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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저를 믿고 사셔도 좋습니다”

홈쇼핑 업체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문제 있어도 광고규제 대상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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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06.19 13:25:2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저도 이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며칠 바르지도 않았는데, 제 피부 좀 보세요. 이렇게 매끈해졌어요. 저를 믿고 사셔도 좋습니다.”

오늘도 TV를 켜면 홈쇼핑에서 화장품을 파는 방송이 보입니다. 화장품의 종류도 다양해서 저 같은 남자들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홈쇼핑을 계속해서 보다보면 저 화장품을 아내에게 사주지 않으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장품을 수식하는 문구도 ‘기적의 피부’, ‘힐링 크림’, ‘피부 재생’, ‘피부 보약’ 같이 저 제품을 사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듯 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쇼핑 호스트라고 불리는 진행자는 가끔은 혼자, 어떤 때는 연예인과 함께 나와서 우리의 소비 욕구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심지어 연예인 이름을 붙인 화장품도 있습니다. 연예인 이름을 붙인 마스크 팩, 아이크림, 마스카라 등 연예인들이 직접 출연해 같이 물건을 판매하고 수익의 일정부분을 나눠 갖거나 모델료를 지급 받습니다.

저도 홈쇼핑을 경험하기 전에는 도대체 실물을 보지 않고 TV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어느 순간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물건을 받고는 후회를 하던지 쓸데없는 것을 샀다고 아내에게 혼이 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 홈쇼핑의 화장품 광고는 법률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 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품법 제13조는 화장품의 제조업자 또는 판매자가 ①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②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심사를 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 ③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④그 밖에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홈쇼핑 광고

다만, 이 광고규제는 ‘제조업자 또는 판매자’가 대상입니다. 그런데 홈쇼핑 업체는 법률적으로 ‘통신판매중개업자’이지 제조업자나 판매자가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홈쇼핑 업체를 규제하기는 힘든 면이 있습니다.

작년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간 크림’이 TV홈쇼핑에서 판매가 돼 큰 문제가 됐었는데요, 해당 홈쇼핑 업체는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품을 회수하고 보상하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저도 화장품, 미용, 에스테틱(aesthetic) 회사의 자문을 많이 하다 보니 중소 화장품 회사가 TV홈쇼핑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홈쇼핑에 일단 입점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단품 판매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홈쇼핑 전용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크림, 마스크팩, 썬크림을 한 세트로 묶어 판매하던지, 사은품의 형태로 추가로 제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더구나 3회 방송이 예정돼 있다면, 전회 매진이 된다고 가정하고 그 수량만큼 재고를 확보해야 합니다. 홈쇼핑에서 화장품은 패키지 상품 형태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두 가지 제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을 필요한 만큼 생산해 창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사실 몇 가지 종류의 제품을 3~4회의 방송 분량만큼 재고를 보유하려면, 그 수량이 몇 만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홈쇼핑 업체의 책임 있는 자세 필요

그런데 첫 방송에서 충분한 수량이 팔리지가 않으면, 다음 방송부터는 황금 시간대에 방송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홈쇼핑은 언제 방송이 되느냐가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회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이미 생산해 놓은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화장품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 업체와 홈쇼핑 업체는 기를 쓰고 광고에 열을 올리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저도 이러한 어려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홈쇼핑 업체와 제조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TV홈쇼핑에는 대기업의 상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중소기업의 상품들이 판매됩니다. 우리는 TV홈쇼핑이라는 큰 회사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잘 모르는 회사의 생산 물건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홈쇼핑 업체가 신뢰를 잃는다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신이 만든 좋은 제품을 제대로 소개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앞으로 법률이 정비돼 적절히 규제를 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홈쇼핑 업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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