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30일 간의 회기로 4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다. 개원의 명분과 활동의 핵심은 바로 연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화급한 민생 돌보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아울러, 2월 임시국회 미처리 법안들을 포함한 각종 현안 입법활동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 여야 간의 마찰과 격돌이 불가피한 ‘지뢰’가 널려 있어, 회기 내내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4월국회를 ‘경제 살리기·추경 국회’로 규정, 추경안과 함께 쟁점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인데 반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MB 악법 및 빚더미 추경 저지 국회’로 규정, 강력 저지키로 전열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특히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편파수사로 몰아붙일 속셈(?)으로, 정부가 내놓은 28조9000억 원 규모의 ‘슈퍼 추경안’에 맞서, 그 절반 수준인 13조8000억 원 규모의 ‘미니 추경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4·29 재·보궐선거 일정까지 겹쳐, 4월 임시국회에서도 연말연초와 2월국회에 이은 ‘3차입법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는 ‘지뢰’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정치권은 지난해 쇠망치·전기톱이 동원된 12·18 폭력사태에 이어, 1월 임시국회도 여야 격돌로 허송하다가, 2월 임시국회에서도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한 법안조차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3월이 되자, 의원들은 이미 일정이 잡혀 있었다는 구실로 경쟁하다시피 외유에 나섰다가, 1일 개회를 단 하루 앞두고서야 나흘 전에 공고한 4월 국회 의사일정에 서둘러 합의했다. 국민 혈세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라면 스스로의 행태에 대해 한 번쯤 성찰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여야는 개회일인 1일 본회의를 열고 2월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주공·토공 통합)’과 ‘저작권법 개정안’ 등 14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4월 임시국회 활동에 돌입했다. 비록 지각은 했지만 다행인 셈이다. 그런 대로 밥값은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4월 임시국회의가 처리해야 할 가장 핵심적 의제나 쟁점은 두말할 것 없이 추경예산을 비롯한 비정규직법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3대 의제로 요약되고 있으며, 이들은 하나같이 여야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쟁점들이라는데 있다. 먼저 추경안의 경우, 한나라당은 28조9000억 원 규모의 ‘슈퍼 추경안’을 정부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안이 ‘빚더미 추경안’이라며 13조8000억 원의 자체 추경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은 감세법안 등 212개를 4월국회 처리 현안법안으로 선정,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인데 반해, 민주당은 집단소송법 등 31개 법안을 ‘MB 악법’으로 선정하고 있어, 처리과정에서의 격돌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안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세 번째 쟁점으로 꼽히고 있는 ‘박연차 수사’ 문제는 민주당이 요구 중인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도 지뢰밭 뇌관이다. 특히, 검찰은 국회회기 중에도 조사가 필요한 의원이 있으면 소환한다는 입장이어서, 추경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마저 묻혀버릴 수 있는 변수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야당에 대한 ‘공안탄압’ 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를 법정 밖에서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아무튼, 여야 정치인들은 이번 4월국회는 ‘민생 돌보기 국회’라는 차원에서, 혹시라도 불법혐의 의원을 감싸기 위한 ‘방탄국회’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