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주목 작가 - 조민석]임시구조물 ‘링돔’ 한국 최초 선보여
원형의 기하학적 형태로 고정, 모호한 공간으로 치환시켜
▲플라토에 설치된 작업을 설명하고 있는 건축가 조민석.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상하이 엑스포 2012 한국관, 강남역 사거리 부티크 모나코, 제주도 다음 스페이스닷원, 서교동 자이 갤러리,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청담동 네이처포엠, 오설록-티스톤…. 눈길을 끄는 이들 건물을 지은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가 11월 20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마련된다.
2014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참여했던 건축가 조민석(48)의 첫 번째 개인전 ‘매스스터디 건축하기 전(前) 후(後)’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는 건축가로서 12년간 진행한 69개 프로젝트의 도면, 모형, 드로잉 등 283점의 작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민석은 ‘체계적 불 균질성’을 모토로 건축을 바둑과 비교하며, 바둑판의 규칙적인 선 안에서 기사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둑을 두듯이 한다. 건축가 역시 현실 인식과 고도의 지식, 그리고 몇 수 이후를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을 갖춰야만 자신만의 건축관을 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플라토 조민석 개인전 ‘매스스터디 건축하기 전/후’의 ‘링돔’ 전시 전경. 사진 = 삼성미술관
그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의 OMA에서 근무하는 등 뉴욕과 네덜란드에서 활동했으며 2003년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해 본인의 건축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조민석은 주문 생산이라는 건축메커니즘 안에서 비판적이면서도 상황주도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그만의 독창적인 건축을 고집스럽게 지켜 왔다.
건축가로서 미술관에서 갖는 첫 번째 전시장인 플라토 글라스 파빌리온에는 750개의 훌라후프를 엮어서 만든 지름 9미터의 원형 임시구조물 ‘링돔’을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뉴욕과 밀라노, 요코하마 등에 설치된 바 있는 ‘링돔’은 설치 공간을 원형의 기하학적 형태로 고정하는 동시에 개방한 모호한 공간으로 치환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이다.
작가주의 표방하는 섬세한 건축가
플라토에서는 공공의 활용을 선호하는 조민석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전시 기간 동안 글라스 파빌리온을 일반 관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한편 건축가와의 대화, 워크숍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관람객과의 열린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
이 구조물은 조민석이 건물의 활용 기간을 가늠해 구조의 내구성과 물리적 견고함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임시 건축물’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지 자문한 결과물의 하나이다.
그는 이 같은 공간과 지속성의 상호 의존은 ‘장소 특정적’ 건축이 장소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이 시간에 상응하는 ‘시간 특정적’ 건축의 잠재성을 제안한다.
건축물 완성 이전의 과정을 보여주는 ‘Before(이전의 세계)’ 공간에는 매스스터디스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 한 작업의 과정을 그대로 펼쳐 놓았다.
이 중에는 실제 건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아이디어로 끝난 프로젝트들로 포함되어 있어, 작가로서의 상상력에서만 존재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플라토에 설치된 ‘매스스터디 건축하기 전/후’전 작품들. 사진 = 왕진오 기자
건물의 완성 후를 보여주는 ‘After(이후의 세계)’ 전시장에서는 도면에서 시작해 도심에 우뚝 세워진 건축물들이 사람들에게 사용되면서 변화하는 건축 이후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조민석이 ‘건축하기’를 통해 구축하려는 미완의 체계적 지식과 잠재적인 새로운 ‘총체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건축 전/후라는 두 세계를 가설적으로 양분해서 현시점을 ‘전’에 관한 평가의 장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후’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또한 예술로서의 건축을 감상하고자 하는 미술애호가들 뿐 아니라 건축 공학에 관심이 많은 건축학도 뿐 아니라 다양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건축가로서 조민석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 받을 것이다.
한국의 차세대 건축가 중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이자 현대 미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민석은 체계적인 건축 디자인 사업가로서 동시에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섬세한 건축가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2000년 뉴욕 건축연맹이 주관하는 ‘미국 젊은 건축가상(Young Architects Award)’을 수상했고 ’부티크 모나코‘로 2008년 ’국제 고층건물상 톱 5‘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으로 ‘국제 박람회 기구(B. I. E)’ 의 건축부분 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참여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