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안국약품이 갤러리AG를 통해 ‘신진작가’를 외치며 진정한 문화 예술 후원을 위해 한걸음 더 내딛는다.
안국약품은 2008년 9월 사옥 1층에 비영리문화공간 갤러리AG 공간을 마련했다. 아픈 몸을 낫게 만드는 약을 만드는 안국약품이, 사람들의 지친 마음까지 예술의 힘으로 보듬겠다는 취지 아래 마련한 공간이었다.
주목받는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이 공간은 대중 친화적인 성격을 확실하게 갖췄다. 먼저 안국약품 사옥에 위치하지만 별도 입구가 설치돼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안국약품 직원들이 업무 중 잠시 휴식을 취하러, 또는 회의를 하러 오기도 했고, 동네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작품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가기도 했다. 이 풍경은 올해도 여전했다.
가수로도 알려진 솔비(권지안)를 비롯해 배우 이광기까지 유명 인사의 전시도 선보였고, 지역 주민과 직장인을 위한 미술힐링 프로그램, AG아트스쿨, 신진작가 공모전, 어린이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반 대중과 예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가운데 주축을 이루는 안국약품이라는 정체성 또한 잃지 않기 위해 안국약품, 건강을 주제로 한 공모전을 꾸준히 열어 왔다. 다양한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한국메세나대회’에서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제약기업 중엔 안국약품이 유일하게 선정돼 더욱 주목받은 성과였다.
전문성 강화 위해 안국문화재단 설립
이 가운데 안국약품은 지난해 9월 별도 법인으로 안국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전시를 후원하는 형태로 갤러리AG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갤러리AG는 안국약품 안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갤러리로서 또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 것. 지난해 과도기를 거쳐 올해부터 안국문화재단의 이름을 내건 전시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됐다.
여기엔 ‘우수의약품 개발을 통한 인류 건강과 행복 실현’이라는 생명 존중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서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하겠다는 안국약품의 의도가 반영됐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들은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지만, 이 가운데 해당 기업의 특성을 아주 배제시킬 수는 없어 작품 전시의 범주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 안국약품은 보다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전문성 강화 차원의 길을 택했고, 이 차원에서 안국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안국약품 측은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작가들의 창작 의지 고취와 발전을 꾀하고, 시각예술창작 분야의 후원과 지원을 재단법인 안국문화재단, 갤러리AG를 통해 앞으로도 실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의 갤러리AG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2019 AG신진작가 대상 공모전’이 열리고 있다. 김대현, 오세경, 이상우, 임희재, 한지민, 황규민 작가가 참여하며, 전시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인터뷰] “진정한 ‘신진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게 목적”
장승현 안국문화재단(안국약품) 갤러리AG 사무국장/큐레이터
“진정한 의미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싶다.”
‘2019 AG신진작가 대상 공모전’을 기획한 장승현 안국문화재단(안국약품) 갤러리AG 사무국장/큐레이터는 갤러리AG의 정체성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은 이미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신진작가의 개념은 일반적인 개념과 확연히 달랐다.
- 신진작가 공모전은 이미 많은데 갤러리AG의 이번 공모전이 차별화되는 점은?
“면접을 없앴다.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거쳤다. 가장 많이 들린 이야기 중 하나가 면접이 본질을 가린다는 것이었다. 면접 과정에서 작품이 아닌 작가의 성격, 외모 등에 더 치중해 끼어드는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면접을 없앴다. 작가 포트폴리오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다.
심사위원의 자질에도 신경 썼다. 심상용 심사위원장을 주축으로 미술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미술계 유행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참신한 작품을 찾아내는 눈을 지닌 전문가들이다. 공모전이 단순히 상을 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이 전시를 계기로 작가들이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해주길 바라는 데 뜻을 모았다.”
- 공모전이 세운 신진작가의 기준도 따로 있었나?
“상업갤러리 초대전을 3회 이상 가졌으면 이번 공모전 대상에서 제외했다. 실상은 대관전인데 겉으로만 초대전 형태를 띤 경력들도 경계했다. 포장된 경력을 벗기고 진짜 재능 있는 신진작가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신진작가를 가리는 기준으로 나이를 세우지 않았다. ‘신진작가=청년작가’ 개념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렇다보니 이미 미술계에서 자리를 구축한 원로작가, 그리고 다양한 제도와 공모전의 혜택을 받는 청년 작가들 사이에 낀 중년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자리가 없어졌다. 작가들의 작업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나이에서 걸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능력 있는 신진작가를 가리기 위해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제출 포트폴리오에서 작품 개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보통 10점 이내 20점 이내 식으로 작품 개수에 제한을 두는 공모전이 많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작업 활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작업들 중 적당한 것을 추려서 공모전 이곳저곳에 작품을 돌리는 경우가 많더라. 이미 다른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품을 내놓는 작가도 있었다. 공모전이 작가의 진정어린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 경력을 쌓기 위한 자리로 전락한 것이다. 그래서 그 제한을 풀었다. 보여줄 수 있는 작품 세계를 마음껏 보여 달라는 취지다.”
- 공모전 선정 작가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가?
“지속적인 전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갤러리AG는 매년 지속적으로 기획전과 공모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크게 신년 기획전, 여름 기획전으로 나눠지는데 오는 7~8월엔 정기 기획전으로 ‘미술 탐구 시리즈 – 단원 김홍도 오마주: 풍속인물도’가 열린다. ‘미술 탐구 시리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하는 전시로, 지난해엔 조지아 오키프의 꽃 작품을 오마주하는 전시에 김경화, 이은영, 이희숙, 한수정 작가가 참여했다.
올해는 사람들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과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김홍도의 조선 후기 풍속화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기획전에 지난해 신진작가 공모전에 뽑힌 작가들을 참여시키고, 내년 기획전에는 올해 선정 작가들을 참여시키는 등 꾸준히 작품을 선보일 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선보일 자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모전 수상 작가에게 일회성으로 상을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작가의 발전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신진작가 발굴이자 육성이며 갤러리AG의 앞으로의 방향이다.”
- 추후 준비하고 있는 전시는?
“9월엔 정기 공모전으로 ‘AG 순수 사진예술 신진작가 공모’, 10~12월엔 정기 기획전으로 ‘AG신진작가 연속 장려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AG신진작가 연속 장려 프로젝트’는 작가 4명의 전시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띠는데, ‘주전자강성(主專自强成)’이 테마다. 안국약품의 사훈이기도 한데, 신진작가들에게 자신감을 북돋기 위한 취지와도 맞닿아 전시에 끌어 왔다. ‘주인의식을 갖고 맡은 일에 전문성을 키워나가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며, 강한 추진력으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진작가들을 격려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다수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변을 토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이번엔 대상을 바꾸고자 한다. 작가에게 조언을 듣고 싶은 롤모델을 물어보고, 그 롤모델을 초청해 작가가 물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물어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려 한다. 작가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작업 세계를 보다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작가 지원의 방편으로 갤러리AG 홈페이지를 리뉴얼할 계획이다. 신진작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구성하며 아카이브를 구축할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작업을 소개하는 공간, 일반 대중이나 미술 전문가들에게는 좋은 작가들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리려 한다.”
- 갤러리AG의 비전이 궁금하다.
“왜 갤러리AG는 신진작가에게 포커스를 맞췄는가? 이 질문을 많이 듣는다. 미국의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당시의 비인기 작가 피카소, 칸딘스키, 뒤샹 등의 작품을 수집했고, 이들이 나중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당시의 주류작가들보다 재능 있는 신진작가들에 눈을 돌린 것이다. 그 정신을 본받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작가들을 미술계에 선보이고 싶다. 나이로 재단되는 신진작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불식시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 큐레이터, 화랑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특정 스타 작가나 큐레이터, 대형 갤러리가 독자적인 힘만으로 미술계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 앞으로 갤러리AG는 미술 전문성을 살려 진정한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미술계의 발전에 일조하며 결과적으로 문화 예술 후원의 근본적인 취지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