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마치 초현실적이고 미래의 공상과학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강렬함이 돋보이는 조각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주로 유기적인 형태로 재해석된 생명체들의 형상들로 보여지는 작품들은 동물적인 요소와 식물적인 요소를 한 몸에 지니고 있어 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정욱장 학장(조소과.53)이 10월 3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1층에 마련한 전시의 풍경이다. 이 전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티센터의 '크리스탈스'에서 성황리에 개인전을 마친 것에 대한 귀국 보고전 성격을 띤 19번째 개인전으로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3미터가 넘는 대형 조각품 3점을 비롯해 2미터에 육박하는 중형 작품 5점 등 총 47점으로 이뤄진 전시에는 모두 광택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정 교수의 조각 작품이 지닌 주된 메시지는 '빈 여백'이다. 전시제목 'A Long Journey 2013'에서 느껴지듯 현재 진행형의 먼 길로 떠나는 여행이다. 멈출 수 없는 인생의 여정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며, 작품의 빛나는 금속의 표피는 세상 만물의 생명력이 시작되는 물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정욱장 교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 작품 세계에서 여백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여백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빈 공간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주관적 그 무엇을 의미한다"며 "여백은 단순화된 자연과 역사에 대한 본질의 초점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메시지는 최근 모든 인류의 공통된 화두인 환경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열대지방에서 사는 낙타나 코끼리 같으면서도 동시에 녹아내리는 빙하를 닮은 북극곰의 형상들은 인류가 스스로 자초한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둥근 알의 형상들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또 다른 생명들을 연상시키며, 과연 미래의 어떤 모습이겠는가를 묻고 있는 화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울산대 미술대학장으로 재직 중인 정욱장 교수는 서울과 홍콩,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13회의 개인전과 100여회 이상의 주요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동안 서울현대조각공모전과 부산야외조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서울조각회ㆍ현대공간회ㆍ한국미술협회ㆍ울산미술작품심의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올림픽공원, 창조의 언덕 조각공원(일본), 서울신문사, 제주신천지조각공원, 울산고래박물관 등 다수가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