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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약식명령 벌금에 맞서다 벌금 더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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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12.26 09:25:26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해마다 연말이면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많아집니다. 음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음주운전 외에도, 음주 후 택시기사님과 시비가 붙어서 폭행죄나 상해죄를 범하는 경우도 있고, 술자리에서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죄를 범한 가해자들이 흔히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검사가 벌금을 때렸다” 혹은 “벌금 100만원 맞았다”라는 식의 말입니다. 

“벌금을 때렸다”거나 “벌금을 맞았다”는 말은 물론 정식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이런 말은 바로 약식명령(略式命令)으로 벌금이 부과된 경우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약식명령 제도는 말 그대로 정식(定式)이 아니라 일부 절차가 생략된 간이한 재판 형태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법정에서 진행되는 형사재판 절차(공판절차)를 생략한 명령제도입니다.

불복해도 벌금 늘지 않는 맹점을 개선

검사는 벌금·과료·몰수에 처할 경미한 사건에 대해 액수를 정해서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합니다. 그러면 담당 판사가 검사의 청구를 확인한 후 약식명령을 발령합니다. 피고인은 이 약식명령장을 받은 후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7일이 경과한 경우 그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그 약식명령에 기재된 벌금이나 과료 등을 납부해야 합니다. 검사는 징역형에 처해야 할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 없으며,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한 경우에 담당 판사가 약식명령에서 기재된 벌금·과료 등이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정식 공판절차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식명령에 불복을 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제도의 맹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불이익변경금지’라는 것이었는데, 판사는 정식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이 약식명령에서 받았던 벌금보다 높은 벌금이나 징역형을 선고할 수가 없습니다. 약식명령에서 1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 경우, 판사는 벌금을 줄여서 선고할 수만 있지, 200만 원이나 300만 원으로 벌금을 올리거나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정식재판청구권을 남용하는 피고인들이 많았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에 증인신청을 남발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1997년 1월 1일에 시행되었는데, 도입 직후인 1997년에는 정식재판 청구비율이 전체 사건 대비 1.8%(약 1만 4000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기준 약 10%(6만 6201건) 수준으로 폭증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법무부에서는 지난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당시 법무부가 밝힌 법령 개정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 접대원 고용 사실이 적발돼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약식명령을 선고받았음에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지연시키기 위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함으로써 대법원 판결 확정 시까지 2년 2개월간 영업을 지속하는 사례

▶ 폭행죄로 약식명령 100만 원이 발부된 사건에서 해당 장면이 녹화된 CCTV가 조작되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증인으로 11명을 신청하는 등 재판을 장기적으로 지연시키는 사건에서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는 불가한 사례

▲DJ 비자금 제보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12월 15일 국회 본청에서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약식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말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너무한 사람들입니다.

결국 이 불이익변경금지라는 제도는 ‘형종 상향의 금지’로 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판사는 약식명령을 불복한 사건에서 벌금의 액수를 올릴 수가 있습니다. 다만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어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약식명령 사건 중 정식재판 청구 현황. 사진 = 금태섭 의원실

이 제도는 2017년 12월 19일부터 시행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식재판청구권을 남용하는 피고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정말 억울한 피고인이 보다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약식명령 우편 못 받은 경우엔 이렇게

약식명령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약식명령은 우편으로 송달이 되고 기간이 지나면 확정이 됩니다. 그래서 종종 피고인이 약식명령장을 받지 못한 채 약식명령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약식명령이 송달될 때 집에 사람이 없어서 공시송달로 약식명령이 결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식으로 피고인 본인은 모르는 상태에서 벌금을 안 냈다는 이유로 수배 되거나 계좌를 압류 당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법은 구제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정식재판회복청구’라는 제도인데, 자신이 약식명령을 받지 못했으며, 약식명령을 받지 못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서 다시 정식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면, 전문가와 상담한 후에 빠른 시일 내에 정식재판회복을 청구해야 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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