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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한국 남자들은 도대체 언제 ‘너’를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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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최영태⁄ 2011.03.28 11:31:54

최영태 편집국장 한국 남자들의 무신경은 정말 대단하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상관없다는 것이 한국 남자들이 세상사는 방식 아닌가 싶다. 때론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경우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최근 일본 대지진이 난 뒤 한국인들의 대처 방법을 보면 이런 ‘나대로 식’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개인-기업 차원의 구호품 모금이 시작되더니 이제 TV 화면의 오른쪽 위 모서리에는 아예 ‘일본 돕기 창구 전화번호’가 상시 게시되고, 한 일간지는 ‘일본인 응원 광고를 무료로 게재하겠다’고 광고를 내보냈다. 이웃에 난리가 났으니 도와준다는 자세, 좋다. 이번 기회에 일본인을 응원하는 광고를 한국 신문에 무료로 많이 내 줘 현해탄 양쪽 사람들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좋다. 단, 여기서 빠진 것은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아주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한국의 지원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포털 사이트가 도배됐단다. “한국의 도움은 솔직히 싫다” “한 번 도와주고는 영원히 도와줬다고 생색낼 민족성” “일본 자위대가 싫다는데 군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날아오는 한국 놈들” 등의 댓글을 일본인들이 열심히 써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인 입장에서야 ‘속 좁은’ 일본인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와준다는 손길에 침을 뱉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다른 건 다 그만 두고라도 도쿄나 오사카에서 발행되는 일본 신문들이 ‘동북 지방 이재민 격려 무료광고’를 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 그런 뉴스를 못 봤다. 그런데 일본인 격려 광고를 낸다면 일본인들이 보는 일본 신문이 해야지, 한국 신문이 한다는 건 좀 이상한 것 아닌가? 내가 돕고 싶다면 돕는 것이지, 도움 받는 사람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는 또 하나의 한국식 코미디 아닐는지…. 2007년 버지니아텍 대학에서 한인 조승희가 무차별 난사로 미국인들을 사살했을 때도 비슷했다. 당시 한국에선 “나라 망신이다” “미국인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의견이 터져 나오고, 급기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사과하는 사태로 일이 커졌지만, 정작 미국인들의 반응은 “한국인들, 왜 이래?”였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결국 “조승희는 엄연히 미국에 사는 미국 사람이고, 조승희가 사고를 낸 데 대해 한국인이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굳이 해야 하는 수고를 했다. 이런 식이다, 한국인은. 특히 한국 남자들은. ‘내’ 입장만 생각하다 보니 거의 상시적으로 국제 코미디를 벌인다. 도움을 베풀 때 돕고 싶다는 내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도움을 받을 상대방의 마음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장애인을 돕고 싶을 때 일단 “도와 드릴까요?(May I help you?)”라고 물으라고 가르친다. 상대방은 전혀 원하지 않는데 상대방 의사도 묻지 않고 불쑥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간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냐?”며 따귀를 맞아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지진-쓰나미가 일본 동북부가 아니라 한국의 강원도를 때렸다면 한국인 수만 명이 벌써 현지로 달려가 구조 활동에 팔 붙이고 나섰을 것이다. 그건 한국식이다. 그러나 일본식은 다르다. 동북부에 대재난이 발생했어도 일본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현장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NHK 기자 출신이라는 후지모토 도시카즈 경희대 초빙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현장에 가면 그쪽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시’가 있으면 다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우러 가는 것도 좋지만 현지인이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함부로 가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이게 일본 식이다. 어느 쪽 방식이 옳다고 말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것이고, 특히 상대방을 도울 때는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다. ‘정서 지능’이란 게 있단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평가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란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조사했더니 한국 여성이 월등한 점수로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이 일본 여성, 일본 남성, 한국 남성이란다. 한국 남자들, 좀 적당히 하자. 다른 사람 배려도 좀 하고 살자. 이래서 이제 한국 정치도 여자가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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