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장주’로 유명한 셀트리온이 2월 9일 코스피 이전 상장에 성공하며 증권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현대차, 포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을 누르고 순식간에 시가총액 3위에 오른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의약품 시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는 유망기업이지만,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며 ‘거품론’을 제기한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확실시되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많은 증권사들이 주가전망 발표를 꺼리는 이유다. 과연 셀트리온은 바이오벤처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코스피 이전 첫날 ‘시가총액 3위’ 등극
지난 9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이 당일 종가 28만 8000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첫날 시가총액은 35조 3279억 원을 기록해 34조 1429억 원의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 기업이 됐다.
12일에는 30만 2500원으로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3일 소폭 하락한 29만 4000원을 기록했다. 1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6조 639억 원으로 여전히 코스피 3위이며 상위에는 약 305조 원의 삼성전자와 약 54조 원의 SK하이닉스 밖에 없다. 셀트리온의 모체 셀트리온홀딩스가 2000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불과 1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셀트리온의 창업자 서정진 회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스카웃돼 34세에 대우차 임원이 됐을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였으나 IMF 외환위기로 1999년 경 실직자가 됐다. 2000년 그는 동료 5인과 함께 ‘넥솔’(현 셀트리온 홀딩스)을 설립한 후 유망 사업을 물색했고, 2002년 기초 의약물질 및 생물학적 제재 제조업체 ‘셀트리온’을 창업하기에 이른다.
신시장 ‘바이오시밀러’ 개척자
셀트리온은 당시까지 생소했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라는 영역에 집중하는 회사였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으로, 일반의약품 복제약 또는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을 지칭하는 ‘제네릭’(Generic)과 구분된다.
바이오의약품에는 항체의약품, 생물학적제제, 단백질의약품(유전자재조합 또는 세포배양 이용),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이 있다. 일반의약품과 달리 복잡한 분자구조를 가지며 질병 원인물질에만 반응하므로 효과가 우수하다는 강점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암,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공정으로 제조되지는 않지만 임상실험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낼 경우 동등성 인증을 받아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다시 1세대 단백질의약품 복제약과 2세대 항체의약품 복제약으로 나뉘는데 2세대 바이오시밀러는 개발이 어렵고 막대한 글로벌 임상 비용이 소요돼 진입 장벽이 높다.
셀트리온은 2005년 BMS 사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오렌시아’를 위탁계약생산(CMO)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유방암과 위암 등 항암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혈액암 및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등의 임상실험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며 유럽과 미국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알려진 램시마는 2015년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 돌입 9개월만에 누적 처방환자 6만 명을 돌파하고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20%를 잠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17년 말 기준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0%를 돌파했다. 최근엔 환자가 직접 주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의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과 이 회사가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글로벌 판권을 갖고 전세계에 판매하는 마케팅 전문기업 ‘셀트리온헬스케어’, 국내 판매와 일반의약품 제조‧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 등 3개 회사는 ‘셀트리온 3총사’라 불린다. 이 중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자회사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지분 관계가 없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지배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서정진 회장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단일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2월 현재 셀트리온의 주요 주주는 셀트리온홀딩스 외 55인 22.95%, 아이온 인베스트먼츠 B.V. 14.27%, 자사주 0.45% 등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26.08%다.
코스피200 편입 확실시… “앞으로 더 뜬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8년 8월 코스닥 상장사였던 오알켐과 합병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됐다. 당시 주가는 1만 원 대를 오르내렸으나 이후 10여 년 간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을 지속해 10만 원 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주주총회에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이 결정되고 ‘허쥬마’의 유럽 판매 허가가 예측되면서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10월 24일 종가 19만 원을 돌파하더니 11월 21일 22만 2700원을 찍고 잠시 횡보세를 보이다 연말부터 급등세를 보여 새해 1월 12일에는 최고가 37만 4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며 한풀 꺽인 모습이지만 9일 코스피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코스닥 대장주’의 위세가 코스피에서도 유효함을 입증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가장 큰 이유는 셀트리온의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확실시된다는 것.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종목이 15 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코스피 시장 상위 50위 이내에 들면 코스피200 특례 편입이 가능하다. 셀트리온의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조건이다.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면 지수와 연계돼 움직이는 약 20조~4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셀트리온에도 배분돼 많게는 1조 원 내외의 자금이 신규 유입될 수 있다. 기계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형 인덱스 펀드, 국민연금, 일부 액티브 펀드 등이다. 수요가 늘면 당연히 기업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3일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된 카카오의 경우 14일 기관이 1346억 원 가량을 순매수했고 이후 50 거래일 동안 40%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기업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 19일 매출액 8289억 원, 영업이익 5173억 원, 영업이익률 62.4%의 2017년 경영실적을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5%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104.7%가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램시마의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고, 트룩시마도 본격적으로 유럽 판매에 돌입한 것,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와 수율 개선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이뤄진 것 등이 호실적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총사의 유럽 시장 안착이 예상되며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도 순항하고 있어 여러모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세가 2020년까지 연평균 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상향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상위 10개 품목 중 5개의 시장에 해당되는 수준”이라며 “신제품 출시와 시장 확대 효과가 지속돼 셀트리온의 2019년 매출액이 1조 5172억 원, 영업이익은 854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22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내부거래‧회계처리…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한편, 셀트리온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거품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그간 내부거래 혹은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많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관계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일단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량 구매하고, 이후 전세계 제약사와 대형 병원에 재판매한다. 셀트리온은 손쉽게 높은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막대한 재고를 떠안는 구조다.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구입하고 아직 판매하지 못한 재고자산이 2017년 3분기 기준 1조 6398억 원에 달했다.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초기의 리스크 분담과 글로벌 의약품 유통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지난 1월 19일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제조와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같은 비즈니스 기회와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업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두 회사의 주가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매출액 대비 과도하고 이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 18일 도이체방크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사들의 R&D 비용 비율이 평균 81%인데 셀트리온은 27%(2016년 기준)에 불과해 영업이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으며, 글로벌 경쟁사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30% 중간대로 떨어진다. R&D 비용의 무형자산화 비율이 삼성바이오에피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 등 국내 동종 기업들과 비교해도 약 2배에 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기업별 사업포트폴리오가 다르고 자산화 시점,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개발비 비중, 공동개발사와의 R&D 비용 처리 방식 차이 등 다양한 곳에서 차이가 나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현대차, 포스코 등 시가총액 순위가 비슷하거나 낮은 대기업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10배 가까이 차이나는 셀트리온의 기업가치가 과연 적절하게 산정된 것인지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의 지난해 잠정영업이익은 4조 5747억 원,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조 6218억 원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기 33조, 31조 원이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 5173억 원의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36조 원이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논리가 통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 의견 발표를 꺼리는 분위기가 파다하다. 반면 셀트리온 주주들은 “바이오‧벤처기업의 특성상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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