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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 카카오페이] 첨단은 꼭 명랑해야 해? '쓴 아이콘' 이상민 내세운 잔재미로 "빅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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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5-546호 윤지원⁄ 2017.07.21 14:29:05

▲7월 초 공개된 '카카오페이' 카톡무료송금 광고 캠페인이 주간 광고 시청률 1위에 올라 화제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7월 들어 줄줄이 공개된 ‘카카오페이’ 광고 캠페인이 화제다.

7월 첫 주, 카카오페이는 “돈 보낼 일은 늘 톡에서 시작되니까”라는 카피를 앞세워 카카오톡 메신저의 채팅방에서 벌어지는 송금 관련 에피소드를 담은 티저 광고 세 편을 내놓았다. 그 주 TV 광고 시청률 순위(TNMS 조사)에서 이 광고는 상위권인 14위에 올랐다. 이어 15일에는 룰라 출신의 방송인 이상민을 메인 모델로 삼은 본편 광고 세 편이 공개됐는데, 나오자마자 그 주 주간 광고 시청률 순위 1위에 올랐다. 인터넷 댓글 반응도 "재미있다"거나 "공감 된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

송금, 아무리 편리해봤자 결국 내 돈 나가는 일

이 캠페인은 모바일 핀테크의 편리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여타 금융기관의 핀테크 광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카카오페이 광고는 그 서비스를 화려하거나 고급스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금융 거래가 편리해지면 더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거나 삶의 질이 나아진다거나 하는 달콤한 미끼를 던지지 않는다. 최첨단 트렌드의 배경음악도 없고, 현란한 촬영 테크닉이나 컴퓨터 그래픽도 거의 없다. 다양한 첨단 서비스를 열거하지도 않고, 송금의 편리함만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핀테크 서비스가 적용될 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들을 통해 다수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경쟁 서비스 광고들과 비슷한 기조를 따른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광고 캠페인은 공감할 만한 현실 상황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얼마든지 불쾌하거나 씁쓸할 수 있다는 것을 굳이 감추거나 따뜻하게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카카오페이의 핵심 서비스가 송금에 관련된 이상,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내 돈이 나가는 아까운 심정을 감출 수는 없다. 송금할 때 느껴지는 그런 씁쓸함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므로, 이를 차라리 솔직하게 드러낸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고, 현실 풍자로 나아간다. 

▲KB 국민은행의 핀테크 서비스인 LIIV 앱 광고에서는 은행업무가 여러모로 편리해져 더 여유있는 일상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강조되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런 현실 풍자의 요소는 먼저 공개된 티저 광고 세 편에 알차게 녹아 있다.

에피소드 하나. 오랜만에 카톡으로 연락한 친구는 인사를 마치자 대뜸 모바일 청첩장을 보낸다. 친구가 얄밉지만 축하해주지 않을 수 없다.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지만 축의금을 보내지 않기도 뭣 하다.

에피소드 둘. 어제 간만에 모여 즐겁게 논 단짝 친구들.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모임 회비를 걷는다. 총무 역할을 담당한 친구는 어젯밤 술에 취해 망가진 친구들의 굴욕 사진들을 공개하며, 회비를 빨리 송금하지 않으면 사진을 SNS로 널리 퍼뜨리겠다고 협박한다.

에피소드 셋. 어제 소개팅 한 상대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애프터 신청인가 싶어 마음이 설레였지만,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함께 부담해달라고 요청해 오는 바람에 김이 샌다. 처음부터 더치페이 하자고 하지, 계산할 땐 자기가 폼 잡더니 이제 와서 빚쟁이처럼 구는 건 내가 맘에 안 들었다는 뜻?

돈 달라는 사람 셋 다 비호감이다. 이런 상황에 돈을 보내주는 일이 즐겁고 신날 리 없다. 광고 화면은 카카오톡 채팅방 고유의 색깔과 배치를 따왔지만, 대화 내용은 문자 텍스트가 아닌 배우의 모습을 합성해서 생생한 대사와 맛깔나는 연기로 표현했다. 덕분에 돈 달라는 태도에서 솟구치는 스트레스가 더 실감나게 전달되면서도 수긍할 만한 선은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어차피 보내야 할 돈이라지만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폰뱅킹도 없던 시절이었다면 통장과 도장과 계좌번호를 적은 쪽지를 챙겨 들고 은행에 찾아가 송금하는 번거로움이 더해졌을 것이다. 수수료는 얼마나 아깝겠는가? 그렇게 은행에 다녀오는 내내 짜증이 났을 것이고,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를 망칠 수도 있다.

송금이 번거로우면 안 되는 이유는 수수료를 아껴서 쇼핑을 하고 싶거나, 친구들과 클럽에 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순히 정신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광고는 카카오페이가 돈 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돈을 줘버리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므로 그런 짜증의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시켜줌을 강조한다. 카카오페이 광고는 스트레스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상품의 주요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플 때 먹으면 낫는다는 약품 광고만큼이나 알기 쉽다.

▲오랜만에 연락해 청첩장을 보내는 얄미운 친구. 하지만 수수료 없이 간단하게 축의금을 보내줄 수 있어 스트레스도 덜하다는 광고 내용.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모델 이미지 활용의 모범 사례

카카오페이 광고에 담긴 풍자의 요소는 메인 모델이 이상민이라는 데서 더욱 강조된다. 

그룹 룰라 출신의 이상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광고 모델 중 하나다. 이상민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조사한 예능인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유재석을 제치고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광고 모델 전체를 놓고 봐도 미남 배우인 송중기, 공유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든다. 2000년대 초 표절 시비, 사업 실패, 이혼, 불법 도박업 유죄 판결 등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지상파 3사는 물론 대중에게도 외면 받았던 그가 12년 만에 이루어낸 반전이다. 

정보통신(IT) 분야의 대기업인 카카오가 최고의 모델을 기용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상민이 출연한 다른 어떤 광고보다도 이번 카카오페이 광고는 특별하다. 굴곡 많은 인생이 빚어낸 이상민의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진 광고이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그는 무려 69억 8천만 원이나 되는 채무를 혼자서 거의 다 갚아냈다. 사업 기반도 모두 무너지고 주변 사람도 다 떠나버린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빚을 갚아 왔는지에 대한 진솔한 사연들은 최근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여러 방송을 통해 널리 소개됐다. 밤무대에서 과거 룰라의 히트곡을 공연하면서, 심지어 멤버 네 명이 나눠 부르던 파트를 모두 혼자 소화하면서, 손에 돈이 쥐어지는 족족 채권자들에게 보냈다. 수입이 많지 않은 달에는 수중의 단 몇 만원이라도 보냈다.

▲카카오페이 광고의 메인 모델 이상민은 12년 동안 거액의 채무를 성실하게 갚아 나간 이력 덕분에 대중으로부터 인정 받으며 광고계 대세 모델로 자리잡았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언제 이 채무가 청산될지 가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심리적 압박이 심해 공황장애까지 왔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12년 동안 꾸준히 돈을 갚아 나가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채권자들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를 외면하던 대중도 언제부턴가 그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인정했고, 지금은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케이블TV로 복귀한 방송 생활도 차츰 성과를 냈고, 이젠 지상파 3사에도 출연한다. 현재 고정 출연하는 방송만 8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 중인 광고 계약은 10여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음주운전, 도박, 탈세, 이혼 등 과거 실패의 경험을 딛고 재기한 연예인은 많다. 이상민이 그들과 다른 점은, 과거의 실패가 현재에도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12년 동안 고액 채무자였고, 현재도 그러하다. 대중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의 과거는 망각되지 않고 현재의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성공이 됐다. 

현실에서 다양한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이들이 그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 감동받았다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한때 톱스타였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서민적인 삶을 사는 모습에 대중이 친근감을 느낄 만하다. 돈을 아끼느라 온갖 궁상을 떨면서도 요령껏 자기만의 허세를 럭셔리하게 누리는 자존감 높은 모습에 대중은 ‘궁셔리’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다.

빚은 이처럼 현재 이상민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빚과 가난이 방송에서 자주 언급될수록 호감도와 몸값이 상승하는 기묘한 사다리를 올라간다. 이상민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빚 갚는 사람'이다. 카카오페이 서비스가 이상민을 광고 메인 모델로 삼는 데 이 이상의 이유는 필요 없다. 그가 바로 송금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빚을 갚는 행위가 이 사진의 이상민처럼 즐겁진 않겠지만 송금 과정이 간단해지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도 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있다가도 없는 게 돈, 스트레스라도 덜자

이상민의 삶이 그려온 굴곡을 대강이라도 안다면, 돈과 송금에 관한 그의 철학이 남다를 것이라고 여길 만하다. 카카오페이 메인 광고의 카피들은 바로 누구보다도 돈에 초월한 이상민이 남겼을 법한 금언(金言)의 어조를 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는 금언은 흔하다. '수수료' 편에서 이상민은 이를 변주해서 "돈은 있다가도 없지만 수수료는 평생 없다"는 말을 남겨 카카오페이의 장점을 언급한다. 갚을 빚이 많은 이상민에게 작은 숨통이라도 틔워주는 고마운 장점으로 그려진다.

"돈 버는 건 힘들어도 쓰는 건 쉽다"는 흔한 금언의 변주로 "돈 버는 건 힘들어도 보내는 건 참 쉽다"는 간편 송금 편에서, 어차피 남 줄 돈을 버는 이상민 선생은 "보내는 거라도 쉬워야지"라며 송금 버튼을 터치한다.

또, '계좌 터치' 편에서는 "내 계좌번호도 아닌데 외울 필요 없잖아"라며, 상대가 보낸 계좌번호를 터치하기만 해도 송금이 이루어지는 카카오페이의 편리함을 기분 좋게 누린다. 카톡을 남긴 채무자의 대화명이 '아는 누님'인 것은 그가 나오는 방송 제목을 패러디한 소소한 재미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 상당수는 천문학적인 가계 부채를 비롯해 돈에 관련돼 있다. 돈벌이는 충분치 않은데 돈 나갈 구석은 너무 많다. 어차피 낼 돈이라면 내겠지만, 돈 낼 때 생기는 스트레스라도 줄어든다면 지옥 같다는 느낌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정말로 헬조선 서민의 스트레스 치료제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광고 안에서 채무자들의 왕 이상민은 송금을 게임하듯 즐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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