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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한국타이어] 뚜렷 메시지+세련 영상…그런데 왜 항상 똑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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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2호 윤지원⁄ 2017.09.06 11:11:34

▲2012년 한국타이어의 'It is' 캠페인 '급제동' 편 광고. (사진 = 한국타이어)


광고 하나. 카메라가 19세기 서유럽풍 건물과 카페 등이 늘어선 도시의 어느 거리를 비추며 천천히 옆으로 이동한다. 어디선가 자동차가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 나는 쪽을 향한다. 화면 안으로 달려 들어온 벤츠 승용차는 앞으로 쏟아질 듯 급격히 속도를 줄이더니, 결국 선다. 카메라의 이동도 멈추고 나면, 앞에서 갑작스러운 추돌사고가 나서 급제동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차와의 충돌을 겨우 면했다. 농담처럼 비유하자면 ‘깻잎 한 장 만큼’의 간격밖에 안 남았다. 주변의 목격자들은 이렇게 궁금해할 것이다. “대단하다, 저 타이어 뭐지?” 그러면 광고가 대답한다. “It is..."

광고 둘. 차도 행인도 없는 한밤의 도심 뒷길을 달리던 차가 급격히 S자로 흔들리며 차선을 넘나든다. 앵글이 바뀌고 보면, 운전자는 갑자기 도로 안으로 뛰어든 검은 개를 피하려 했던 것. 다급한 핸들링에도 타이어가 도로 표면에서 미끄러지지 않아 개도 피할 수 있고, 주변 상가로 치우치지 않고 도로 안으로 잘 돌아와 계속 갈 길을 간다. 황천길 갈 뻔했던 견공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이렇게 궁금해하는 듯하다. “대단하다, 저 타이어 뭐지?” 그럼 또 광고가 대답한다. “It is...”

대답은 “한국타이어”이다. 이 두 편의 광고는 한국타이어가 2012~2013년 펼친 ‘It is.’ 캠페인의 대표 광고다. 이 캠페인은 총 네 편의 광고로 진행됐는데, 특히 이 두 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30년 넘게 제작된 한국타이어의 수많은 광고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2013년 한국타이어 'It is' 캠페인 중 '핸들링' 편 광고. (사진 = 한국타이어)


위기일발, 믿을 건 타이어 성능

이 두 광고는 ‘제품의 뛰어난 성능’이라는 심플한 메시지만 정확하게 전달한다. 광고에 쓰인 촬영 기법은 원 씬, 원 컷의 초고속 촬영(제동 편)이거나, 다양한 앵글의 근접 촬영(핸들링 편)으로 다르지만, 둘 다 정교하게 잘 촬영돼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또한, 상황이 겨우 30초 동안 펼쳐지는데도 기-승-전-결 구성을 갖췄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까지 전달한다. 유명 모델도 없고, 구구절절한 설명도 없다. 누가 뭐래도 잘 만든 광고다.

‘급제동’ 편은 2012년 2월, 한국광고협회가 주관하는 월간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에 선정되었고, 같은 상황이 같은 앵글로, 빗길에서 연출되는 후속 광고도 제작되었다.

한국타이어는 이 ‘It is’ 캠페인에 대해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 타이어가 가장 좋은 타이어라는 생각을 대변한다”며, “타이어에 대한 드라이버의 기대가 극에 달했을 때, 타이어의 능력은 과연 최고로 발휘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급가속, 급제동, 코너링처럼 갑작스럽게 닥친 찰나의 위험한 순간, 드라이버가 의지할 것은 타이어뿐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휠이 잠기면 나머지 제동은 온전히 타이어의 몫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가 타이어의 성능에만 의지하는 이 ‘It is’ 캠페인 속 상황에서, 한국타이어는 극한의 능력을 발휘해 드라이빙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며 시청자를 유혹했다.

▲1980년대 한국타이어 광고.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타이어 광고, 어차피 보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광고계 관계자들은 “타이어 광고는 너무 뻔해서 어렵다”라고 한다. 타이어는 아무리 성능 좋고 개성 있는 제품이라도 자동차의 부품으로 여겨질 뿐이며, 경쟁 제품과의 차별점이 부각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 광고 기획자는, 그렇기 때문에 타이어 광고가 특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브랜드 노출이고, 브랜드의 신뢰도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급제동’ 편 광고 마지막에 한국타이어 브랜드 대신 ‘넥센타이어’나 ‘브릿지스톤’ 같은 라이벌 브랜드를 삽입해도 시청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고를 만든 사람들과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일이지만, 정말로 브랜드명이 드러나는 부분을 빼면 각각의 광고 사이에 큰 차이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

실제로 이들 타이어 회사들의 광고 대부분이 다양한 노면 상태에서의 제동 성능, 접지력 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는 굳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타이어의 과거 광고들 사이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겨울에는 스노우타이어의 제동력을, 장마철엔 우천시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을 보여주는 것이 다를 뿐, 30년 넘게 같은 메시지의 광고들이 변주되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한국타이어의 1980년대 광고와 미쉐린의 2010년대 광고가 비슷한 콘셉트와 구성을 보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우리 회사 타이어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고객은 마지막에 사랑하는 가족과 만난다는 스토리가 유사했다. 미쉐린 광고의 경우 갑자기 연락을 받고 바삐 상대를 만나러 가는 내용인데, 에피소드마다 도로 상태가 다르다는 점, 그리고 가는 길에 미쉐린의 마스코트인 비벤덤과 잠깐 스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좀 더 강조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두 광고 사이 30년 정도의 차이가 디테일의 차이로 나타난 정도다.

▲2004년 영화배우 전도연을 등장시킨 감성 광고, '드라이빙 이모션'.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장수한 ‘드라이빙 이모션’도 개성은 부족

관계자들은 타이어 광고에 대한 고민이 제품 성능보다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한국타이어도 ‘드라이빙 이모션’이라는 대표 카피를 10년 이상 사용해오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드라이빙 이모션’ 광고는 한국 영화의 대표 배우들을 차례로 캐스팅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광고를 구성한 시리즈로 유명해졌다. 2006년, 전도연이 울적한 감정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내리는 비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하는 광고, 조승우가 자신을 옥죄는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과감히 무시하고, 목적지를 틀어 자유롭고 후련해진다는 광고 등이 그것이다. 김아중과 주진모가 이별과 미련을 반복하는 열정적인 연인으로 등장한 광고에서는 사랑을 향해 “돌아서라”, 사랑 앞에서 “멈춰 서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이 시리즈는 타이어 광고의 기본 구성요소(빗길, 급회전 등)를 담으면서도 시청자의 감성에 강하게 어필해 나름 성공적인 광고로 평가받았고, ‘드라이빙 이모션’ 슬로건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 역시 브랜드나 개별 제품의 우수성을 차별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광고 관계자들은 그 미흡함에 대해, 광고 기획자들의 창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타이어 광고가 원래 어렵기 때문이라면서도, 어쩌면 한국타이어라는 브랜드가 너무 무난해서 개성이 부족한 것이 창의력을 발휘할 한계를 더 뚜렷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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