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편집국장 말은 많았지만 어쨌든 ‘나는 가수다’(MBC TV)는 대박 기획이다. 데뷔 20년이 넘었다는 국민가수 김건모가 손을 떨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대박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박의 첫 째 이유는 대형 가수들의 출연 때문이다. 더 이상 탈락할 필요가 없는 대형 가수들이 ‘무조건 한 명을 탈락시킨다’는 잔인한 기획 의도에 응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두 번째 이유는 심플한 결정 과정 때문으로 생각된다. 현장 방청단의 투표와 시청자의 전화 투표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탈락자를 결정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마련인 심사위원단의 ‘이상한 판정’이 끼일 여지가 없다. 첫 경연에서 7등에 머문 김건모가 탈락했어야 하는데 일부의 이의제기로 한 번 더 도전하면서 인터넷을 달군 비난 소동을 보면서 이런 ‘간단한 공개 경쟁’에 한국인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침 만우절이다. 대학생들에게 물으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거짓말 잘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 연예인, 학자, 공직자란다. 연예인 중 가수는 이미 ‘나는 가수다’로 완전히 까놓고 경쟁하는 마당이 열렸으니, 이제 다른 장으로 이런 터놓고 하는 경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나는 정치인이다’ ‘나는 학자다’ ‘나는 공직자다’도 한 번 해 보자. 대박이 날 것 같다. 지역감정이나 권력자의 바지 끝자락에 매달려 불공정 경쟁을 하거나, 대기업들과 밀실거래를 하는 정치인들이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처럼 공개 경쟁무대에 나와, 정말 자신의 알실력을 보여 주면서, 김건모처럼 손을 떨면서 국가 과제를 토론-실천하고 그래서 가장 못하는 정치인은 바로 탈락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학자들은 또 어떤가. ‘대학 교수로 들어가려면 몇 억을 줘야 한다’는 소리가 정설이 돼 버린 이 나라에서 대학 교수들의 실력을 솔직히 보여 주는 건 어떨까? 한국 사회의 교수님, 박사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다 보면 “정말,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교수입네, 학자입네 하면서 중요 사안마다 발언을 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 될 때가 많다. 요즘 웬만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려면 연구 실력-실적보다는 ‘담당 교수를 룸살롱에 몇 번 모시고 가냐로 학위를 쉽게 딸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된다’는 농담 아닌 진담이 있다. 학교나 교수라는 간판 뒤에 숨지 않고 실력만 겨루는 ‘나는 학자다’가 그래서 보고 싶다. 공직자는 또 어떤가? 나라를 위해 쓰라는 돈을 개인 용도로 빼돌리고, 국가의 정책을 자신 또는 자기 부서, 자기가 속한 계층, 자기가 사는 동네에 이익이 되도록 몰래 숨어서 활약하는 공직자들이 공개 무대에 나와 실력을 낱낱이 공개하고, 그래서 자질-능력 안 되는 고위 공직자는 집으로 보내는 그런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외국에 보면 이런 TV 프로그램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시청자 숫자는 적지만 언제든 볼 수 있는, 각종 의회(국회, 주의회, 시의회)를 중계방송하는 방송국들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방송이 없다. 대신 오락프로그램은 지나칠 정도로 재미있다. ‘나는 가수다’로 가수들을 발가벗기는 것의 100분의 1이라도 좋으니 정치인-학자-공직자의 정체를 일부라도 벗기는 TV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