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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청구권 포기한다’ 문구…신중 기해야

잘 몰랐다는 얘기는 법정서 안 통해, 민사와 형사 사건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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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3.24 13:27:29

“전 이미 벌금을 냈는데, 또 손해배상을 해야 된다고요?” 최근 상담했던 분이 제게 하신  말입니다. 이 분의 경우, 이웃 간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로 인해 다툼이 있었습니다. 쌍방에 약간의 물리적 폭력이 오간 후에 한쪽 편에 경미한 상해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출동했고, 결국 두 사람 모두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해를 입은 당사자가 다른 한 쪽 당사자에게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왔습니다.

상해의 정도에 비해 지나친 액수라 즉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상해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는 ‘신체 감정’입니다. 특히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신체감정이 필요한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도 이 비용을 내면서까지 소송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태였고, 결국 소송이 종결돼 약간의 위자료가 인정됐습니다.

물론 법원은 양 당사자의 쌍방 폭행인 점, 양쪽 당사자가 모두 처벌을 받았던 점을 고려해 판결을 했습니다. 즉,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별개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형을 선고 받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별도로 져야 합니다. 반대로 교통사고 사건 같은 경우, 합의를 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소송을 별도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해죄, 합의해도 처벌받는 경우 생겨

“2주 후에 뵙겠습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오던 대사입니다. 방송의 내용은 가사(家事) 사건을 조정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내용인데, 이러한 조정 제도는 각종 법률적 분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의 경우 법원에서 판사가 직접 조정을 하거나 조정위원에게 조정을 맡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정은 당사자의 합의로 이뤄지는데, 조정을 할 경우에는 ‘항소’가 불가능하고 양당사자의 합의로 모든 일이 종결되기 때문에 법원에서 선호하는 편입니다.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형사 사건에도 조정제도가 있습니다. 형사 조정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청에서 이뤄지는데, 저도 조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형사 사건의 경우 조정이 됐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즉시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조정에서 종종 보이는 형태가 폭행 사건과 상해사건입니다. 우리 형법은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단순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폭행죄로 고소가 된 경우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하면 즉시 종결됩니다.

만약 폭행죄로 기소가 된 후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표시를 했다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합니다. 폭행죄와 달리 상해죄는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합의를 한 경우 경미한 상해라면 수사 단계에서는 ‘기소유예’ 재판단계에서는 ‘선고유예’를 받을 수도 있고 처벌되는 형량이 크게 감해질 수 있습니다.


합의서 작성 시 주의할 점

형사 사건에서 합의가 됐는지, 피해자가 처벌하지 말라는 의사표시를 했는지 여부는 법원이 처벌하는 형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를 할 때는 합의서를 잘 작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별도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형사합의만을 해줄 의사였는데, 잘못된 합의서 문구로 인해 민사상 청구권까지 포기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합의서 작성 시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합의서에 많이 들어가는 ‘민·형사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라는 문구는 신중해야 합니다.

합의서도 일종의 계약서입니다. 합의서의 효력을 부정하려 하는 것은 계약서에 서명·날인해 놓고 계약서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충분한 증거와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소송에서 패소하고 나서 애꿎은 판사나 변호사를 원망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곤 합니다.

합의서의 효력이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은 다들 똑같습니다. “잘 모르고 작성했다.”, “나는 도장만 찍었을 뿐이다.”, “속아서 작성했다.”라고 하십니다. 결국 합의서 작성은 내가 했지만 내용을 잘 모르고 작성했다는 것인데, 잘 몰랐다는 이야기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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