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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72)] 한국전 유일 참전 콜롬비아의 보물같은 칸델라리아

안전하고 깨끗한 역사문화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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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6.04 09:33:56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관광 1번지 칸델라리아


칸델라리아(La Candelaria) 역사문화 지구를 찾는다. 보고타의 관광 1번지이자 정치, 문화, 금융의 1번지이다. 콜로니얼 건축물, 교회뿐만 아니라 대통령궁, 의회, 각종 정부 관청, 박물관, 그리고 은행 등이 거의 모두 여기 모여 있다. 


칸델라리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가(Carrea 7)는 차량통행 금지 구역이기 때문에 걷기에 쾌적하다. 게다가 길 양편으로는 각종 상점과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금 박물관(Museo de Oro)부터 찾는다. 입장하려니 60세 이상은 무료란다. 입장료가 한화 환산 1600원이니 큰돈은 아니지만 내 나라에서도 아직 받아본 적이 없는 생애 최초의 경로 혜택을 콜롬비아에서 받는다. 경로라는 개념이 나에게 적용될 만큼 나이가 들었음을 깨달으니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 금 박물관은 보고타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이지만 사실은 금 이외에도 모든 금속 관련 이야기를 담은 곳이다. 선사 이전 선주민들이 사용했던 각종 금속 발굴물들의 정교함이 상당한 수준이다. 금속과 인간, 사회 등 사회학적 접근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칸델라리아 콜로니얼 거리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숙박, 상업 시설을 제한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고즈넉해서 좋다. 칸델라리아의 중심은 볼리바르 광장(Plaza de Bolivar)이다. 볼리바르 동상을 가운데 두고 광장은 대성당(Catedral Primada)과 법무부 등 각종 공공건물에 에워싸여 있다. 


 

칸델라리아 역사문화지구의 중심은 볼리바르 광장이다. 대성당과 여러 공공건물들이 볼리바르 동상을 에워싸고 있다. 사진 = 김현주 교수

라틴아메리카 유일의 한국전 참전국


군사 박물관을 찾아간다. 콜롬비아와 우리나라의 특별한 인연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에 미국의 동맹군으로 전투병을 파견한 것이 그것이다. 군사 박물관 2층 중앙에는 한국전 특별실이 마련되어 있다. 1950년 한국전이 발발하자 콜롬비아는 신속히 해군 함정 1척과 승조원들을 차출하여 한국에 파견한다. 그리고는 곧 1개 보병대대, 이른바 ‘Batallon Colombia(콜롬비아 대대)’를 파병한 라틴아메리카 유일의 참전국이다. 자기들도 먹고 사는 것이 신통치 않던 시절인데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첫 병력 1060명은 1951년 5월 보고타를 출발하여 거의 한 달 항해 끝에 1951년 6월 부산에 입항했다. 이후 연 5314명의 병력이 주로 한국 동부 전선과 철의 삼각지대 등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그 중 136명은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다니 가슴이 찡해진다. 난생 처음 와보는 나라의 국기 앞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지키지 않는다면 자유의 축복을 누릴 수 없다”는 맥아더의 말을 음미하며 관람을 마친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관광 1번지인 칸델라리아 역사문화지구의 아름다운 건축물. 사진 = 김현주 교수
남미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국인 콜롬비아의 국립 군사박물관에는 한국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사진 = 김현주 교수

14일차 (보고타)


오늘도 찬란한 날씨로 하루를 연다. 날씨로만 따진다면 보고타는 지상낙원이다. 날씨만큼 사람들도 낙천적이고 따뜻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면 나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음식을 다 먹으면 어땠냐고 꼭 물어본다. 만약 내 대답이 신통치 않으면 금세 울어버릴 사람들이다. 


도시를 떠나기 전 온전히 하루가 남아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짬을 내어 국립박물관을 찾는다. 여기서도 경로 우대로 무료 입장의 혜택을 받는다. 박물관 1층 한켠,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방문자들을 위한 칠판이 있어서 나도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인류애(Humanidad)’라는 글자를 남긴다. 박물관은 선주민 권리 운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스페인에 의한 건국, 독립, 현재까지의 역사와 문화, 정치, 예술 등을 다룬다. 2층 넓은 벽 전체를 배려한 다양성의 벽(Muro de Diversidad, the Wall of Diversity)이 이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0세 이상에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무료입장 혜택을 주는 콜롬비아 국립박물관. 사진 = 김현주 교수
콜롬비아 국립박물관의 메시지 칠판에 ‘인류애(Humanidad)’라는 글자를 ’김‘이라는 한국 이름과 함께 남겼다. 사진 = 김현주 교수

15일차 (보고타 → 과테말라 시티)


남미 여행 꿀팁 - 항공권 구입: 멋진 도시, 멋진 사람들과 헤어지는 아침이다. 3박 4일 여유 속에서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흉내내보았다. 다시 오기 힘든 머나먼 곳이다. 이쯤에서 이번 중남미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항공권 구입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중남미는 아프리카처럼 대륙 내 지역간(국가간) 항공 요금이 매우 비싸다. 이번 여행길에서 이용하는 항공기마다 예외 없이 언제나 만석인 것으로 보아 중남미에서 항공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에 틀림없다. 


이번 여행에서 빈번한 장거리 항공 이동이 가능했던 것은 아시아나 마일리지 덕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 항공사 동맹체에는 아비앙카(Avianca), 코파(Copa) 등 중남미 지역에 방대한 노선망을 가지고 있는 항공사들이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간 이동은 주로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했다. 


◇브라질 국내선 이동은 직접 구매했다. 브라질 국내선은 TAM, GOL, Latam, Azul, Avianca 등 여러 항공사가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기 때문에 잘 찾으면 요금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브라질 상파울루(GRU)에서 볼리비아 산타크루즈(VVI) 구간은 볼리비아항공(Boliviana) 편도, 산타크루즈-포토시, 우유니-라파스 구간은 볼리비아 국내선 항공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했다. 아주 약간의 스페인어를 알거나 구글 번역기를 활용하여 볼리비아항공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면 가장 저렴하다. 


◇라파스(LPB) - 보고타(BOG) - 과테말라시티(GUA)로 이어진 북행길과 니카라과 마나과(MGA) - 보고타 - 상파울루(GRU) 구간 남행길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스타 얼라이언스 소속 아비앙카(AVianca) 항공권을 구입하여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직접 구매하면 백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비싼 항공권인데 말이다. 게다가 마일리지 공제도 다른 대륙에 비해서 훨씬 너그러우니 남미 여러 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을 꼭 검토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아니었다면 중남미 대륙을 남북으로 오르내리는 이번 여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참고로, 과테말라시티에서 니카라과 마나과 편도 구간은 마침 저렴한 항공 요금이 있어서 직접 구매했다. 

 

과테말라에 들어서니 ‘치안을 조심하라’는 외무부 문자가 들어온다. 과테말라시티의 헌법광장에는 웅장한 정부 청사와 산타 이글레시아 성당이 있지만 경찰 또한 많다. 사진 = 김현주 교수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을 이륙한 아비앙카 항공기는 2시간 40분 후 분화구를 품은 높은 화산들이 열병하듯 서있는 사이를 곡예하듯 비집고 들어가 과테말라시티(La ciudad de Guatemala)에 안착한다. 과테말라는 중앙아메리카(중미, Mesoamerica, Central America)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1660만 명), 코스타리카(Costa Rica) 다음으로 경제력이 크다. 그래도 1인당 GDP는 4147달러로서 가난하다. 과거 마야 문명의 중심지였던 이 나라는 1511년 스페인에 정복당해 310년간 식민지로 지내다가 1821년 독립했다. 20세기 들어서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의 과일 재벌과 미국 정부의 간섭(지원)을 받는 독재 정부와 이에 저항하는 좌파 반군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었다. 1996년 평화협정 이후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정 불안이 지속되는 땅이다. 


과테말라의 한국인


과테말라인들은 해외 거주자도 많아서 미국에만 50만~15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역으로 정부의 투자 유인 정책으로 이민자들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중에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약 5000명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인들은 봉제업과 의류업에 종사하면서 이 나라 수출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큰(10만 9000 평방킬로미터) 과테말라는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하고 있고 태평양과 대서양이 모두 가까워서 화산이나 지진, 해일, 태풍도 빈번하다.  


공항 터미널을 나오니 날씨가 꽤 서늘하다. 해발고도는 보고타보다 1000미터 이상 낮은 1500미터이지만 멕시코 바로 아래까지 꽤나 북쪽으로 올라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통상 멕시코부터 북미에 속하므로 중미의 최북단에 도착한 것이다. 어찌 보면 오지에 속하는 어중간한 위치라서 쉽게 와지지 않는 곳에 발을 디뎠다는 작은 희열을 느낀다.


과장하는 외교부 문자


휴대폰을 켜니 “대낮에도 버스에서 강도 당하는 일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라는 한국 외교부 발신 문자 메시지가 뜨지만 세계 다른 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평온하다. 외교부 문자 메시지는 이 세상에 맘놓고 다닐 곳은 별로 없을 정도로 과장이 심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찾은 낯선 도시에서 만용을 부릴 수는 없으니 바짝 주의한다. 평소답지 않게 택시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인구 200만, 광역 350만의 도시는 제법 번잡하다. 남미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은 듯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 피자헛, 타코벨 등 미국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식당이 거의 한 집 걸러 있을 정도이다. 


예약해 놓은 숙소는 구시가지 복판 헌법광장(Plaza de la Constitucion) 부근의 좋은 위치에 있다. 광장은 웅장한 정부 청사(Palacio Nacional de la Cultura)와 산타 이글레시아 성당(Santa Iglesia Catedral Metropolitana)이 둘러싸고 있다. 경찰이 골목마다 지키고 있어서 으슥한 곳에 가지 않는 한, 그리고 밤에 돌아다니지 않는 한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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