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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챔피언 ⑪] 삼성전자, 3월부터 ‘황제주’ 아닌 ‘국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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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4-575호 정의식⁄ 2018.02.08 11:17:33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 연합뉴스)

 

2017년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새해 들어 50대 1의 파격적인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해 증권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코스피 주가 1위의 ‘황제주’ 타이틀을 버리고 ‘국민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조치였으나 공교롭게도 이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띠는 추세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하락세가 액면분할이 아닌 2018년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실적 하락 우려 때문이라 분석한다. 과연 오는 3월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황제주가 국민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반도체‧스마트폰 1위… 대한민국 대표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선정 ‘가장 혁신적인 기업’ 5위(2018년), 브랜드파이낸스 선정 ‘세계 500대 브랜드’ 4위(2018년),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 15위(2017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10위(2017년), 인터브랜드 ‘글로벌 100대 브랜드’ 6위(2017년) 등 글로벌 기업 랭킹이 발표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다. 

 

지난 1969년 설립돼 초반엔 가전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80년대부터 DRAM을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휴대폰 사업에서 해외 기업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분야에서 확고한 1위 기업 자리를 굳혔으며 반도체 분야에서도 최근 인텔을 꺽고 1위가 됐다. 

 

주요 사업부문은 TV, 냉장고 등 가전을 생산하는 CE부문과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IM부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을 생산하는 DS부문, 2016년 11월 인수한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등 4개다. 이 중 DS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P)로 다시 나뉜다. 

 

부품과 완제품,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폭넓은 전자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특정 사업부문이 부진할 때 다른 사업부문이 실적을 받쳐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실적을 이끌어왔다. 최근에는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을 반도체가 견인하는 형세다.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2017’에서 삼성전자가 10위에 올랐다. (사진 = 포브스)

 

2017년 1월말 기준 삼성전자는 코스피200 지수 내에서 시가총액 비중 26.01%를 차지하며 거래대금은 3조 3514억 원 내외로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비중(4.5%)과 거래대금(4262억 원)과 차이를 크게 벌린 단독 1위 기업이다. 2월 7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295조 6356억 원인데 이는 5개월 만에 300조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 지난 2017년 후반기 내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0조 원을 상회했다. 게다가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도 시가총액 34조 3379억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4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350조 원에 해당한다. 

 

주요 주주는 삼성물산 외 9인(삼성생명보험, 삼성물산, 이건희, 삼성화재보험, 홍라희, 이재용 등) 20.11%, 국민연금 9.76%, 자사주 7.52% 등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51.91%다. 

 

반도체 업황이 주가 등락 핵심 요인

 

지난해 삼성전자는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전례 없는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월 31일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매출액은 239조 5800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53조 6500억 원, 당기순이익은 42조 1800억 원이다. 모든 분야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약 35조 원으로 압도적이었다. 스마트폰 사업(IM부문)의 경우 매출액 약 106조 원으로 전체 매출액 약 239조 원의 44.52%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약 11조 840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약 53조 원의 22.05%에 해당한다. 반면 반도체 매출액은 약 74조 원으로 IM부문보다 작지만 영업이익은 약 35조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이 무려 65.61%나 된다.

 

덕분에 지난해 삼성전자는 지난 24년간 반도체 업계의 1위를 독점해온 미국 인텔을 누르고 사상 최초로 ‘반도체 1위’ 기업이 되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인텔을 앞질렀다. 매출액은 삼성 액 74조 원, 인텔 약 69조 원으로 5조 원 차이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삼성 약 35조 원, 인텔 약 19조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의 영업이익 변동 추이. 반도체의 영업이익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사진 = 삼성전자)

 

그렇다고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던 건 아니다. IM부문 실적은 2013년 약 25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고전을 이어왔다. 2014년 약 14.6조 원, 2015년 약 10.1조 원, 2016년 약 10.8조 원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2017년은 11조 8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사업의 지속적인 선전에 힘입어 지난 한 해 삼성전자 주가는 우상향을 지속했다. 2017년 초 185만 4000원의 최저가를 기록했으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인 11월 2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287만 6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3개월 가까이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 상반기 반도체 경기의 불투명성이다. 올 상반기 실적 하락이 우려되자 주요 분석가들이 일제히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것.

 

액면분할 전격선언 “국민주 되겠다”

 

하락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1월 3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 1주당 가액을 현재의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1억 2838만 6494주이던 삼성전자의 보통주식 총 수가 64억 1932만 4700주로 늘어나고 31일 기준 약 250만 원인 주가를 약 5만 원으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결정이었다. 최종 확정은 오는 3월 23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자리로 예정됐다.

 

삼성전자는 갑작스러운 액면분할 결정의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올해 대폭 증대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 주식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250만 원을 호가해 ‘황제주’로 불렸던 삼성전자 주식을 5만 원대로 떨굼으로써 ‘국민주’가 될 계기로 삼겠다는 것. 더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서 면모를 새롭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 변동 추이. (사진 = 네이버증권)

 

사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의 액면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종종 제기됐다. 특히 1주당 가격이 200만 원을 넘어가면서부터 이런 의견의 설득력이 커졌다. 200만 원이 넘는 높은 주가로 인해 삼성전자 주식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 되고 일반 투자가들은 넘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주총에서 액면분할 주장이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갑작스러운 이번 액면분할 발표가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다. 

 

특기할 만한 건 그간 액면분할을 실시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10대 1 비율로 추진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50대 1의 파격적인 분할비율을 선택했다는 것. 황제주의 위상을 버리고 국민주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명으로 읽혀지는 부분이다.

 

실적 전망 개선돼야 주가 반등할듯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은 주가 부양의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주가가 높으면 개인들의 투자 접근이 어려워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만 투자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주가가 경직성을 띨 수 있는 반면 주가가 낮아지면 개인 투자가들의 거래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했다고 주가가 무조건 상승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5월 액면분할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분할 전 38만 8400원(액면분할 환산 적용)이던 것이 분할 후 8거래일 만에 42만 8000원까지 올랐으나 그 뒤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2018년 2월 7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8만 1500원이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액면분할이 결정된 31일에는 급등세를 보이며 장중 주가가 8.71%나 치솟기도 했지만 금세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0.20% 오른 249만 50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이후 일주일째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 7일 장마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22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230만 원 미만으로 내려온 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의 일이다. 연일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동반 순매도하면서 지난 5일에는 시가총액이 5개월 만에 300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주된 하락 요인은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X 판매가 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데 아이폰X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발표는 호재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단기적 주가 모멘텀은 될 수 있어도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 효과는 없다는 것. 오히려 배당금 증대가 더 주가부양의 호재라고 해외 분석가들은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31일 주식 액면분할 결정으로 개별 종목 하루 거래대금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장중 한때 8.71% 오른 270만 7000원까지 올랐다가 249만 500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금융공학연구소 디스플레이.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분석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기업가치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거나 주가에 영향을 줄 요소가 아니다”며 “예상보다 컸던 지난해 4분기 부진과 올해 1분기에 대한 우려가 주가 약세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투자전략으로는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반도체 업황의 변화에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의 변경을 예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X의 1분기 물량 감소와 원화 강세로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4.0% 줄어든 63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은 4.7% 줄어든 14조 4000억 원에 그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40만 원에서 3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라는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삼성전자도 OLED 실적 악화 우려가 여전하다”며 “실적과 투자심리의 급격한 개선이 쉽지 않아 1분기 실적이 14조 원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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