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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국정의 산실’인지, ‘검은 돈 산실’인지 헷갈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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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5호 박형규⁄ 2009.04.27 13:35:00

한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비극이 기록되게 되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15개월여 만에 권력을 밑천으로 ‘검은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단죄의 비운을 맞게 될지도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전직 대통령들도 줄줄이 겪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까지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다음날인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직접 조사에 앞서 서면 질의서를 보냄으로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첫 포문을 열었다.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서면 답변서를 제출받는 대로 소환 시기를 결정할 예정으로 있어, 빠르면 ‘4.29’ 국회의원 재·보선 직후나 늦어도 5월 초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 조사에 앞선 서면 조사는 조사 내용이 방대해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겉으로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주변 조사가 거의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들이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질의서 분량이나 질문 양도 많지만, 수사의 종착점이 노 전 대통령이었던 만큼 질의 범위는 이번 사건 전체를 포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무현 게이트’의 수사가 본격화하게 된 것이다. 우선, 2008년 2월에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에게 건네진 500만 달러와, 권양숙 여사가 2007년 6월에 받았다고 시인한 100만 달러 등, 박 회장 자금 6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알았는지 여부가 핵심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권 여사가 받았다는 3억 원(100만 달러)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계좌에 남겨져 있는 이유와, 이 돈이 아들 건호 씨와 딸 정연 씨 부부의 유학 비용에 사용됐다는 의혹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박 회장이 2006년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낸데 이어 경남은행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관련자 진술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1억 원어치와 현금 3억 원을 받은 데 대해 ‘포괄적 뇌물’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지난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다음날인 21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검찰이 1차 기각 후 두 번째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결정적인 혐의는, 2003년부터 정권 말기까지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대통령 특수활동비 등에서 6차례에 걸쳐 뭉칫돈을 빼돌려 차명계좌에 12억5000만 원을 나눠 숨긴 혐의 때문이다. 한 해 200억 원이 넘는 특수업무비는 영수증이 필요 없고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묻지 마 자금’이다. 이런 돈을 빼돌린 것은 바로 국민 혈세인 국고 횡령이고 세금 도둑질이다.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저질 비리다. 그토록 도덕성을 자랑하던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난 중대 비리요, 도덕 파괴 사건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정 씨에 앞서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여택수 전 수행비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된 사실은 청와대의 내밀한 대통령 주변이 도덕성과 거리가 먼 분위기였음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부인과 아들·딸·사위·조카사위·처남·형님에다 측근들까지 총동원된 일련의 ‘대통령 패밀리 게이트’는 국민들 눈에는 청와대가 ‘국정의 산실’인지, ‘검은 돈 산실’인지를 헤아리기 힘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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