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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 사랑의 정치학 - 33]사랑의 경제는 공유경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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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8호 박현준⁄ 2011.09.05 10:50:20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필자가 감동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경제’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공유경제는 가톨릭의 한 운동인 포콜라레 운동(마리아사업회) 창시자인 이탈리아 여성 끼아라 루빅이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1991년 끼아라는 브라질 포콜라레 운동의 소도시인 아라첼리를 방문했다.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상파울로에 도착하면서 비행기 창밖으로 거대한 빈민가로 둘러싸인 초고층 건물들을 보며 그 빈민촌들이 마치 예수님의 머리를 둘러싼 가시관 같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1943년 그녀가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된 트렌토에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겠다’며 결심했던 마리아 사업회의 초창기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 방문에서 끼아라는 공유경제의 영감을 제안한다. 즉 기업 이익의 1/3은 기업에 재투자하고 1/3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1/3은 '주는 문화'를 위해 일할 사람들을 양성할 기관을 위해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더 이상 가난한 이가 없게 하자는 한 여성의 꿈에서 이렇게 공유경제는 시작됐다. 20년 전 원래의 제안을 그대로 실천하는 기업들도 있고 공유경제의 기본 철학을 기업철학에 담아 상황에 맡게 경영에 적용하기도 한다. 필자가 공유경제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을 때의 입장은 이윤의 1/3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다른 1/3은 기업 소속 가족들의 복지와 양성을 위해, 1/3은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없애기 위해 쓰는 형태였다. 지금은 ‘한국형 공유경제’를 꿈꾸며 마음이 설렌다. 공유경제는 보편적 형제애가 근본이념이다. 인간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궁극적으로 빈곤과 불평등을 함께 극복하는 형제애의 실천을 철학으로 하는 사랑의 경제다. 공동체 정신이 바탕이다. 초대 크리스천 공동체를 바탕으로 주는 문화, 사랑의 정신에서 시작한 경제다.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 3의 길, 제 3의 경제다. 놀라운 일이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브라질의 포콜라레 회원들이 끼아라의 제안을 실행에 옮겼고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공유경제 기업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다. 대부분 가난했던 20만 포콜라레 회원들이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고 주면서 문화의 공유경제가 탄생된 것이다. 2001년 공유경제가 시작된 지 10년을 맞은 상파울로의 모임에서는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유럽에는 공유경제 기업이 없을까’라는 화두가 탄생했으며, 그 뒤 이탈리아에도 공유경제 기업이 시작됐다. 모든 종교와 연령의 소액주주 5700명으로 구성된 이 공유경제 주식회사는 정관에 이익의 1/3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것을 명시하며 시작됐다. 필자가 직접 찾아갔던 이탈리아 공유경제 기업의 하나인 봉제공장이 있다. 이 봉제공장에서는 미소를 띤 인형을 만든다고 한다. 너무 어려운 상황과 고통을 겪더라도 미소는 가장 완고함조차도 없앤다는 믿음으로 정성을 다해 완벽한 제품을 만든다는 이 회사는 짧은 기간 안에 대단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대단히 성공한 공유경제 기업은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경제와 가톨릭 카리스마의 역사는 길다. 초기 베네딕트 성인(480~543년)의 노동과 기도가 일치된 삶에서 시작된 기독교 경제 개념은 후에 산업혁명의 기틀이 되기도 했다. “예수는 하늘의 상인” “구원의 가격” 등의 용어도 자연스럽게 확산되며 경제활동은 전적으로 크리스천다운 활동으로 바뀌게 된다. 대표적인 또 하나의 카리스마가 ‘평화의 기도’로 널리 알려진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년)이다. 프란치스코는 워낙 성공한 기업가였는데 결국 가난 치유의 선봉에 서며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자연과 일치된 삶으로 수도자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 실상 최초의 소액대출 은행(micro-bank)은 15세기에 프란치스코에 의해 시작됐다. 공유경제는 이 모든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 역사에 뿌리를 두고 빛(주: 끼아라는 빛이라는 뜻이기도 하다)처럼 20세기 말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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