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붙었던 대동강물이 녹으며 봄기운이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우수(18일)도 지나, 이제 남녘 땅에 봄이 왔음을 어김없이 전한다는 홍매화가 움을 터뜨렸다는 소식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에 얼어붙은 정치의 계절은 좀처럼 녹아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 가기가 더욱 고통스럽다는 국민의 탄성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2월 18일로 국회는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한데 이어, 19일 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여성위원회를 제외한 13개 상임위원회를 일제히 가동,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착수했으나,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주말을 빼면 1주일 정도도 채 남지 않아 화급한 민생법안 처리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 상임위 활동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남은 2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쟁점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여야 간 갈등을 일으키는 쟁점법안들은 뒤로 미루고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방침이어서, 이번에도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여야 간에 얼어붙은 이른바 ‘결빙국회’의 기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연말연초의 폭력사태 끝에 여야 합의로 어렵사리 열린 임시국회마저 촉박한 일정과 정치공세에다, 쟁점법안들을 포함해 100여 건이나 한꺼번에 상정된 바람에 특히 화급한 민생법안들에 대한 심의와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가 심히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사실 국민들은 ‘선 민생, 후 쟁점처리’를 갈망하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얽매인 채, 말로만 민생을 되뇌일 뿐 이렇다 할 구체적 법안처리 로드맵(road map)을 내놓지 않아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2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미디어 관련법,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법안 외에도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관련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이 중에는 시간을 다투는 법안들도 적지 않다. 올해 말까지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제조장이나 보세구역 반출분에 대해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은 작년 7월에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계속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경제위기로 장사가 안 돼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법안들도 외면당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으로 중고차 매매를 위해 일시적으로 취득한 중고차에 대해 취·등록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청년실업해소특별법·하도급거래공정화법·택시운송사업진흥법·임대주택법·학교용지특례법·중소기업진흥법·제대군인지원법·주공매입 다가구주택에 대한 세금감면 지방세법 등이 계속되는 ‘결빙국회’로 얼어붙은 채 잠자는 민생법안들이 산적되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지금 국회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서둘러도 시원찮을 판이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통해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키고, 합의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다수결로 하든지, 아니면 수정안을 내든지 해서 대안을 강구하는 게 정도이고 상책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는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철면피한 강심장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모습들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지각 개원을 했던 제18대 국회는 출발부터가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안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 속담을 되새겨보게 한 가운데 국회 운영마저 폭력국회·휴업국회·태업국회에다 급기야는 ‘결빙국회’라는 별칭까지 붙어 다닐 정도로 계속 얼어붙은 채, 쉽사리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