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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독거노인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4년 간 독거노인 보살펴온 체신 공무원 김남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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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37-138 박성훈⁄ 2009.09.29 13:57:44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자녀를 둔 노부부들은 추석이 기다려진다. 추석이 되면 학업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떠난 자식들이 부모를 보겠다고 집으로 돌아온다. 결혼해서 출가한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보고 싶고,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는 손자들이 얼마나 컸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독거노인에게는 추석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기다려도 찾아올 이 하나 없는 이들에게 추석은 오히려 외로움의 고통만 깊어지는 ‘잊고 싶은 날’이 될 수 있다. 독거노인 김여일 할머니의 경우 경기도 부천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김여일 할머니(73)에게도 추석은 그리 반갑지 않은 절기이다. 6.25 전쟁에서 세 명의 오빠를 잃은 김 할머니에게는 이렇다 할 피붙이가 없다. 그래서 할머니는 전쟁이 끝난 1954년, 17살이란 꽃다운 나이에 논산 훈련소에 여군으로 입대하여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10년 만에 군 생활을 마친 김 할머니는 배운 것이라고는 운전밖에 없어, 제대 후 택시 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25년의 택시 운전사 시절에는 서울 곳곳에 안 가본 곳이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아왔지만, 인생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운전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의지할 혈육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렇듯 평생을 외롭게 보낸 할머니는 쇠약해진 몸에 우울증까지 찾아와 더욱 힘든 삶을 살게 됐다. 이제는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일이 할머니의 일과가 됐다. 김 할머니는 “여군 시절과 택시 운전사였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나 싶어. 외롭고 미칠 것 같을 때도 많고 죽고 싶을 때도 있어” 하고 탄식했다. 딸처럼 찾아온 우체국 여직원 차갑게 파고드는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여전히 삶을 이어오게 된 데에는 한 우체국 직원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부천우체국 우편물류과 소포실장을 맡고 있는 김남심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실장은 마치 딸처럼 김 할머니를 곁에서 보살피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할머니 집을 방문한다. 평일에는 시간 나는 대로 잠깐 들르고, 토요일에는 할머니와 시장에서 요리 재료를 사 와서 같이 저녁을 해 먹기도 한다. 명절마다, 친정과 시댁에 방문하는 것과 별도로, 할머니의 임대아파트에 들러 인사를 하곤 한다. 또, 김 할머니와 자신의 가족 및 친척을 서로 소개하여 친구를 만들어 드리기도 했다. 지금은 80세인 김 실장의 친정어머니와 김 할머니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라고 한다. 김 실장은 “광주에 계신 어머니와 의자매를 맺어 형님 동생 하시면서 광주에서 부천으로, 부천에서 광주로 서로 오가며 자장면도 시켜 드신다”고 했다. 또한 할머니가 병이 나면 남편과 아들 딸을 데리고 할머니를 문병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족과도 친한 관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떨어져 있을 때에는 전화 통화로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김 실장은 “급하게 전할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 또는 문자를 보내고,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인터넷 메일을 보내신다”며 “문제가 생기면 서로 의논해서 해결하고, 내가 바쁠 때에는 도움이의 요청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조언이 큰 역할 할머니와 김 실장이 처음 만난 곳은 2006년 2월 부천시 소재 덕유사회복지관이다. 부천우체국 사랑의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명지전문대학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 학점은행제의 학위과정 복지실천 실습에서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당시 김 실장은 처음 현장에서 독거노인을 맞닥뜨린 풋내기 학생이었고, 할머니는 우울증에 극도로 시달리던 시기였다. 그래서 가족을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실장은 “힘들어하는 할머니에게 가족과 친척들을 소개하여 친구를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우울증이 심하고 많이 아팠지만,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를 통해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지속적으로 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친정어머니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현재 광주에 살고 있는 김 실장의 친정어머니는 부랑자와 독거노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80세의 노구에도 호스피스 봉사를 하시는 어머니가 항상 김여일 할머니를 잘 보살펴 드리라고 말씀하곤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업무가 직접 부천 지역을 돌아다니며 마케팅을 하는 업무이다 보니 할머니에게 많은 보살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처음 마음먹은 대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명절일수록 독거노인에 관심 가져야” 김여일 할머니와 김남심 실장이 각별한 사이가 된 데에는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남성 주류의 직업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군을 나와 택시수와 버스 운전을 했던 할머니의 경험과, 남성이 대다수인 우정 공직에서 자리를 잡아온 김 실장의 면모에는 상통하는 면이 있다. 김 실장은 “여군 출신인 할머니가 멋진 젊은 시절을 말씀하시면 나도 감동을 받는다. 나도 여고 졸업 후에 여군에 가려고 시험을 본 적이 있어 할머니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김여일 할머니에 대해 “지혜롭게 사시면서 지병인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신다. 다른 병마도 겪고 있는데, 이와 싸우면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이라며 “할머니께서 항상 행복하게 사시면 좋겠다. 항상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해 그게 걱정이다. 그래도 삶의 의지가 강한 분이라 지금처럼 힘차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복지 혜택이 여러 독거노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요자와 후원자·사업자를 연계시켜 복지 혜택이 곳곳에 스며들도록 하는 일이 그것이다. 특히, 지자체와 보건복지가족부에만 설치돼 있는 사회복지과가 정부 부처 기관마다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올 추석에는 경기침체로 독거노인을 위해 복지관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독거노인들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명절일수록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넉넉한 마음씨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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