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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왜 불거졌나? “수익악화 심각, 은행·노조 상생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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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7호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2014.07.17 08:51:58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지성 씨와는 30년 지기(知己)다. 노조 32년 역사상 최초로 연임한 후 일선 지점장을 거쳤다. 조사역으로 근무하며 야간엔 MBA과정을 밟고 있다. 2002∼2008년 재임 당시 대주주 론스타 반대 단식투쟁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2003년 DJ정부에서 극비리에 벌어졌다. 10년이 지났지만, 론스타의 적격성 여부와 국부유출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외환은행은 IMF 당시 공적자금 없이 경영 정상화를 이룬 우량은행이었다. 일사불란했던 노조의 투쟁 동력도 변화를 맞고 있다. 론스타라는 실체적 공적(公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론스타 국부유출 아직도 논란…‘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

외환은행에서 20년을 근무한 후 금융전문기자로 활약한 김준환 씨는 투기자본 전문 분석가다. 국내 최초로 론스타펀드 투자자(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투자금액 내역을 조사했다. 투기성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관료들의 유착관계를 밝혔다. 국회문서 수천 페이지와 국정감사·감사원자료, 대검 수사자료와 법원 판결문 등을 통해 론스타의 등장과 전횡을 해부했다.

김준환 씨는 ‘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다’를 펴냈다. 책 제목은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의 말이다. 잭슨은 미국 국책은행인 미합중국은행이 외국인에게 넘어갈 위기에 몰리자 외국 지분 허가를 취소했다. 군대는 외국서 수입할 수 있지만 은행은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은 경제의 심장이다. 심장이 튼튼해야 피가 잘 돈다. 피가 잘 돌아야 경제에 활력이 돈다.

2년 전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펀드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하고 논의를 거쳐 두 은행을 통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론을 꺼냈다. 경영지표에 적신호가 커졌다는 이유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조기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2011년 1조 2070억원에서 2013년 6550억원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외환은행은 1조 622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추락했다. 이러다간 둘 다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통합의 시너지가 절실하다. 자산기준 일본 2위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경우, 2013년 자회사인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티드은행의 통합으로 비용절감과 수익향상을 이뤘다. 


하나·외환銀 경영지표 적신호…금융권 전반 수익악화·감원 칼바람

최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 통합 반대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2013년 4월 외환은행 노조와 우리사주, 소액주주 등 357명이 제기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에서 졌다. 외환카드 분사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파업의 명분을 잃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상생의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은행권은 지금 칼바람이 불고 있다. 수익악화와 감원에 금융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2011년 11조 8000억에서 지난해 3조 9000억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올해만 구조조정으로 5000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이미 650명을 희망퇴직 시켰다. 시중은행들은 IMF 이후 최대 규모로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표류는 천수답(天水沓) 관행에 의존한 업보다.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다 집값 오름세가 꺾이자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속수무책이 됐다. 해외시장 공략은 꿈도 못 꾼다. 순환보직과  단일호봉제에 묶여 고급인력 확보가 물 건너갔다. 이자 단맛에 빠져 소매금융과 예대마진에 안이하게 기댔다. 보험·증권 등 금융권 전반의 수익기반이 무너진 지 오래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말대로, 금융권은 매일 여름인줄 알고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않다가 갑자기 겨울을 맞아 덜덜 떨고 있다. 공존공생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 물 마실 때 우물 판 사람을 생각하자. (음수사원 飮水思源) 김지성 씨가 말했다. “국가가 없으면 은행도 없듯, 은행이 없으면 노조도 없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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