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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웬 이태백 놀던 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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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4호 김원섭⁄ 2009.02.11 10:35:10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함께 한 이 없어 혼자 마신다 잔 들어 달을 불러오고 그림자 더불어 삼인이 되었구나’ 이는 달과 술의 시인 이백 즉 일명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다. 우리에게 이태백 하면 연상되는 것은 술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유행가 구절도 있었다. 지금 ‘이태백’이란 말이 40~50대층이 아닌 20대층에서 유행하고 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로 말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유행어다. 왜 지금 20대 젊은 세대가 이태백이 읊었던 시처럼 풍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직업 없는 청춘을 보내야 하는가? 그래서 일부 젊은이들은 취업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해 술을 찾는다. 특히,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5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사정이 악화하면서 ‘사실상 백수’ 상태에 있는 사람이 275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1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해 추가취업을 원하는 불완전취업자인 ‘반(半)백수’를 포함하면 모두 31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7000명이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서는 ‘백수’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스펙(spec·취업에 유리한 조건)’ 경쟁이 벌어지면서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등 이른바 ‘취업 5종 세트’를 갖추기 위해 휴학을 하는 ‘5년차 대학생’이 쏟아졌다. 이걸로도 모자라 ‘6년차 대학생’까지 양산하고 있다. 이들이 졸업을 연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졸업예정자라는 신분이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심리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와 진로문제 등으로 점집을 찾는 젊은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까지 급증하는 실태이다. 이처럼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니 술을 권하는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음주문화’ 경기불황에 졸업 시즌이 겹치면서 수많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좌절의 깊은 수렁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들의 구직기간이 장기화돼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 사회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들이 20대 젊은층을 ‘이태백’에서 탈출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젊은이들의 희망과 꿈을 찾아주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아무리 지독한 고용사정 악화 상황이더라도 지역 젊은이들에게 활로를 열어줘야 할 책임은 정부와 사회 주도층에 있다. 또, 대기업 노조처럼 조직화돼 있지 않아 이익집단으로서 목소리도 못 내는 청년들에게 사회 차원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 고용시장이 극도로 침체될 것으로 보여 취업준비생들도 일단 취업해 경력을 쌓는 것이 좋다. 또,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우회하는 취업전략을 세우면 새해 극심한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다. 청년실업은 청년들만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고통이고 국민의 고통이며 나라의 큰 걱정거리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큰 희망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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