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챔피언 ⑤] '대장주' LG화학, 시가총액 15→7위 껑충…고배당 "쏜다"
▲지난 9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17’에 참가한 LG화학 부스에서 전시 도우미들이 자동차 배터리 및 와이어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LG화학)
저유가와 글로벌 수요 증가로 석유화학 분야의 ‘슈퍼사이클(Super Cycle, 장기 호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모두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국내 1위’ LG화학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가격 상승과 미국 허리케인으로 인한 공급 부진으로 호조를 보였고, 여기에 신성장 동력인 전지 부문의 흑자 전환이 겹쳐서다. 덕분에 주가도 연초의 2배 수준인 40만 원 대를 오르내린다.
다만 현재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을 늘리고 미국, 중국 등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추세여서다. 올해 ‘영업이익 3조 원 달성’이 확실시되는 LG화학이 내년에는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해보았다.
70년 역사의 국민기업, 여전히 ‘성장’
글로벌 화학업체 매출 12위(2016년 미국화학학회)로 국내에서도 올해 화학업체 영업이익 1위가 확실시되는 LG화학은 자타가 공인하는 석유화학업계의 거목이다. 증권가에서 ‘화학 대장주’로 불리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8조 958억 원(2017년 12월 19일 장 마감 기준)으로 코스피 7위를 차지하며,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이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LG화학의 출발점은 지난 1947년 생활화학기업으로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다. 이 회사는 ‘럭키(Lucky)’라는 생필품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빠르게 성장했고 현 LG그룹과 GS그룹 등 범LG계 그룹들의 모태가 됐다.
1974년 ‘럭키’로 법인명을 바꾸며 생활화학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떠오른 이 회사는 1995년 ‘LG화학’으로 변신하며 주력사업을 석유화학으로 바꿨다. 기존의 생활화학 분야는 2001년 ‘LG생활건강’으로 분사시켰고, 2002년에는 의약품 사업부를 ‘LG생명과학’으로, 2009년에는 산업재 사업부를 건축·건설 자재와 자동차·전자 소재를 생산하는 ‘LG하우시스’로 분사시켰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은 2000년 현대석유화학 PVC사업 인수, 2007년 LG석유화학 합병 등을 통해 집중 육성했다.
▲LG화학 전남 나주공장 전경. (사진 = LG화학)
이후 LG화학은 기초소재 부문에서 주된 매출을 올리면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보전자소재와 전지 부문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했다. 2016년 1월 농화학 전문기업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자회사 ‘팜한농’을 설립하고, 2017년 1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바이오·농화학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삼았다.
올해 LG화학의 추정 매출액은 약 25조 7848억 원인데, 이 중 관련 기초소재가 차지하는 매출이 17조 5227억 원으로 약 68%를 차지한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약 3조 302억 원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 중 기초소재의 비중은 2조 8335억 원으로 약 93%나 된다.
주요 주주는 LG(30.06%), 국민연금(5.76%), LG연암문화재단(0.03%), 박진수 LG화학 부회장(0.01%) 등이며 나머지 56.66%가 소액주주인데 이 중 40% 내외가 외국인이다.
기초소재 기반 위에 신성장 동력 ‘만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투톱’으로 꼽힌다. 2014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이 현저히 앞서는 영업이익 실적을 보였지만 2015년 롯데케미칼이 급반등하며 LG화학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급기야 2016년에는 롯데케미칼이 2조 54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 9919억 원을 기록한 LG화학을 무려 5000억 원 이상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석유화학 외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LG화학과 달리 석유화학 한 부문에만 집중한 롯데케미칼의 전략이 호황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됐다.
올해도 투톱은 열띤 경쟁을 벌였다.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LG화학이 이미 2조 3135억 원을 기록해 롯데케미칼(2조 2132억 원)을 1000억 원 가량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말까지 별다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LG화학은 빼앗긴 ‘왕좌’를 1년 만에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초소재 호황의 수혜 위에 그간 추진해온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낸 덕분이다.
▲LG화학의 분기 실적 추이. (자료 = LG화학)
LG화학은 기초소재 부문에서 번 돈을 전자소재와 전지, 팜한농,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그리고 올해 조금이나마 그 성과가 나타났다. 여전히 기초소재 부문에서 얻은 영업이익이 압도적인 가운데 올해 들어 전자소재와 전지, 팜한농·바이오 부문이 흑자로 전환한 것.
지난해 4분기까지 적자였던 전자소재가 올 1분기에 293억 원의 흑자로 반전했고, 이후 내내 흑자 기조가 이어져 연말까지 약 138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 부문도 올 2분기에 75억 원 흑자에 성공, 연말까지 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팜한농·바이오 부문도 연말까지 947억 원 흑자가 예상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21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주코레스를 방문해 박현구 생산담당 이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알루미늄 소재의 대용량 배터리팩 하우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LG화학)
이렇게 모든 사업 분야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기업들이 신규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에서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공급이 달리고,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등 외부 요인이 컸지만 일찍부터 R&D에 거액을 투자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선견지명도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 초 박 부회장은 1조원을 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특히 전지 부문에 3000억 원 이상을, 신약 개발에는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팜한농에는 4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초소재 부문과 전자소재 부문에도 각각 연구개발비의 10~20%를 배분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가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지 부문의 실적이 호전됐고, 다른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주가 오르고, 배당금 늘고… ‘실적 잔치’ 예고
올해 개장 첫날인 1월 2일 LG화학의 주가는 연중 최저가인 24만 7500원,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1월 24일에는 연중 최고가인 42만 6000원을 기록했다. 이후로는 성장세가 한 풀 꺽여 12월 20일 장마감 기준 주가는 39만 8000원이다. 여전히 연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올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15위였던 LG화학은 12월 20일 현재 7위로 무려 8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는 33위에서 20위로 오른 LG전자와 26위에서 14위로 상승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성과로, 앞서 두 회사보다 높은 순위에서 기록한 성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 한 해 가장 놀라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LG화학의 지난 1년 간 주가 추이. (자료 = 네이버증권)
덕분에 LG화학은 최근 LG그룹이 실시한 성과주의 인사에서 최대 수혜기업이 됐다. 재료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노기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중앙연구소장을 맡았으며, 이 외에도 이사장 승진 2명, 수석연구위원(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6명, 상무 신규 선임 10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 선임 2명 등 총 22명의 임원이 승진하는 개가를 올렸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대폭 늘린다. 지난 12월 14일 LG화학은 올해 결산 배당을 지난해보다 주당 20%가량 올릴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LG화학의 2016년 보통주 주당 배당금은 5000원, 우선주 배당금은 5050원이었으며 총 배당금액은 3680억 원이었으므로 2017년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당 배당금은 각각 6000원, 6050원, 총 배당금은 약 46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최종 배당금 규모는 내년 3월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내년 기상도, 맑음 or 흐림
이렇듯 LG화학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석유화학 업황의 향방이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다우케미칼, 쉐브론 등 글로벌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이 이어지며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 하락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중국의 탄탄한 수요가 여전히 업황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전지 부문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이에 대다수 증권사는 매수 의견을 유지하거나 목표주가를 올리는 분위기지만 하락을 예상하는 분석가도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10일 “전지 분야에서 신규업체 등장으로 경쟁은 심화되지만 기술력은 경쟁 상대인 일본 등에 뒤진다. LG화학이 여전히 중국에 차량용 배터리를 팔지 못하고 있지만 소재 가격은 오르는 중”이라며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해 주목을 끌었다. 목표주가도 31만 원으로 낮춰잡아 주가 하락을 예상했다.
▲LG화학이 지난 1월 30일 여수 공장에 문을 연 연간 400톤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전용공장. (사진 = LG화학)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전지 추가 수주 확대에 따른 물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폴란드 중대형 전지 공장이 내년 초 본격 가동하면 전지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최대 352.1% 증가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고 생명과학 부문도 중장기 성장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58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LG화학의 주력 ABS, PVC의 중국 수요가 증가할 예정이라 글로벌 경기 개선과 중국의 수급 호조를 기반으로 향후 2~3년 간 화학업종이 호황을 누릴 것”이며 “소형전지와 ESS가 판매실적 증가를 견인하는 가운데 자동차 전지 외형이 확대되는 등 전지 부문의 실적 우상향도 지속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적정주가 49만 500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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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식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