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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대기업 규제하니 외국기업이 덕 봐 “국부유출 심각, 누가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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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2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3.31 14:12:08

‘규제는 거미줄과 같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나카르시스의 말이다. 약자나 빈자는 거기에 걸려서 꼼짝 못하지만, 강자나 부자는 뚫고 지나간다. 시대를 초월해 현실을 꿰뚫는 명언이다. 이 말이 다시 생각난 건 3월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회의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규제를 성토한 난상토론장이었다.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규제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따지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규제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 이제 운용의 문제를 따질 때다. 규제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건 외국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 있다. 국부유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는 거미줄” 약자는 걸려들고 강자는 뚫고 지나가

최근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 운영자로 화교자본 업체 교홍이 선정됐다. 얼마 전에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을 세계2위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가 가져갔다. 듀프리는 우리나라에 자본금 1000만원의 유한회사를 세운 뒤 이를 이용해 사업권을 따냈다. 중소·중견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입찰을 제한하자 되레 외국계가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대기업 규제에 따른 폐해와 역설은 부지기수다. 286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도 외국계가 독차지하고 있다. 상호출자가 제한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계열사 참여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와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한화호텔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 입찰자격 자체를 못 갖춘 업체가 많다.

지난 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부처 구내식당 위탁운영자는 미국계 아라코다. 연매출 15조원, 직원 26만명의 세계3위 미국회사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이다. 아라코는 이밖에 다산콜센터와 신용보증기관, 국립환경과학원 등도 가져갔다. 식당 운영만 아니라 매점까지도 챙겼다. 이러다간 국내시장 모두 외국계에 잠식당하게 생겼다.  

광고시장도 외국계 독무대다. 삼성화재 TV광고는 제일기획에서 미국계 TBWA로 바뀌었다.  LG생활건강 계열 더페이스샵 광고도 LG그룹 HS애드에서 휘닉스커뮤니케이션으로 넘어갔다.  일본계 덴츠와 보광의 합작 자회사다. LED조명시장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대기업이 빠지면서 필립스와 오스람 등 외국계가 장악했다. 조명시장의 60%가 외국계다.


규제로 대기업-중기 모두 피해, 외국기업 빈자리 메워

공공기관 시스템통합(SI)시장은 더 심각하다. 미국계 IBM과 HP가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과 미국계가 대주주인 대우정보시스템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장은 미국계 오피스디포가 차지하고 있다.

위와 같이 대기업 제한과 중소기업 지원이란 이분법적 규제와 대립적 사고가 본래의 목적에서 비껴나고 있다. 대기업은 역차별을 당하고, 중견·중소기업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도리어 국내시장을 외국계에 뺐기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심각한 국부유출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 입찰에 대기업·중소기업 컨소시엄에 입찰기회를 주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  

과연 누가 이 같은 ‘규제의 역설’에 책임을 질지 답답하다. 경제민주화니 일감몰아주기 규제니 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좋다고 한 게 되레 좋지 않은 결과를 빚는다면 다시 돌이켜볼 일이다. 대기업 불공정행위와 문어발확장은 규제해야 한다. 총수의 전횡에 대한 감시도 옳다. 규제와 제한도 나름 품격이 있다. 이제 차분히 국익을 따질 때다.

세계경제포럼(WEF) 자료(2012년)를 보니,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순위는 144개 국 중 19위지만 정부규제부담순위는 117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다. 선진국 문턱에서 할 일이 태산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죽는다. (부진불생 不進不生)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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