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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하나투어 편] 현지 맛집이냐 한국서 간 맛이냐, 그게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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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7호 윤지원⁄ 2017.05.25 14:21:51

▲하나투어 '식도락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최근 하나투어는 영화나 음식 등의 테마가 있는 여행 상품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중 한 광고는 스타 셰프인 최현석과 함께하는 식도락 테마 여행을 소개했다.

이 광고의 첫 화면은 "맛있는 거,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이어 파리 등을 배경으로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즐거워하는 여행객의 모습을 보여주고, 최 셰프가 현지에서 직접 차린 디너 테이블에 둘러앉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행에서 식도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해외 현지에서 일류 스타 셰프가 차려주는 디너를 즐김은 어떠냐는 제안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3월 ‘전문가 동반 투어’ 테마 여행 상품 중 하나로, 오세득 셰프가 현지 식재료로 요리한 디너를포함시킨 베트남 여행 상품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출시 3주 만에 370명이 예약하면서 조기에 매진됐다고 하나투어는 밝혔다. 이에 5월 21에는 최 셰프가 사이판에서 현지 돼지등심, 닭다리 바비큐 등을 선보이는 여행을 진행했으며, 지금은 오는 6월, 오 셰프와 함께 괌으로 떠날 여행객들을 모객 중이다.

'쿡방' 열풍과 미쉐린 가이드

최 셰프나 오 셰프는 최근 몇 년 간의 쿡방·먹방 열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다. 전체 프로그램 수는 전보다 줄었지만 쿡방·먹방의 인기와 함께 고조된 식도락 관심까지 식은 것은 아니다. TVN '수요미식회' 이전에는 생소하던 식도락 관련 전문 용어들은 이제 SNS에서도 활발히 통용되고 있다. '푸드플라이' 같은 앱(App)은 '배달의 민족'이나 '배달통' 같은 기존 배달 앱과 달리,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주변 맛집의 요리를 대신 사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의 맛집들과 제휴한 식도락 전문 쇼핑몰도 생겼다.

세계적인 식당 평가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식도락 트렌드를 부추겼다.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글로벌 컬렉션의 28번째 가이드북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출간되면서, 미쉐린으로부터 '별'을 받은 식당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미쉐린 스타 식당이나 미쉐린 스타 셰프를 언급하는 해외여행 상품들 역시 늘어났다.

▲2016년 처음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의 표지. (사진 = 미쉐린 코리아)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 만들어진 1900년 당시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와 주유소 위치 등을 알려주는 정보지에 불과했다. 식당 정보 역시 장거리 운전 중 허기를 달랠 곳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가 식당에 대한 평판을 함께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식도락 가이드로 신뢰받기 시작했다. 1922년 유료로 전환되면서 더욱 전문적인 분석이 더해졌고, 1926년부터는 추천할만한 식당에 별 한 개부터 세 개까지 평가를 붙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지금까지 대표적인 식도락 가이드로 명성을 날리면서 유럽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 여행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미쉐린 가이드는 훌륭한 식당에 한 개부터 세 개까지 별점을 부여한다. 별 하나는 해당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들러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식당, 별 두 개는 여행하려는 지역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우회해서라도 먹어볼 만한 식당, 별 세 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그것을 맛보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도 여행 갈 만한 식당을 뜻한다. 

식도락 여행객들은 단지 특정 식당의 요리를 먹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 식당이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할 수도 있고, 숙박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식도락 여행에 동행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라서 식도락 여행객 중에는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혼행은 최근 뚜렷한 여행 트렌드이기도 하다. 인터파크투어가 분석한 지난해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 중 3분의 1이 홀로 여행객이었다. 하나투어도 패키지 투어를 혼자 예약하는 고객이 5년 새 4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식도락' 편 광고에 출연한 최현석 셰프.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유명 셰프 앞세운 스타 마케팅

그런데 이번 하나투어 광고가 제안하는 여행은 미쉐린 스타 식당 같은 ‘현지 맛집 투어’ 식의 식도락 여행은 아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인 셰프들의 요리를 외국에서 맛보는 것이다. 맛집을 찾는 식도락 여행객은 현지에서 명성을 쌓은 식당이나 그곳 셰프의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여행을 선호한다. 그래서 식도락 여행 목록에서 하나투어 해당 상품의 구성을 읽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네티즌도 있다.

두 셰프가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기는 하겠지만, 여행 중 먹는 요리는 현지 요리가 아니라 최 셰프, 오 셰프의 요리다. 하나투어는 오 셰프와의 태국 여행을 소개하면서 “태국의 더운 기후를 이겨낼 보양식과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리한 바비큐 요리가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요리에 담긴 현지의 메리트는 현지 시장에서 사는 재료라는 점 외에는 없어 보인다.

까다롭게 나누자면 이 여행 상품의 방점은 식도락보다는 스타 셰프에 찍혀 있다. TV에서 본 유명한 스타 셰프가 해준 음식을 해외에서 맛보는 이벤트다. 여행 코스에 대해서도 JTBC ‘뭉쳐야 뜬다’에 나왔던 코스라고 소개한다. 이 여행 상품은 식도락 체험 제안이라기보다 TV의 영향력에 기댄 스타 마케팅 상품이라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하겠다.

미식가 청년의 나홀로 식도락 여행


경제학에서, 총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값을 엥겔 계수라고 한다. 이 값이 저소득 가계에서 높고 고소득 가계에서 낮다는 통계적 법칙을 엥겔의 법칙이라 한다(출처=위키피디아).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 뚜렷해진 현대에는 엥겔 계수로 삶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자급자족 사회에서는 식료품비 비율이 매우 낮고, 미식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는 소득 수준도 높고 엥겔 계수는 높다. 그러나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엥겔 계수는 여전히 유용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엥겔 계수의 개념을 여행에 적용해본다면 어떨까? 총 여행 경비 중 먹는 데 쓰는 돈의 비율을 계산해 본다면, 여행 스타일을 판단하는 한 가지 기준이 될 것 같다.


서울에 사는 대학원생 박 모 씨(25)는 엥겔 계수가 높은 식도락 여행을 취미로 삼는다. 그는 연구소에 다니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지난 4월 주말을 이용해 3박 4일간 혼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은 맛집 탐방이었다. 박 씨는 ‘타베로그’나 ‘트립 어드바이저’ 등 식도락 관련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최근 좋은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들을 골랐고, 그곳들을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짰다.

▲박 씨가 직접 찍은 '토우히치'의 라멘.

▲'시라스야'의 시라스동.


박 씨가 이번 여행을 계획한 주된 목표는 교토의 ‘토우히치’라는 라멘집과, 도쿄 근교 가마쿠라의 ‘시라스야’라는 돈부리 집이었다. 박 씨에 따르면 토우히치는 현재 타베로그에서 교토 인근 라멘집 중 평점 3위 안에 드는 가게다. 그는 “진한 닭 육수와 부드러운 차슈, 그리고 두툼한 죽순의 식감이 잘 어우러진 라멘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라스야에서 먹었다는 음식은 ‘시라스동’으로, “잔멸치를 쪄서 간장, 생강, 김 등과 함께 밥에 얹어 먹는 덮밥으로 가마쿠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있는 요리”였다고 했다.


식도락 여행이라고 하면 왠지 호화로운 느낌이 든다고 묻자 박 씨는 “여행 비용의 대부분은 식비로 지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행할 때 숙소는 주로 호스텔로 정하고, 경비가 부족하면 하루 두 끼는 최대한 저렴한 걸 먹고 마지막 한 끼를 최고로 먹는 등 최대한 식도락의 질을 높이려고 애쓴다고 밝혔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토에서 가마쿠라까지 이동하는 여정이 있었는데, 직선 거리로 380km가 넘게 떨어진 두 지역을 이동할 때 심야 버스를 이용해 1박을 했단다.


박 씨는 이처럼 식도락 여행을 하게 된 이유를 “장엄한 자연환경이나 아름다운 건축물은 웬만큼 장엄하고 아름답지 않으면 쉽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며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내 여행 철학은 ‘여행 가면 먹는 것, 사진, 그리고 먹는 사진만 남는다’이다”라는 그는 다음 여행지로 향신료가 풍부한 동남아시아를 가거나 낙농업이 발달한 홋카이도를 재방문할 계획이란다. 



미쉐린 가이드: 타이어 회사가 왜 식당을 평가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이어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자동차가 많이 팔려야 타이어 매출도 늘어난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오래, 멀리까지 몰고 다닌다면 타이어 매출은 더 늘어난다. 미쉐린 가이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를 사서 멀리까지 운전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책자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19세기 말에 설립되었다. 미쉐린은 운전자를 위한 여행 정보가 실린 미쉐린 가이드를 1900년부터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쉐린 가이드 초판. (사진 = 미쉐린 코리아)


당시 사람들 대부분은 먼 곳을 여행할 때 철도를 이용했다. 철도는 철로와 역이 없는 곳엔 가지 못한다.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드물게 운행했다. 철도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며칠의 일정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아주 먼 거리가 아닌 경우, 자동차를 소유한다면 원하는 때 더 짧은 시간 안에 다녀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무렵 프랑스에는 전국을 통틀어 자동차가 5천 대 정도에 불과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자동차를 운행할 만한 도로도 드물었다. 주유소도 턱없이 부족했고, 어디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았다. 여건이 이렇다보니 장거리 운전은 무모한 짓으로 여겨질 때였다.


당시 미쉐린 설립자 중 한 명이 내무부에 소속되어 지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장거리 운전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자동차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각 지역의 도로 상태와 주유소 위치, 숙박과 끼니 해결이 가능한 숙소 및 식당 정보를 담은 안내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마침 미쉐린은 타이어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타이어 교체 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 설명서에 여행 정보를 더한 책자를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미쉐린 가이드의 시초였다.


미쉐린 가이드의 정보 덕분에 자동차 운전자들은 좀 더 안심하고 장거리 운전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고, 자동차 수요도, 그에 따른 타이어 수요도 늘어났다. 자동차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도로를 비롯한 기타 교통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인프라가 정비되자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타이어 수요는 더욱 늘었다. 선순환이 이어졌다.


식당에 관한 정보는 점점 자세해졌다. 여행자들도 기왕이면 더 맛있는 집에 관한 정보를 얻길 원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각 숙소나 식당의 평판을 싣기 시작했고, 정말 맛있는 식당에는 특별히 별표를 매겼다. 예나 지금이나 맛있는 음식은 대단히 유혹적이다. 자동차로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별 표시를 얻은 식당이 있다고 하니, 사람들은 딱히 그 지역에 중요한 볼일이 없는데도 차를 몰고 나가기 시작했다. 타이어 매출이 더욱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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