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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남자성기 같다?

커졌다 쪼그라드는 권력을 야유하는 연극 ‘권력유감’과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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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6호 김금영⁄ 2012.03.19 11:37:31

어릴 땐 슈퍼맨과 배트맨이 우상이고, 초-중-고 시절엔 싸움을 잘 하는 아이가 반을 장악하는 힘이 있고,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엔 대기업에 취업한 선후배가 멋있고, 사회에 나와서는 상사들이 권력 있게 보인다. 현 시대에 힘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진정한 힘, 즉 권력은 도대체 뭔가? 허망한 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더불어 권력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보며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은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지 반문하는 공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3월 1일~4월 29일 서울 대학로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권력유감’과, 3월 3~23일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연극 ‘풍선’이 주인공이다. 연극 ‘권력유감’은 주먹 하나만 믿고 조직에 들어와 보스의 자리까지 오른 덕구의 이야기로, 1월 초연에 이어 3월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주먹의 힘으로 조직의 1인자가 된 덕구는 금배지가 진정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 돈이 진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기업가, 펜대가 진정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인들을 만나지만 진짜 권력은 주먹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런 주먹의 힘으로 약한 여자들을 나약한 존재로 치부하고 하수인 부리듯 하던 덕구는 어느 날 상대 조직의 여자 킬러에게 살해당하는 꿈을 꾼 뒤 그 충격으로 발기불능에 걸린다. 근육을 드러내며 힘자랑을 하던 덕구였지만 비뇨기과 여의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하루아침 사이에 무너지는 권력의 허상함을 보여준다. 이 연극의 이우천 연출은 “인간이 집단을 이뤄 살아가면서 삶을 더 진보시키기 위해 규칙과 법규를 만들고 질서를 잡는다. 그런 과정에서 규칙과 법규를 제정하고 시행할 책임자를 다수 의견으로 선발하고 그들에게 일정 부분 일을 추진할 힘을 실어주는데 이것이 ‘권력’이라 부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힘을 과시하면서 여자를 종 부리듯 하던 깡패 보스는 비뇨기과 여의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그는 이어 “권력은 잘 살게 해달라고 국민이 준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그 권력을 갖고 국민을 하인 부리듯 하는 황당함이 만연돼 있다. 연극에서 보스는 권력을 상징하며, 발기불능은 그 허상에 대한 메타포”라며 “발기불능에 걸리자 실의에 빠지는 보스 같은 우리 사회의 권력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진정한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3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연극 ‘권력유감’은 무대전환이 어둠 속에서 눈에 띄지 않게 이뤄지는 일반 연극과 달리, 전환 자체가 하나의 장면으로 설정돼 배우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며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승훈, 김소영, 정재진, 승의열, 이영진, 이재인, 황순영, 류성철, 박예주, 이수민, 설나리, 이진호, 권민주, 최은석 등이 출연한다. 연극 ‘풍선’은 국가적 행사에서 실수를 범한 우 일병이 중대장에게 성기를 가격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쓰러진 우 일병의 고환이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 성분이 나온다. 이 성분만 주사 맞으면 절름발이가 걷고, 말기 암 환자도 깔끔히 낫는다. 지오디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성분은 국가적으로 관리되며, 우 일병이 행복해야 지오디신 생성량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진은 우 일병을 ‘관리 속에서 환락에 빠지도록’ 만든다. 우 일병의 고환은 커질수록 승진 계급장이 그의 고환에 붙으며, 커지는 고환만큼이나 함께 커지는 사람들의 욕심은 비인간적인 실험을 그의 고환에 실시하도록 만든다.

점점 고환이 커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클수록 좋다는 ‘거대 콤플렉스’에 걸려 있다. 더 크게, 더 많이 차지해야 성공한 것이고 갖지 못한 자, 차지하지 못 한 자는 소외당한다. 연극에서 우 일병의 고환을 부풀리는 국가의 모습은 거대 콤플렉스를 부풀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우 일병은 그러나 자신의 지오디신으로 어머니의 암을 치료하지 못한다. 그가 우울해지면 안 되니까 어머니와의 만남도 금지된다. “아들이 보고 싶다”며 죽어가는 어머니, 그리고 점점 커지는 고환에 깔려 가는 우 일병의 모습은, 국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당하는 한국인을 상징한다. 우 일병 역을 맡은 배우 남긍호는 “우 일병은 고환이라는 존재 속에 삼켜지고, 우 일병이 아니라 고환이 장군으로 승진한다”며 “우 일병은 사라지고 고환이 권력을 차지하는 모습을 마임으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얻어맞고 고환 커지면서 ‘만병통치약’ 생산하게 된 우 일병은 ‘국가관리 장성급 고환’이 됐다가 어머니의 암은 못 고치고 고환에 깔려 죽어가는데… 거울을 많이 배치한 무대 공간은 관객이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 주며, 우 일병을 관리하던 군인들은 극의 마지막 순간에는 관중들에게도 차렷, 열중쉬엇을 시키며 관리하려 덤벼든다. 남긍호, 오대석, 이창수, 조형준, 임종완, 안병찬, 변민지, 양정윤 등이 극을 이끈다. 이상우 연출은 “뭐든지 익숙해지면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현실이 무서운 것”이라며 “그 무서움을 이기는 무기가 웃음이다. 이번 공연에서 웃으면서 무서움을 털어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남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자극적이고 황당한 설정에 웃음이 나오지만 그 이면에 담긴 의도를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연극들이다. 코믹하고도 살벌한 이 공연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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