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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난장판 만들고 무슨 얼굴로 세비 타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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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8호 박형규⁄ 2009.03.10 13:49:03

계절은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경칩(5일)을 지나면서 갖가지 봄꽃들이 대지를 수놓기 시작했다. 이런데도 정치의 봄은 대의정치의 꽃으로도 묘사되는 ‘대화와 타협’의 모습이 날로 사라져 가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고 있다. 지난 3일로 한 달 간의 회기를 채우고 막을 내린 2월 임시국회에서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직권상정에 반발한 민주당의 이른바 ‘해머사건’으로 촉발된 3개월 간의 여야 입법전쟁이 ‘3·2합의’로 일단락되기는 했다. 그러나 3개월 간의 입법전쟁은 본회의장 무단점거 및 농성, 여야 의원 간 폭력사태, 정치적 불신과 냉소 등 우리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숱한 오점들을 남겼다. 게다가 미디어법 등 상당수 쟁점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미루어지면서, 입법전쟁의 불씨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뇌관’으로 잠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 대표들이 서명한 합의문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부정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 임시국회 협상 때마다 ‘대치-파행-합의문 작성-합의문 파기 논란’이 되풀이됨으로써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더욱 한심하고 기막힌 일은, 임시국회가 쟁점법안 처리 등 제 할 일들도 제대로 못하고 회기가 채 끝나지 안았는데도 여야 의원들이 줄잡아 100여 명이나 대거 유외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를 보다 못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많은 의원들이 외유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나는 우리 국회가 전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행태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 서민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드는데 이런 몰지각한 행동들을 되풀이하고도 무슨 낯짝으로 국민의 혈세인 세비를 타 갈 수 있는지 따지고 싶다는 불만의 소리들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서 현 국회의원들과 정치권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한편,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및 보완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월 하순, 2월 임시국회가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또 한 차례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의 남경필·원희룡 의원과 민주당 내 개혁파인 김부겸·정장성 의원 등이 최근 국회 귀빈식당에서 ‘의회정치의 위기, 대안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상임위 중심의 국회와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등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위원장 심지연)는 국회폭력 추방을 위한 윤리규정과 의사규칙 제정에 나섰으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의원 등은 법안 자동상정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의회정치 복원 목소리와 함께 학계에서도 정치 선진화의 해법으로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상임위의 자율성과 권한이 강화될 경우 당리당략적 당론에 의한 국회 파행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미 의회는 상임위 청문회에서 시작해 청문회로 끝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주요 정책과 입법에 대한 공청회, 청문회,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면 이견이 좁혀지고 합리적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상임위 강화는 의원들의 전문성 확보와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정당에서 당론과 공천권을 무기로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을 제한하는 구태는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관련 시민단체들도 국회를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복원하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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