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오는 2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상반기 미술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3월 경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총 115점, 약 176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는, 20세기 미술의 거장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필두로 한국 근현대 미술 및 고미술을 총망라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마르크 샤갈의 ‘La Femme en Rouge(Woman in Red,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의 추정가는 45억 원에서 90억 원이다. 꽃과 여인은 샤갈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 모티프로, 사랑과 삶의 기쁨을 암시한다. 풍성한 꽃다발과 붉은 색채가 어우러진 화면은 생명력과 환희를 전하며 샤갈 특유의 서정적인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 김창열, 장욱진, 천경자 등 작품이 대거 출품되는데,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을 형성해 온 상징적 이미지들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 박서보와 윤형근 등 단색화 작가들의 수행적 회화, 한국적 미감을 상징하는 달항아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을 특징짓는 시각적 언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하종현은 1970년대부터 마포 자루를 지지체로 채택하고, 캔버스 후면에서 물감을 압착해 앞면으로 밀어내는 배압법을, 김창열은 마포를 주요 지지체로 해 마포 특유의 거친 직조 표면 위에 극사실주의적 물방울을 구현한다. 박서보는 캔버스 위에 한지를 부착하고, 젖은 상태의 한지 표면에 연필이나 손가락으로 반복적 선을 긋는 묘법 작업을 전개했다. 한지는 이 과정에서 물감을 수용하는 배경이 아니라 행위가 새겨지는 물질적 대상으로 기능한다.
야요이 쿠사마와 아야코 록카쿠, 요시토모 나라 등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출품돼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의 흐름을 함께 조망하는 자리가 된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워터멜론 앤 포크(Watermelon and Fork)’는 별도문의나 12억 원에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붓 대신 맨손으로 직접 물감을 찍어 바르는 핑거 페인팅 기법과 역동적인 색면 구성으로 주목받는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무제(Untitled)’는 추정가 2억 3000만 원에서 6억 원에 출품된다.
이번 경매는 현대 미술을 넘어 한국의 역사적 정수를 담은 고미술 부문에서도 중요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추사 김정희의 ‘문산자지(文山紫芝)’와 율곡 이이의 ‘간찰(簡札)’, 그리고 백범 김구의 ‘일심일덕(一心一德)’ 등 역사적 인물들의 숨결이 깃든 필적들이 대거 공개된다.
추사 김정희의 제주 유배 시절 고뇌가 서린 문산자지는 글자 간의 결합을 넘어 완벽한 공간의 미학을 구현한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초씨역림’의 내용을 채록한 이 작품은 주역과 천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추사의 학문적 경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귀중한 사료다. 추정가 1억 2000만 원에서 2억 원에 출품된다.
또 상아로 제작된 강홍의 ‘휴대용 앙부일구(携帶用仰釜日晷)’ 등 희귀 고미술품은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제작자 강홍은 표암 강세황의 후손이자 해시계 명가인 진주 강씨 가문의 가업을 이은 인물로, 그간 실물로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제작품을 이번 경매에서 공개한다. 추정가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이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14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7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27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