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섹스는 유사하다고 한다. 전희와 애무가 아무리 좋아도 자물쇠가 열리지 않으면 애를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아무리 장타를 치고 아이언을 그림처럼 쳐서 그린 온을 시켜도 그린에서 퍼트한 볼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 공격 과정의 의미가 퇴색해 버린다. 골프의 ‘구녕’은 한국말 사투리이고, 영어로는 홀(hole)인데, 이 구멍은 직경 4와 4분의 1인치로 약 11cm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08mm인데 요사스러운 마귀할머니가 됐다가 어떤 때는 요술공주가 되기도 한다. 골프는 10.8cm의 홀 안에 4.26cm의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다. 인간이나 골퍼나 홀에 집어넣는 일은 쉽지 않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홀에 집어넣는 길은 오직 정면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구멍은 뚫려 있으면 온통 전체가 들어 갈수 있는 문이다. 그렇지만 이 구멍은 쉽게 호락호락 문을 열지 않고 돌려서 뱉어버리고 받아들이는 척 하다가 옆으로 빼버린다. 때로는 골퍼들의 눈을 속이기도 하고 착시현상을 유도하여 슬쩍 피하기도 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이 구멍을 공략할까? 정답은 구멍의 습성과 들어가는 문을 파악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제일 쉬운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면(straight) 돌파다. 브레이크가 없고 오르막이나 평지일 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똑바로 겨냥해서 조금 강하게 치면 틀림없이 들어간다. 두 번째는 뒷문인데, 특히 심한 오르막 퍼트 시 구멍의 뒷벽을 쳐서 집어넣는 방법(back attack)으로 똑바로 강하게 쳐야한다. 세 번째가 9시나 3시 방향 다시 말해 구멍의 남북 방향으로 공을 집어넣는 방법인데, 내리막 퍼트 시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공의 힘을 죽이고 마지막 단계에서 비실비실하게 공이 들어가게 하는 비실비실 퍼트(dying putt)다. 네 번째는 덩크 샷으로 홀인원 같이 위에서 내리 꽃아 집어넣는 퍼트로, 스카이 문(sky door)을 이용하는 것이다. 108mm의 홀 안에 볼을 무조건 넣는다고 생각하면 퍼트는 그 만큼 더 어려워진다. 홀을 크게 보고 넓게 상황에 따라 공략하는 방법이 원 퍼트로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퍼트에는 방법(method)도 없고, 정해진 형태(style)도 없다”는 스코틀랜드의 골프 명언을 되새길 필요가 없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