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2년 연속 갈아치운 롯데케미칼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최고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영도 차질없이 순항 중이라 연말까지 3조 원 영업이익 달성은 무난하고, 2년 연속으로 달성한 ‘석유화학 1위’ 패권을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기세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전례없는 실적을 쌓아올리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봤다.
화학 호황에 롯데그룹 실적 ‘견인’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4개 사업부문 중 하나인 화학부문(BU, Business Unit)의 핵심 기업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올레핀(Olefins) 제품과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아로마틱(Aromatics) 제품 및 이를 원료로 한 합성수지, 합성원료, 합성고무 등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전문기업이다.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롯데엠알시,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롯데BP화학, 한덕화학, 에스엔폴, 삼박엘에프티, 케이피켐텍, 데크항공, 롯데미쓰이화학 등 수많은 화학계열 자회사를 거느린 중간지주사이기도 하다.
1976년 3월 공기업인 여수석유화학과 일본의 미쓰이석유화학이 5대5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호남석유화학이 모체로 1979년 3월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롯데그룹에 의해 인수된 후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1991년 NC공장이 준공되고 1997년 3EG 공장이 준공되는 등 다양한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본격적인 종합화학회사로 성장했다.
2003년 현대석유화학, 2004년 KP케미칼을 인수하고 2005년 설립한 롯데대산유화를 2009년 합병한 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하오기술, 삼박, 데크항공,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2년 12월 KP케미칼을 흡수 합병하면서 사명을 호남석유화학에서 롯데케미칼로 변경했다.
2011년 여수공장에 납사분해시설(NCC)을 증설하면서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설비 기준 국내 1위가 됐다. 2015년 10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 등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들을 인수해 2016년 각기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 롯데첨단소재로 명칭을 바꾸고 인수를 마무리했다.
2016년 이후 유가 하락으로 인해 화학업계가 장기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롯데케미칼은 가장 큰 수혜기업이 됐다. 2016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이전까지 1위였던 LG화학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석유화학 업계 1위에 올랐으며, 2017년에도 LG화학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2년 연속 업계 1위 수성에 성공했다.
주요 주주는 롯데물산 31.27%, 호텔롯데 12.68%, 일본롯데홀딩스 9.3%, 신동빈 0.26%, 롯데문화재단 0.03%, 국민연금 9.75%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32.79%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5조 원으로 23위인데 이는 롯데그룹의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는 50위권 밖이라 여러모로 롯데그룹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는다. 그룹의 주력이었던 유통과 식품 등이 주춤한 가운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이는 화학 부문은 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2년 연속 ‘석유화학 1위’ 수성
2월 12일 롯데케미칼은 4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4조 349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7144억 원이었다. 부문별로는 올레핀 부문이 매출액 2조 399억 원에 영업이익 4502억 원, 아로마틱 부문이 매출액 7542억 원에 영업이익 890억 원, LC타이탄이 매출액 5592억 원에 영업이익 930억 원, 롯데첨단소재가 매출액 7121억 원에 영업이익 826억 원 등이었다.
납사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하락,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305억 원) 발생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보다 8.3%나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3분기의 저가 납사를 투입한 효과와 자회사 LC타이탄의 실적이 급증한 덕분으로 분석됐다.
2017년은 매출액 15조 8745억 원에 영업이익 2조 9276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롯데케미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업계 라이벌 LG화학의 영업이익 2017년 2조 9285억 원에 불과 9억 원 못미치는 수치라 롯데케미칼이 근소한 차이로 ‘석유화학 1위’ 타이틀 수성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월 7일 금융감독원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이 2조 9297억 원이라며 확정실적을 공개함에 따라 양사의 경쟁은 다시금 롯데케미칼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성과급 비율이 늦게 확정되면서 영업이익 규모가 조정됐다는 것. 올해도 두 기업은 석유화학업계 최초의 ‘영업이익 3조 원’ 달성과 1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수 있었던 데는 2016년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수요 증대 시기에 앞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 생산능력을 키웠다는 것.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2011년 247만 톤 수준에서 현재 332만 톤 규모에 달했다. 올해 여수공장과 말레이시아 LC타이탄 공장 증설, 북미 에탄분해센터 완공까지 마무리하면 연말에는 에틸렌 생산 능력이 연간 450만 톤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 1위, 세계 7위에 해당한다.
기초소재 외에 고부가 제품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도 실적 호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부문계열사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을 인수하면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고부가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탈리아 국영 석유화학 기업 베르살리스와 전남 여수공장에 합성고무 공장을 완공해 차세대 합성고무 원료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SSBR)와 이중합성 고무(EPDM)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울산 PIA(Purified Isophthalic Acid, 고순도이소프탈산) 생산설비 증설 계획에도 약 500억 원을 올해 안에 투자할 계획이다. PIA는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7곳의 업체만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 제품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부터 세계 1위의 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의 약 46만 톤 생산설비 규모를 약 84만 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같은 롯데케미칼의 선제적인 투자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등 호남석유화학 출신 3인방이다.
우선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처음 국내 업무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평소부터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각종 투자, 인수합병(M&A)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석유화학 출신의 ‘원조 롯데케미칼 맨’ 허수영 부회장도 신 회장의 복심답게 롯데케미컬 대표이사 시절부터 과감한 투자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 결과 지난해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에서 롯데그룹 화학BU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 초에 진행된 그룹 정기인사에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주로 신사업을 맡아오다 지난해 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대표적인 해외통이다. 2010년 말레이시아 LC타이탄 인수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2014년 2월부터 LC타이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다만 지난 2월 14일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올해 사업이 상당부분 불투명해졌다. 계획된 여러 신규투자나 M&A가 중단‧보류되면서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6년 6월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롯데케미칼이 당시 진행 중이던 미국 액시올 사 인수를 포기한 적도 있어 비슷한 상황이 재발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가 “기업가치 여전히 저평가됐다”
지난 1년간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실적 호조에 부응했다. 지난해 1월 2일 장마감 기준 38만 3500원으로 출발해 6월 20일에는 32만 2500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을 시작해 지난 2월 23일에는 2011년 8월 1일 이후 7년 만에 신고가 46만 1000원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도 주가 상승 흐름은 계속 이어져 지난 3월 2일에는 52주 최고가인 47만 5000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3월 7일 현재 주가는 다소 하락세를 보이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롯데케미칼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화학 슈퍼사이클과 국제 유가 안정세, 특히 중국의 환경 규제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제품군의 가중평균 스프레드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주도주)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순이익이 약 2조 2000억 원으로 2011년 대비 2.3배를 시현했으며 높아진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별도 기준 10% 수준에 머무르던 배당성향이 22%까지 상향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이 30%까지 상향될 것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0만 원에서 67만 원으로 상향하고 화학업종 ‘탑 픽’(Top Pick, 업계 내 최선호주)으로 지속 추천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중순 중국 춘절이 끝나며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이 기대된다”며 “작년과 달리 유가 상승으로 낮아진 재고는 성수기 실수요를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타이탄의 가동률이 4분기부터 정상화되며 분기 1000억 원 초반의 영업이익이 가능해 올해 이익 개선 폭이 클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58만 원에서 63만 원으로 상향하고 화학업종 탑 픽을 유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 연구원도 “우려와 달리 춘절 이후 시황 강세가 지속돼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우려했던 에탄 크래커도 가동 시기 지연과 중국 수요의 추가 성장으로 큰 영향이 없을 확률이 높아졌다”며 “롯데케미칼 주가가 1월 중순부터 화학 시황이 회복되면서 상승해왔으나,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예상보다 강한 화학 스프레드를 반영해 2018년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고, 중기 사이클 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적용 PER을 8배에서 9배로 상향 조정했다”며 목표주가를 60만 원에서 67만 원으로 상향하고 화학업종 탑 픽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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