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마케팅 대결 ③]이건그룹 박영주 회장 “25년 음악지원 하니 임직원도 음악가”
▲이건그룹 박영주 회장이 메세나인상 수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이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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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진우 기자)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음악회를 진행하면서, 임직원들도 음악을 통한 교감에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일방적으로 음악인들에게 도움만 주는 게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도 도움을 받는 윈-윈 활동이다.”
이건그룹 박영주 회장은 ‘메세나’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 체코 아카데미 목관 5중주단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가을 ‘이건음악회’ 개최 등 음악 후원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5년 간의 활동은 메세나의 ‘지속성’을 확립하는 한편, 기업의 올바른 예술지원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건음악회는 국내외 실력파 음악가들을 섭외하는 기획공연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 열린 제25회 이건음악회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윈드퀸텟 멤버들을 초청해 부산, 경기 고양, 서울, 인천, 광주 5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어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건은 국내외의 전도유망한 실력파 음악가를 발굴하고,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예술 공헌을 통한 사회 환원을 추구하고 있다. 이건음악회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이건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 진행에 참여한다.
이건음악회는 소외지역은 물론,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문화나눔을 위해 매년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립 서울맹학교와 부산 시립소년의 집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제18회 이건음악회를 시작으로, △제23회: 시각장애아동 교육기관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 앙상블 협연 △제24회: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시몬 디너스틴 공연 △제25회: 청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사랑의 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과 베를린 필하모닉 윈드퀸텟이 언어와 장애를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마스터 클래스를 각각 진행해왔다.
박 회장은 “이건음악회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25년 동안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서 클래식음악 감상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IMF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이건음악회만은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메세나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건 가족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이건그룹
이어 그는 “또한 국내외 실력파 음악가를 발굴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성과가 있다. 실력에 비해 덜 알려진 음악가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이후에 그들의 명성이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때마다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솔로몬 군도에 병원 세우고, 칠레에선 장학사업
이건은 전 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음악회도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직원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08년부터는 사내 오케스트라인 ‘이건 앙상블’을 탄생시켜, 바이올린, 첼로, 색소폰, 플루트 등 악기를 직접 배우고 연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1989년부터 이건산업 조림지가 있는 솔로몬 군도에 이건재단을 설립하고 무료 의료사업, 장학사업, 농업 및 임업기술 전수사업 등 현지 원주민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1991년에는 솔로몬군도 초이셀 섬에 승민기념병원을 열고 원주민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개원 이후 수만 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혜택을 받았고, 솔로몬의 많은 신생아들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아라라 지역에 클리닉을 추가 운영하고 있고, 각 소재지의 주 정부를 통해 주민에게 부족한 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칠레에서는 장학사업, 사생대회 개최, 경보단 후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9년 이건장학회를 세우고 현지 고등학교와 대학의 추천을 받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999년부터 매년 칠레 라우타로 시에서 어린이 사생대회를 열고 있다. 사생대회는 유치부,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가 대상이며, 등급 별로 1, 2, 3등을 뽑아 시상한다. 이 대회는 라우타로시 시장을 비롯해 많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중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라우타로 지역사회에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했다. 피아노 기증 후 첫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남미에서 유명한 칠레의 피아니스트인 로베르토 브라보(Roberto Bravo)를 초청했다. 다행히 그는 이건의 좋은 뜻에 공감해 흔쾌히 연주에 응해줬다. 덕분에 라우타로 사람들에게 음악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 다양한 CSR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2001년 각각 솔로몬군도 정부와 칠레 정부로부터 최고훈장을 받았다. 또한 2005년에는 독일 몽블랑 문화재단이 문화경영을 선구적으로 실천해 온 메세나 인사에게 수여하는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했다.
박 회장은 또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의 제7대 회장을 2005년 10월~2012년 2월 역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4 한국메세나대회에서 메세나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 예술의 전당 이사장 등 예술후원 기관장으로서 기업에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고, 예술 후원을 독려해 진정한 메세나인으로서 귀감이 되고 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