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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계기로 한국 정치문화 되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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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박형규⁄ 2009.04.13 15:04:23

새봄이 완연한데도 정치권은 계속 사정한파를 못 벗어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권력형 비리(Gate,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박 회장으로부터 의문의 돈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친·인척들과 국회의장 등 전직 고위 및 메가톤급 인사들이 연일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수사 대상자와 검은 돈의 액수 등이 늘어나는 바람에 로비의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가히 ‘단군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박 회장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한 홍콩 현지법인 APC의 금융계좌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작업을 거의 끝낸 또 다른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까지 확인될 경우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규모와 내용 등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검찰은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36)에게 제공한 50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을 찾기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연 씨와 노 전 대통령은 이 돈이 정상적인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제공했다는 의혹도 계속 일고 있어 실제 주인을 찾는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 회장의 로비 대상은 우리 사회의 유력인사들이 다 포함돼 있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검찰 수사 초기에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부산·경남 지역 정치인들 정도로 한정됐다.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장인태 전 경남 부지사,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 부산·경남을 근거지로 한 지역 정치인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또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미화와 현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같은 당의 서갑원 의원과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냈던 박정규 변호사와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박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입법부의 최고 수장인 박관용·김원기 두 전 국회의장도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여야와 전·현직을 가리지 않는 ‘광폭 로비’는 검찰과 경찰의 고위 간부들에게도 뻗쳤다. 현직 검사장이 박 회장과 골프 회동을 가진 의혹을 받고 있는가 하면, 경찰 총수를 지낸 인사도 박 회장에게서 달러로 전별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의 로비 명단에는 모두 70여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받은 인사는 12명(구속 6명)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검찰이 아니라 박 회장 ‘입’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실정임을 미뤄볼 때, 과거 어느 정권들보다 도덕성과 청렴성의 우위를 무기로 정권을 잡았던 노무현 정권마저도,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결국 ‘검은 돈’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우리 한국 정치문화의 현실이며 한계가 아닌가 싶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과 친인척의 비리 역사는 5공 때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은 재임시 공히 재벌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본인들이 직접 옥고를 치르고 천문학적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어 김영삼·김대중 두 문민·민주화 대통령들도 아들들과 친인척들의 비리로 옥고와 불명예의 흠집이 나고 말았다. 이어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려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와 친인척들 역시도 조만간 그들이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벌였던 의문의 행위 등에 상응하는 응보를 받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차제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재평가와 존폐 여부 등을 정치권에 강력히 제안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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