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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사건 계기로 권력형 비리 악순환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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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박형규⁄ 2009.03.31 14:36:50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치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던 이른바 권력형 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노무현 정권이 물러나고, 새 임기 5년의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후 한 해밖에 안 된 시점에서 어김없이 또 터진 것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단순히 지겨운 일로만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분하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이며 실세로 알려져 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검은 돈 살포 규모와 의혹 대상 등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각종 매스컴들은 ‘박연차 리스트’니 ‘박연차 게이트’(권력형 비리) 또는 ‘박연차 로비’, ‘박연차 검은 돈’이라는 제목 등으로 연일 보도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박 회장이 검은 돈을 뿌린 시기는 2002년 12월부터 2008년까지이고, 액수는 자그마치 142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은 돈을 찔러준 대가는 세무조사 무마, 사정당국의 수사 차단, 기업 헐값 인수를 위한 청탁, 권력비호를 위한 불법 정치자금 등 전형적인 후진국 스타일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개인 금고에 늘 현금 3억~5억 원 정도를 쌓아 두었고, 정·관계 인사 70여 명에게 현금이나 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에 실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게다가 이번 박 회장 게이트 사건은 과거 정권들과는 달리, 정·관계 로비 의혹 그 반경이 신·구 정부와 여야를 모두 넘나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권의 유착 차원을 넘어 가위 통시적이고 전방위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나 수사의 강도가 더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국민적 관심이나 시선도 그만큼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현 정권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 몇 명에게 긴박하게 접근했다. 로비를 벌인 혐의가 확인되어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현 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고려대 교우회장) 등이 그 로비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거론되는 사실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 미국 특사단에 포함될 정도로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미국통인데다 3선의 중진의원인 박진 의원이 검찰의 첫 소환 대상이 된데다, 주로 경남·부산 출신 몇몇 여당 의원들이 검찰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들까지 겹치고 있어,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권력 핵심 인사들 중 박 회장과의 로비 혐의를 받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장인태 전 행자부2차관 등이 구속된데 이어, 386의 상징으로 꼽혀 온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끝내 구속됐으며,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들은 사실 박 회장의 검은 돈 잔치가 노 정권 실세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그 중심부에 있었다. 당시 그들은 집권하면서 ‘우리는 다르다’며 유난히도 깨끗한 척했다. 그러나 이번에 터진 박연차 리스트를 계기로 그들은 ‘우리는 다른 게 아니라 더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고 말았음을 여실히 방증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니 ‘공포정치의 전형’(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연)이니 하며 억지와 떼쓰기 항변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박연차 사건을 계기로 여야는 당리당략 등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 고리를 과감히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유념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만이 깨끗하고 올바른 민주정치를 기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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