만 달러(약 261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지분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진출 타깃 정확히 잡아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무리한 M&A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변현수 연구원은 “중국·베트남 등 신흥시장은 아직 외국 은행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정치적 위험 변수도 있는 만큼 해외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지화 경험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에 의하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에 대해 성장성·수익성·건전성·독립성·당기순이익 중 해외부문 비중·현지 예금 비율·현지 종업원 비율·지원부서의 규모 등 8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 국내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해외 부문의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 은행들이 지난해 1∼6월 올린 당기 순이익 중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0.8∼11.5%에 그쳤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이 11.5%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이 0.8%로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미국의 씨티은행은 2006년 해외부문에서 순이익의 47%를 올렸다. 현지의 대출 대비 예금을 분석한 결과는 기업은행(18%)과 하나은행(22.6%)이 특히 낮았다. 이 비율이 낮은 것은 은행들이 현지에서 예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누구를 영업의 타깃으로 할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이들에게 접근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타깃을 명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며, 전략적으로는 현지 진출의 목적에 맞는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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