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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진 작가 “의심은 나쁘다? 실제론 관심의 시작”

“페인팅은 내 이야기, 네온은 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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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김대희⁄ 2012.10.22 11:29:40

“막상 여행이라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절대 어렵지 않아요.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마음적인 여유가 없어 못 간다는 이들이 많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사실 처음 시작이 힘들지 경험을 하고 나면 어렵지 않거든요. 경험일 뿐이에요. 어렵다거나 두려워 말자 생각하면 돼요.” 여행을 좋아하며 이를 통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홍혜진 작가는 여행을 떠남에 있어 어렵거나 두려운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을 표현해오던 작업에서 이제는 타인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보며 그들의 감정까지도 해석한 작업으로 넓혀가는 그녀는 여행을 통해 관찰의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해외를 나가면서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함께 자연스레 그들을 많이 관찰하게 됐어요. 작은 것에도 관심이 가며 관찰을 많이 하는 습관이 생기게 됐죠. 관찰이란 게 재밌더라고요. 특히 사람이 제일 재미있어요. 하와이에 갔을 때도 비디오를 설치해 사람들을 관찰하고 작업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하와이를 여러 번 가봤다는 그녀는 “하와이에서도 와이키키가 가장 유명해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조금만 더 알아보면 정말 아주 작은 해변인데도 사람도 적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면서 “유명지도 좋지만 숨겨진 곳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녀는 여행을 떠나면 가장 먼저 그 지역 맛집을 찾는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을 함께 느껴보는 게 좋다며 그곳 사람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하면서 친숙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 하와이 이외에도 태국, 일본, 미국, 서유럽 등을 많이 다녔는데 앞으로 아프리카를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기존 페인팅 작업에서 이제는 네온 작업을 병행하는 그녀는 페인팅은 자신의 이야기며 네온은 타인들의 이야기로 넓혀진 작업이라고 했다. 자신의 감정 변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그녀는 흔히 말하는 우울증에서 나아가 어린 시절 느꼈던 아픔 등 ‘감정 장애’에 대한 느낌을 작업으로 표현했다. 감정조절장애라고도 하는데, 조울증보다는 약한 의미로 약간의 자극에 지나친 감정표출을 하며 사소한 일에 감상적이 되거나 눈물이 흔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갑자기 기분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그 감정을 캔버스에 표현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다 보니 너무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느낌을 다루고자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개인적 감정 표현에서 타인 관찰하는 작업으로 확장 그녀는 어디인지 정확한 장소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곳의 CCTV를 보면서 관찰을 한다. 어떤 사물이나 공간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CCTV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시키는 영향이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도 인식하고 행동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더군요. 결국 그 사람의 행동도 내 주관적인 감정으로 판단되고 해석되겠지만 말이죠. 작업은 그 공간 속 사람이 떠나면 빈 화면을 캡처해서 드로잉으로 옮겨요. 작품에 사람은 등장하지 않아요. 사람이 떠나간 모습의 감정을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네온 작업으로 담아내요.” 네온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하게 된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눈에 확 띄는 특성 때문이다. 최근 네온은 하향산업으로 국내에서 네온 제작을 하기는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그녀가 네온 작업을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CCTV를 캡처해서 드로잉한 작업을 그녀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배치해서 네온 작업으로 만든다. 특히 네온 작업은 공간을 중요시하면서 흰색으로만 작업했는데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부분에 색을 넣었다. “작업의 시초가 됐던 트라우마가 ‘의심’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된다고 생각해요. CCTV를 보면서 긴장되고 의심이라 게 품어지더군요. 은연중에 혹시나 뭘 할까 등 의심의 생각이 들었어요. 성적인 일이나 범죄 등 의심하는 상황이 오더군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하면서도 계속 보게 돼요. 하지만 결국 의심이 관심으로 뻗어간다는 걸 느꼈어요. 의심이라는 게 당연한 거고 기대감이 있으니까 의심도 생기는 게 아닐까요. 어찌 보면 순수한 감정의 표현 같았어요.”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 키워드는 ‘의심’이라는 얘기다. 의심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인식을 깔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이런 편견을 바꾸고 순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페인팅이나 네온 작업을 하겠지만 더 다양한 소재와 작업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그녀는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와 소재를 만나길 기다린다. 자신이 좋아서 여행을 다니고 작업을 하듯이 진심이 담긴 작업이라면 바라보는 사람들도 이를 알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먼저 가는 작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하늘을 나는 경험 “올해 초에 다녀온 하와이 여행에서 크게 기억에 남았던 사진이예요. 스카이 다이빙을 했던 경험인데 하늘에서 구름들 사이로 뛰어내리는 경험은 절대 어떤 놀이기구도, 점프도 비교할 수 없이 멋지고 설레였어요. 그 황홀하고 벅차기까지한 당시 느낌을 그대로 말로 표현해낼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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