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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챔피언 ⑬] SK이노베이션, 글로벌 경영으로 ‘산유국 꿈’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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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7호 정의식⁄ 2018.03.02 10:16:08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시험 탐사에 성공한 중국 남중국해 PRMB 17/03 광구. (사진 = SK이노베이션)

최근 남중국해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며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급등세를 띠고 있다. 비(非)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돌파했다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 이은 호재라 시장의 반응이 한결 뜨겁다. 정제마진이 다시 반등세를 타 2분기부터 초호황이 예상되고 배터리 사업이 순항 중인 데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도 예정돼 있어 올해도 SK이노베이션의 상승세는 변함없을 전망이다.

 

5개 자회사 거느린 정유‧화학 대표기업

 

SK이노베이션은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함께 SK그룹의 실적을 책임지는 핵심 기업이다. 1962년 정부가 미국 걸프 사와 함께 설립한 대한석유공사라는 공기업이 모체로 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며 걸프가 철수하자 1980년 민영화를 통해 선경그룹(구 SK그룹)의 일원이 됐다. 1982년 사명을 ‘유공’으로 변경하고 종합 에너지·석유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해 1997년 SK(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07년 투자사업부문 지주회사인 SK(주)와 석유화학 사업회사인 SK에너지(주)로 인적 분할됐다. 2009년 10월 윤활유 사업부문이 100% 자회사 SK루브리컨츠로 출범했고 2011년 11월부터 현재의 사명인 SK이노베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SK그룹의 석유화학부문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석유개발 및 기타사업부문과 종속회사들이 영위하는 석유사업부문(SK에너지), 화학사업부문(SK종합화학), 윤활유사업부문(SK루브리컨츠) 등으로 나뉜다. 인천의 석유화학단지를 운영하는 SK인천석유화학과 화학제품 및 석유 트레이딩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까지 주력 자회사는 5개다. 매출은 주로 석유사업(70.84%)에서 발생하지만 화학사업(20.14%)과 윤활유사업(6.63%), 석유개발(E&P), 배터리 등 비정유 부문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과 5개 자회사의 로고. (사진 = SK이노베이션)

2017년 기준 SK이노베이션은 페루, 베트남, 미국, 중국 등 해외 9개국 13개 광구와 4개 LNG 프로젝트를 통해 총 5억 3000만 BOE(Barrel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했으며 일 평균 생산량은 약 5만 5000 BOE에 달한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무자원 산유국’ 꿈이 마침내 실현된 것.

 

2018년 2월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19조 원으로 코스피 18위다. SK그룹 계열사로는 SK하이닉스(2위), SK(16위), SK텔레콤(17위)에 이은 4위다. 주요 주주는 SK(주) 33.40%, 국민연금 10%, 자사주 0.56%이며 외국인 지분비율은 42.12%다. 

 

비정유 약진으로 역대 최대 호실적

 

지난 1월 31일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실적을 공개했다. 총 매출액은 46조 8265억 원으로 전년의 39조 5205억 원보다 늘었지만 2015년의 48조 3563억 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3조 2343억 원으로 2016년의 3조 2284억 원보다 소폭 상승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기할 만한 건 화학과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 비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 2조 705억 원을 기록한 것.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사상 최초의 일이다. 

 

정유사업은 매출 33조 3368억원, 영업이익 1조 5021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4조 9670억 원(17.5%) 증가했으나, 정제마진이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1235억원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화학사업은 역대 최대 실적인 매출 9조 3392억 원, 영업이익 1조 377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49억 원(11.8%) 증가한 건 에틸렌, 파라자일렌, 벤젠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높았던 탓으로 분석됐다.

 

윤활유사업도 매출액 3조 474억 원에 영업이익 5049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66억 원(7.8%) 늘어난 실적이다. 석유개발사업도 매출 6358억 원에 전년 대비 832억 원(79.1%) 증가한 188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최근 3년 실적. (사진 = SK이노베이션)

역대급 호실적의 비결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딥 체인지’(Deep Change) 추진을 통해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혁신한 결과로 자평했다.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등 비정유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도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사업구조 혁신을 이뤘다는 것.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17년은 딥 체인지의 강한 실행을 통해 비정유 부문에서 안정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 해였다”면서 “올해는 기존 관행을 탈피해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 관점에서 딥 체인지를 더욱 강하게 추진해 4조 원대 영업이익에 도전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 광구서 원유 채굴 성공 ‘1일 3750배럴’

 

호실적에 걸맞게 지난 1년간 SK이노베이션의 주가 그래프는 우상향을 이어갔다. 3월 6일 15만 20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11월 9일 21만 80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급락과 급등이 오가며 주가가 20만 원대 박스권에 두달 넘게 머물렀다. 답답한 국면에 파열구를 낸 건 지난 2월 21일 전해진 남중국해 원유 탐사 성공 소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독자 운영권을 보유한 중국 남중국해 광구의 시험 탐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2월 PRMB 17/03 광구의 운영권을 확보하고 지질조사, 물리탐사 등의 기초탐사 작업을 진행한 후 지난해 12월부터 심도 2014m의 탐사정 시추를 추진한 결과 총 34.8m 두께의 유효 유층을 발견했다는 것. 이어지는 시험 생산 과정에서 지층의 자연 압력만으로 하루 최대 3750배럴의 원유를 채굴하는 데 성공해 석유 부존이 확인됐다.

남중국해 PRMB 17/03 광구의 위치. (사진 = SK이노베이션)

PRMB 17/03 광구의 지분 80%가 SK이노베이션 소유이며 나머지 20%만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 몫이어서 매장량 규모가 크면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평가작업을 통해 PRMB 17/03 광구의 매장량과 상업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번 PRMB 17/03 광구의 상업성이 확인될 경우, 이를 교두보로 남중국해에서 석유생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과거 36년에 걸친 해외 석유탐사의 노하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지분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페루, 베트남, 중동 등지에서 석유를 시추해왔다. 지난 2014년에는 미국 내 생산광구 두 곳을 인수해 하루 2500 BOE의 셰일오일을 생산 중이다. 2017년 기준 9개국 13개 광구에서 5억 3000만 BOE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해 일 평균 5만 5000 BOE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번에 탐사를 성공한 17/03 광구 외 PRMB 지역에서만 04/20 광구, 17/08 광구 등 총 3개의 탐사 운영권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루브리컨츠 상장 등 호재 연이어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이 코앞인 것도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전망을 밝게 하는 호재다. 

지난 26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성장재원 확보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을 결의하고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09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100% 지분이 SK이노베이션 소유다.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조 1255억 원, 당기순이익 2821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생산품은 지난 1995년 출시한 ‘지크’(ZIC)를 비롯한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YUBASE)다. 

 

SK루브리컨츠는 ‘대형 우량기업 상장심사 간소화 절차’(패스트트랙)를 적용받는 회사라 상장 예비심사는 3월 27일(신청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CEO. (사진 = SK이노베이션)

증권가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공모 규모는 1조 원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으로 상장이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이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 배터리와 화학 사업에 투자될 전망이다. 

 

배터리사업 부문 투자도 활발하다. 서산 배터리 2공장 4개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헝가리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한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생산설비 2개 증설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21일에는 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로부터 자동차용 배터리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2020년부터 호주 퀸즐랜드 스코니 프로젝트 광산에서 생산되는 황산코발트 1만 2000톤과 황산니켈 6만 톤을 매년 공급받게 된다. 코발트와 니켈은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화학사업에서는 지난해 다우의 에틸렌 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 화학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제마진 초호황 분위기… 증권가 ‘매수’ 한 목소리

 

올 1분기 부진의 요인으로 우려되던 정제마진 하락세도 올 2월부터 반등세를 타고 있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증권가의 올해 전망은 전반적으로 낙관적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2011년 이후 약 7년 만에 업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 3월을 기점으로 2분기부터 정제마진 초호황이 예상된다”며 “벤젠을 제외하면 현재 파라자일렌(PX), 프로필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마진이 모두 지난해 동기와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어 정유사의 화학사업부는 실적 호조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8만 원’을 유지했다.

최근 1년간 SK이노베이션 주가 추이. (사진 = 네이버증권)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인 정제유 공급 부족으로 정제마진이 오르면서 정유사업이 호황을 맞을 것”이며 “정제마진 상승세와 함께 국내 정유사의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PX의 강세가 예상돼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이 30%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30만 원’으로 상향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올해 정제마진이 지난해 상반기 6.4달러보다 높은 7~8달러 사이에서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8만 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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