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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 KCC 바닥재-창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짧아도 임팩트 있는 멘트와 청아한 배경음악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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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1호 윤지원⁄ 2017.04.11 09:13:30

▲막 뛰어다니기 시작한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 마음을 표현한 KCC 바닥재 광고. (사진 = 광고화면 캡처)


벚꽃과 함께 봄비와 꽃샘추위도 찾아왔다. 지난겨울 창문에 붙였던 ‘뽁뽁이’를 너무 빨리 벗겨냈다고 후회가 될 무렵, 공감대를 건드리는 따뜻한 광고 두 편이 마음을 녹인다.

두 돌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가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엄마한테 혼이 났는지 주눅 들어 울상인 아이 얼굴도 한 쇼트 지나간다. 이 단순한 화면 위로 엄마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걸음마 하라고 재촉할 땐 언제고, 자꾸만 뛰지 말라고 소리쳐서 미안. 엄마가 골랐어.”

마지막 쇼트에서는 다가오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엄마”라며 반기는 모습이다. 

KCC 바닥재 광고는 이게 전부다. 딱 33자의 대사와 여덟 개 쇼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짧은 광고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략적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살기 때문이다.

심플한 구성에 공감대 듬뿍

젊은 엄마는 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었을 것이다. 겨우 혼자서 일어서게 된 아이 손을 잡고 끌어당기다가, 가끔은 욕심이 지나쳐 너무 일찍 손을 놓아 넘어뜨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자라서 드디어 걸음마도 시작하고, 이젠 잘만 뛰어다닌다.

아이가 뛰면 엄마에겐 다른 걱정이 생긴다. 바로 ‘층간 소음’이다. 아래층 사는 이웃이 이해심과 배려심이 풍부한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엄마는 그 집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엄마는 아이가 뛸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에게 몇 번이나 “뛰지 마”라고 소리치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자기 다리의 새로운 기능을 깨닫고, 빠르게 이 방 저 방 누비고 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다. 엄마 말을 한 번에 알아듣고 멈추거나 발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걷는 자제력을 발휘할 리 만무하다.

엄마의 “뛰지 마”가 버럭 하는 소리와 함께 “뛰지 말랬지?”로 바뀌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표정을 짓고 울곤 했을 것이다. 그 모습에 엄마는 자신의 버럭을 후회하고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안아주곤 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거듭됐을까?

엄마는 아이가 집안에서도 맘껏 뛰어다녀도 아래층에 큰 폐를 끼치지 않는 방안을 고민했을 것이고, 바닥재를 바꾸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회사에서 나온 바닥재를 비교 검토해보고 그 중 층간소음 방지 성능이 가장 탁월하다는 바닥재를 하나 선택했을 것이다.

KCC바닥재가 실제로 가장 뛰어난 소음방지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엄마 마음으로 골랐다니 왠지 믿음이 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광고의 힘이다.

▲검소한 부모님 집의 낡은 창문을 바꿔주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표현한 KCC 창호 광고. (사진 = 광고화면 캡처)


KCC 창호 광고도 같은 콘셉트를 변주한다. 이번엔 장가를 갔는지 취직을 했는지, 부모님과 분가한 아들이 화자(話者)로 나와 엄마와 창문의 사투를 지켜본다.

“창밖엔 봄이 찾아 왔지만 엄마, 아직 바람이 차네요. 아들이 골랐어.”

검소한 부모님 댁. 낡은 창문 틈에선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뽁뽁이를 붙여 방한 처리를 했는데, 그 귀퉁이가 바들바들 떨릴만큼 외풍이 세다. 창문틀이 비틀렸는지 한번 열면 잘 닫히지도 않는다. 저 상태로 지난 겨울을 나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아들은 비록 봄이 오긴 했지만 창문을 바꿔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어느덧 훌쩍 자란 아들이 새로 달아준 창문을 닦으며 뿌듯해 하던 엄마는 등 뒤로 다가오는 아들을 반기며 “아들~” 하고 부른다. '바닥재 편'과 똑같은 콘셉트에 대사는 26자로 더 심플하고, 편집은 아홉 컷으로 약간 더 디테일하다.

“엄마가 골랐어”와 “아들이 골랐어”는 친근할 뿐 아니라 자신감까지 느껴지는 말이다. 그리고 가족애가 바탕이 된 선택이라고 하면 제품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보여주기도 아주 간단하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한국 광고계의 전설적인 카피로 통하는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에 버금갈 정도로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카피라며 이 카피를 극찬했다.

그는 “또한, 최대한 단순한 내용으로 스토리보드를 구성하고,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를 연출한 것이 이 훌륭한 카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품의 성능을 부각시키거나 설명을 담는 CG는 최소한으로 사용되었는데, “더 붙었으면 사족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이레빗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커버) 뮤직비디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절묘한 배경음악 선곡

한편, 광고 음악의 선택도 두 광고의 따뜻한 정서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두 편의 광고에 공통적으로 여성 포크송 듀오 ‘제이레빗(J. Rabbit)’이 부른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커버곡이 쓰인다. 

아들이 고른 창호 광고에서는 외풍이 부는 장면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가사가 또렷이 들려, 화면 설명과 맞아 떨어지는 효과를 준다. CM송이 아닌 배경음악으로 쓰는 음악을 이처럼 가사가 노골적으로 들리게 쓰는 것은 과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기피했던 방식이다. 최근에는 일종의 ‘말장난 농담’처럼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가사를 부각시켜서 사용하는 편인데, 그럴 때도 대개는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들리는 이 가사는 것은 화면을 보충설명 하기 위해 일부러 삽입한 내레이션처럼 들리면서 거슬리지 않고, 동시에 웃기지도 않고 오히려 광고의 정서를 더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제이레빗이 부른 노래 자체의 힘이다. 

김광석의 원곡은 쉬운 멜로디를 지녔고 잘 알려진 곡이어서 친근하다. 커버곡 역시 어떠한 전자음도 섞이지 않고, 포크음악 특유의 어쿠스틱 악기와 두 여성 멤버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곡이어서 친근하게 와 닿는다. 특히 제이레빗은 메인보컬 정혜선의 청아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정평이 나 있는 밴드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엄마가 고른 바닥재 광고에서도 같은 곡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노래를 시종일관 딸아이가 뛰어다니기만 하는 화면 위에 어떻게 붙여야 자연스러울 것인가? 마침 이 곡에는 정다운과 정혜선이 함께 가사 없이 “랄랄라~”로 노래를 이어가는 후렴구가 있고, 이 구절이 이 광고에 쓰였다. 

제이레빗의 음악세계에는 동화나 동요를 추구하는 면이 늘 존재해 왔다. 이러한 이들 특유의 동심(童心)이 바로 이 구절에 잘 녹아있다. 어찌 보면 이 두 광고에 이 노래를 선택하는 계기는 위에 언급한 가사가 아니라 바로 이 구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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