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은 진공청소기이자 태풍의 눈이다. 글로벌 거대자본을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질풍노도의 대박을 몰고 오는 태풍의 인자(因子)다.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13억 중국의 소비까지 바꾼 걸 보고 든 생각이다.
별그대의 힘은 대단했다. 10여 년 전 일본에 불었던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와는 비교가 안 된다. 도민준(김수현 역)과 천송이(전지현 역)는 새로운 한류스타에 합류했다. 우리나라 식음료와 치킨이 중국 소비까지 바꿨다.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조원의 경제효과를 유발시켰다. 아울러 중국 관광객은 34%나 증가했다. 모든 게 문화의 힘 덕택이다.
한류 드라마 한 편이 13억 중국 소비까지 바꿔
전지현이 드라마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이란 말을 쓰자 대륙에 치맥열풍이 불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중국식당에 치맥이란 메뉴가 등장했다. 덩달아 BBQ의 중국내 치킨판매는 30% 증가했다. 김수현이 언급한 라면이 농심의 중국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농심의 중국법인 농심차이나의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8%나 증가했다. 중국법인 설립 후 최대다.
중국 관광객들은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파리바게뜨 앞에서 장사진을 친다. 그녀의 실물 광고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빵을 사먹는다. 김수현이 광고로 등장하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베이징지역 매장 매출은 28%나 증가했다. 이들이 광고하는 의류나 화장품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이른바 ‘별그대 노믹스’ 의 위력이다.
김수현의 중국방송 1회 출연료는 5억원이다. 이달 초 중국이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장쑤성 성도인 난징을 방문했다. 장쑤성TV ‘최강대뇌‘ 프로그램에 출연해 번 돈이다. 방송국 도착부터 촬영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8시간이니 시간당 6000만원 꼴이다. 녹화현장을 보기 위한 입장권은 장당 87만원에 거래됐다. 인터넷에선 52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한류 드라마 열풍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재미있는 기사를 냈다. 제목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을 이끄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참석자들 사이에 오르내린 최대 이슈는 한국 드라마 열풍이라고 소개했다. 한류열풍이 글로벌 주목대상이 된 것이다.
한류에서 제2의 ‘스마트폰 신화’ 창조하자
워싱턴포스트는 1면에 전지현과 김수현 사진과 함께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기사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을 앞서고 있음을 극찬했다. 이어 왜 중국은 이런 대박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탄식하느라 반나절을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일본과 중국 등 강대국들은 역사와 정치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냉전(cold war)을 지나 ‘뜨거운 평화’(hot peace)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냉전이 전면충돌로 치닫지 않는 패권적 침묵의 연속경쟁이라면, 뜨거운 평화는 직접충돌도 불사하는 국지적 국가이익의 무한갈등이다.
지금은 이념이 아닌 국가이익이 충돌하는 시대다. 우크라이나, 시리아사태와 센카쿠논란이 그 예다. 강대국의 틈새에 낀 우리가 주목할 건 다름 아닌 한류의 가능성이다. 문화는 국경과 이념, 대립과 갈등을 초월한다. 문화만큼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가 없다. 이미 한류확산을 통해 그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리만 잘 모르지만 말이다.
국가 신성장동력을 한류에서 찾자. 한류는 제2의 스마트폰이나 다름없다. 세계에서 통하는 콘텐츠가 국익이다. 13억 대륙을 뒤흔든 ‘별에서 온 그대’는 공중파방송으로 방영된 드라마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전파됐을 뿐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국무상강무상약 國無常强無常弱) 오직 문화의 힘에 달렸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