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의 연이은 성공으로 오프라인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 이마트가 연초부터 이커머스(E-Commerce) 분야에 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혀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15조 원이 넘는 매출을 일으키고 56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확보하면서 유통 1위의 위상을 과시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1위 유통채널이 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대망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대형마트 국내 1위… 2017년도 호조
이마트는 지난 2011년 5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사업부문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며 탄생한 기업이다. 1993년 11월 1호점인 창동점을 열면서 국내에 대형할인마트 시대를 열었으며 백화점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와 함께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등 외국기업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며 국내 유통산업의 주류가 백화점에서 할인마트로 바뀌었다. 이 시기 신세계는 전국 요지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마트 점포를 늘리며 마트 사업에 집중했고, 2006년 월마트코리아 지분을 8250억 원에 전량 인수하며 월마트 점포망을 대거 확보, 단박에 국내 마트 1위로 떠올랐다.
2010년 10월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2016년 9월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했으며,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위드미)’, 온라인쇼핑몰 ‘SSG.COM’ 등도 운영 중이다. 2017년 12월 기준 국내에 146개의 이마트 매장과 12개의 트레이더스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5개, 베트남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월 30일 기준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8조 1119억 원으로 코스피 순위 38위다. 주요 주주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18.22%,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9.83%, 국민연금 10.10%, 자사주 0.04%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48.86%다.
30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2017년 매출액은 15조 1772억 원으로 전년보다 8.1%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6279억 3862만 원으로 무려 64.5%나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669억 1951만 원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해 시가배당율은 0.65%이며, 배당금총액은 487억 6231만 원이다.
이커머스 1조원 투자 소식에 주가 급등
2017년 1월 2일 종가 18만 500원으로 시작한 이마트의 주가는 1년이 지난 2018년 1월 2일 26만 2000원으로 무려 8만 1500원이나 올랐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유통업계 전체가 부진으로 신음했던 기간임에도 이마트 주가가 우상향 추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스타필드, 이트레이더스 등의 순조로운 성장과 피코크, 노브랜드 등 PB상품의 인기몰이, 이마트몰의 적자 폭 감소, 고전 중이던 중국사업 철수 결정 등 다양한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마트의 지난해 온라인몰 매출은 1조 504억 원으로 2016년보다 무려 25.2%나 늘었다. 이마트가 온라인몰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도 지난해 1조 5213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역시 2016년보다 27.2%나 증가한 실적이다.
꾸준히 우상향하던 이 회사 주가는 새해 들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6일 개장 직전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과 관련해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공시하자 주가는 급등세를 타 1월 29일에는 52주 최고가인 31만 1000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뉜 온라인 사업부를 합치고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해 그룹 내 핵심 유통 채널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또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로부터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BRV는 페이팔의 최초 기관투자가로 알려진 미국계 투자운용사이며 어피너티는 홍콩계 투자운용사다.
이렇게 되자 증권분석가들은 “신세계의 온라인사업 진출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고 시장도 이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사실 이 발표는 이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2017년 8월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점 오픈 기념행사에서 “올해 안으로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두고 업계에서는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를 인수한다더라”, “쿠팡, 위메프, 티몬 등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시장 판도 재편에 나선다더라” “글로벌 강자 아마존의 국내 진출에 협력한다더라” 등 다양한 추측이 나돌았다. 결국 해를 넘긴 1월에야 그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춘추전국 이커머스 시장, 성공 쉽지 않아
이렇듯 신세계그룹은 그간 신세계와 이마트에 각기 분산됐던 이커머스 사업 역량을 단일기업으로 일원화하고 1조 원의 거액을 투입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그 계획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구체적 방법론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올해 안으로 온라인 사업 별도 법인을 출범하고, 2023년까지 매출 규모를 현재의 5배인 10조 원으로 늘린다는 개략적인 계획만 공개됐을 뿐 법인명이나 조직 구조, 지분 배분 비율 등 구체적 사업전략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커머스 시장에 오프라인 유통 분야의 대기업들이 그간 별 힘을 못써왔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옥션과 지마켓, SK그룹의 11번가, 쿠팡과 위메프, 티몬, 여기에 빠르게 성장 중인 네이버쇼핑까지 수많은 강자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이커머스 매출은 70조 6108억 원에 달한다. 옥션과 지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이 약 15조 원 내외이며, SK플래닛의 11번가는 약 9조 원, 쿠팡이 약 4조 5000억 원, 위메프 3조 원, 티몬 2조 원 대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롯데그룹 계열 온라인몰 7곳의 연간 거래액도 약 8조 원에 달하지만 SSG.com 등 신세계그룹 계열 온라인몰 8곳의 연간 거래액 합계는 2조 원 내외로 유통 1위 기업의 체면이 서지 않는 수준이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도 온라인시장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이마트가 대형마트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규제는 계속 강화될 조짐이라 앞으로의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것. 반면 이커머스 분야는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결국 이마트가 이커머스 사업에 거대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건 더 이상 늦췄다가는 영영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오프라인에서는 이마트가 1위지만 온라인 매출 규모는 롯데그룹에 크게 못미치고, 지마켓, 옥션, 11번가는 커녕 쿠팡, 위메프, 티몬 등에도 밀리는 상황이라 더 이상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마트와 롯데가 과점한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아직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은 시점이라 적절한 투자와 전략이 결합한다면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신설 법인 기업가치 10조원 가능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유통업계 대장주’인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 신설 계획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신설 법인이 최소 3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신세계그룹이 밝힌 대로 2023년 10조 원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면 기업가치도 10조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의 대표 온라인 플랫폼 SSG.COM이 이마트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사업 통합 시설 법인의 지분은 이마트가 신세계보다 많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27만 원에서 41만 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도 “신세계와 이마트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국내에서 독보적인 온라인 유통 업체로서 입지가 강화되고 2등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투자에 참여한 회사들이 사모펀드인 점을 고려하면, 신설 법인이 앞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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