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9.29 16:18:46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오는 10월 17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제519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종교와 전통,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여정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한 무대로, ‘종교개혁’이라는 부제를 내걸고 인간 내면의 고뇌와 구원을 음악으로 탐구한다.
공연의 중심에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이 자리한다. 전반부에는 유교적 선비정신이 깃든 이호원의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너스레”와 불교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철우의 발레 모음곡 “아사달과 아사녀”가 초연된다. 지휘는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맡고, 소프라노 배혜리가 협연한다. 대구시향은 이번 무대에서 현대 창작 음악과 고전 명곡의 예술적 깊이를 풍부하게 담아내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주회의 문을 여는 작품은 작곡가 이호원이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위해 위촉받아 작곡한 “너스레”이다. 작곡가는 이 곡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그 안에 내재한 긴장과 평온, 그리고 인간 존재의 자각과 회복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은 불협화음을 바탕으로 목관과 현악이 얽히며 전개되다가, 전체 오케스트라의 등장과 함께 급격한 전환을 맞는다. 이 흐름은 곡 전반에 반복되며 삶의 다양한 국면을 보여준다.
소프라노의 음성은 마치 선비의 청아하고 고요한 삶을 노래하듯 절제된 선율로 시작하여, 점차 깊은 애상과 내면의 투쟁으로 감정을 확장한다. 팀파니와 현악의 강렬한 추락, 실로폰과 마림바의 빠른 음의 파편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마지막에는 목관의 불협화음 속에서 기도하듯 속삭이는 소프라노의 짧고 낮은 외침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곡을 끝맺는다.
이 곡을 노래할 소프라노 배혜리는 계명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프로시노네 국립음악원 비엔뇨 오페라과를 실기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오페라 “박쥐”,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등에서 주역으로 출연하였고,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헨델의 “메시아” 등에서 독창자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라 보엠”에 출연한 동시에 여자 성악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며 계명대학교, 경북예술고등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어서 연주될 곡은 작곡가 이철우의 “아사달과 아사녀”로, 불국사 창건 설화에 바탕을 둔 한국적 서사를 발레 모음곡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7년 완성한 제3곡 ‘사랑과 죽음’을 중심으로, 2025년
개작하여 이번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총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전통 음악의 장단과 선율을 서양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조화롭게 결합해 종교적 경계를 넘어 사랑과 희생, 재회와 구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제1곡 ‘왕의 기도-만파식적’은 신라 문무왕의 호국 설화와 피리 ‘만파식적’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플루트 독주로 형상화한다. 제2곡 ‘아사녀의 낮잠 꿈’은 현악 합주가 몽환적인 내면 풍경을 그리며, 제3곡 ‘사랑과 죽음’에서는 능게 가락, 상여소리, 법고 장단 등 한국적 음색과 불교적 색채가 어우러져 감정의 절정을 이룬다. 마지막 ‘승천과 재회’에서 천국의 개념이 가미되었고, 이어질 번영을 상징하는 장엄한 선율로 대서사시의 막을 내린다.
공연의 후반부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고전적 형식미와 낭만적 감성이 어우러진 대표작,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이 장식한다. 1830년,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30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종교개혁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종교적 신념, 인간의 갈등과 화해, 공동체의 이상 등이 음악으로 응축되어 있다. 1악장은 바그너와 브루크너도 인용한 바 있는 유명한 선율이 차용되었으며, 강렬한 알레그로에서 긴장과 해소, 절제된 서정성이 교차한다. 밝고 경쾌한 리듬의 2악장은 전체 흐름에 균형과 활기를 더하고, 3악장에서는 목관 중심의 명상적 분위기가 나타난다. 4악장은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작곡한 선율이 힘차게 연주되며 대단원의 피날레를 이루는데, 이는 종교개혁의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 신념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공연을 앞두고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사랑, 상실, 깨달음, 그리고 공동체적 이상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신앙과 문화의 표현 방식이 달라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멘델스존이 그랬듯, 이호원과 이철우 두 작곡가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과 ‘삶’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무대가 관객 여러분께 사유의 기회를 선물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