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개막한 2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참관객들이 LG전자의 '올레드 협곡'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수년간 4~6만 원 대를 오르내리던 LG전자 주가가 지난해 반등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12월 10만 원 고지 돌파에 성공했고 새해 들어서는 11만 원대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지만 TV와 가전, 전장 등 모든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새해 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과연 LG전자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창립 60년 만에 매출 60조 돌파 ‘대기록’
1958년 10월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올해로 창립 60년을 맞이한 LG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산 증인이다. 라디오와 선풍기, 냉장고, 흑백TV, 세탁기 등 수많은 전자제품을 ‘대한민국 최초’로 생산하며 빠르게 성장했고, 1995년 모그룹인 럭키금성그룹이 LG그룹으로 바뀔 때 LG전자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각종 가전제품을 두루 망라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전자기업으로 주요 사업부문은 TV 등 영상가전제품을 생산하는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와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기기를 생산하는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 카메라 모듈, LED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 등 5개다.
1월 25일 기준 시가총액은 16조 9375억 원으로 코스피 21위다. 주요 주주는 LG(33.67%), 국민연금(8.65%), 조성진 LG전자 부회장(0.01%) 등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33.77%다.
지난해 LG전자는 ‘매출 사상최대, 영업이익 역대 2위’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1월 25일 LG전자의 공시에 따르면 4분기 매출액은 16조 9636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3668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1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4분기의 352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9% 늘어난 61조 3963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60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5%나 늘어난 2조 4685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2009년(2조 6807억 원)에 이은 2위다.
▲CES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LG전자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놀라운 실적을 견인한 건 OLED TV의 대히트로 인한 HE부문의 실적 상승과 가전, 전장, 부품 등 각 부문의 고른 성과다. HE사업본부의 경우 4분기 매출액이 5조 47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3835억원으로 무려 133.8%나 늘었다.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급증한 결과다.
H&A 사업본부도 트윈위시, 건조기, 스타일러 등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4조 3294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으로 807억 원에 그쳤다.
그간 부진했던 MC사업본부도 손실을 전년보다 대폭 줄이면서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MC사업본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211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2억 원, 2분기 1324억 원, 3분기 3753억 원, 4분기 2132억 원이다. 1조 2000억 원이 넘었던 2016년의 연간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무려 5000억 원 가량 줄인 것이지만 막대한 적자 규모인 건 부정하기 어렵다.
MC사업본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을 LG그룹 인화원장으로 인사이동시키고 황정환 부사장을 새로운 MC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어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8’에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 브랜드 변경과 출시 시기 재검토를 언급했다. 그간 LG전자는 상반기에 G시리즈, 하반기에 V시리즈를 출시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올해는 ‘G7(가칭)’ 대신 ‘V40(가칭)’을 내놓기로 한 것.
업계는 LG전자가 그간 취해왔던 스마트폰 사업전략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계륵’인 스마트폰 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매출 규모와 상징성, 전후방 시너지가 남다른 스마트폰 사업의 특성상 그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신기술 TV로 CES 2018 최고상 휩쓸다
1월 26일 5만 3200원의 최저가를 찍었던 LG전자 주가는 2017년 내내 우상향 질주를 이어간 끝에 지난 8일 최고가인 11만 4000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사업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건 HE, A&E사업부문의 선전 덕분이었다.
올해도 HE사업부문은 주가 상승의 선도적 역할을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CES 2018’에 출품된 LG전자 제품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건 TV 라인업이었다.
대표적으로 ‘LG AI OLED TV’는 CES 공식 어워드 파트너 매체인 ‘엔가젯’에 의해 ‘최고 TV(Best of TV)’로 선정됐다. ‘리뷰드닷컴’도 이 제품을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로 선정했고, ‘테크레이더’는 ‘베스트 TV(Best TV)’로 선정했다. 이 제품은 총 22개의 어워드를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외에 55인치 OLED 246장을 이어붙여 만든 초대형 OLED 협곡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았고,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렸다 펴지는 55인치 및 65인치 크기의 롤러블(Rollable) OLED 디스플레이도 주요 매체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LG AI OLED TV'가 CES의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이 뽑은 '최고 TV(Best TV)'에 선정되는 등 2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LG전자 직원들이 'LG AI OLED TV' 앞에서 상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노셀 기술에 ‘풀 어레이 로컬디밍’ 기술을 더한 LG 슈퍼 울트라HD TV, 4K UHD 해상도에 2500안시루멘 밝기를 갖춘 LG 4K UHD 프로젝터, 나노IPS 패널을 적용해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21 대 9 모니터 등도 CES 어워드를 수상했다.
여기에 AI와 로봇기술을 더하겠다는 것이 LG전자의 올해 전략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CES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를 런칭하며 인공지능 선도기업 이미지 강화할 것”과 “로봇 사업도 미래 사업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TV부문에 인공지능을 대거 도입할 계획이다.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은 “공격적으로 말하면 올해 출시되는 TV의 90% 이상이 인공지능 TV”라고 밝혔다.
로봇 사업의 경우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과 스타필드 하남에서 LG전자 로봇 운영이 시작됐다. CES 2018에는 호텔서비스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 등 3종의 새로운 로봇을 선보였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가정용 허브(Hub) 로봇이 출시된다.
세이프가드 우려 불식… 목표주가 일제 상향
다만 시장 환경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연초부터 시작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다.
1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자국 기업과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세 인상, 수입 물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는 무역장벽이다. 이번에 발효된 세이프가드의 내용은 연간 120만 대를 넘어 수입되는 외국산 세탁기에는 첫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부과한다는 것. 태양광 패널의 경우 2.5GW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가 저용된다.
LG전자 측은 세이프가드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5일 실적 설명회에서 “세이프가드 발동이 가장 최악의 케이스로 난 것은 사실이지만 테네시 공장 등 시장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준비해왔다. 초기에 영향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세탁기 사업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가도 24일 하루는 전날보다 6.39% 떨어진 10만 2500원을 기록했지만 25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세이프가드 조치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지난 1년 간 LG전자 주가 추이. (사진 = 네이버증권)
증권가도 세이프가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원자재 가격 부담, 원화 강세 등 수익성 저하 요인이 커졌지만 신성장 제품권의 해외 확대 전개를 통해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생산 세탁기 선출하, 미국 공장 조기 가동 등을 통해 판매 차질을 줄이고 판매가 인상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는 13만 원을 제시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등은 올해 호재가 더 많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잡았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OLED TV 판매량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생활가전부문 영업이익도 증가해 올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1만 5000원에서 12만 5000으로 높이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가전과 TV의 이익 호조세가 시장기대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뉴라이프 가전과 OLED TV로 매출이 정체 국면을 벗어나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11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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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식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