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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셀트리온·메디톡스] 그냥 달리기만 한 광고 vs 신화까지 터치한 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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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7-558호 윤지원⁄ 2017.10.09 09:14:31

▲메디톡스의 기업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최근, 일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공중파에 기업 PR 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해 광고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코스닥 최강자 셀트리온과 보톡스 전문기업인 메디톡스가 그 주인공이다. 두 회사의 기업 광고는 언뜻 비슷한 콘셉트로 보인다. 하지만 광고 전문가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제약회사는 약 광고만 하는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은 일반 대중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 대중 매체를 이용한 광고의 폭이 좁은 편이다. 광고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오 업계에서 공중파 광고를 방영하는 기업은 대부분 일반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제약회사들이다. 

한국광고총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제약회사는 명인제약으로 이 회사는 ‘이가탄’이나 ‘메이퀸Q’ 등의 일반의약품을 주로 홍보했다. 2위는 동국제약으로, 광고 품목은 역시 ‘인사돌’이나 ‘센시아’ 같은 일반의약품이다. ‘박카스’의 동아제약과 ‘삐콤씨’의 유한양행, ‘우루사’의 광동제약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과 메디톡스가 판매하는 주력 제품은 일반의약품이 아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가네진’이라는 간장약 광고를 만들기는 했지만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제품은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크론병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인 ‘램시마’나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으로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없는 제품이다. 메디톡스 역시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피부 주름 완화용 주사제 등 보톡스 의약품의 매출이 100%인 기업이다.

대중에게는 생소한 편이지만 업계에서 이 두 기업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셀트리온은 코스닥의 대장주로 시가총액이 17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셀트리온의 시총은 코스피에서도 18번째로 많은 액수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셀트리온은 지난 9월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폐지하고 코스피에 상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메디톡스도 3조에 육박하는 시총으로, 코스닥에서 늘 3~5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강자다.

▲셀트리온 기업 PR 광고 '기업'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셀트리온은 달린다" 기업 광고의 정석…독창성은 부족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제품이 없다 해도 국가 경제에서 큰 몫을 담당하는 기업들이라면 기업 이미지 관리뿐 아니라 기업 위치에 어울리는 인지도 유지도 중요하다.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면 임직원의 소속감이 고양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두 편의 기업 PR 광고를 내놓았다. 7월에 광고가 방영된 시점은 자매회사인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을 때였고, 9월은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상장 여부가 결정되는 달이어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를 내보내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7월의 광고는 셀트리온이 지난 15년 동안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해 달리기에 빗대어 얘기했다. "실패를 딛고 묵묵히 달리기, 국내를 넘어서 세계로 달리기, 세상을 뒤집어 거꾸로 달리기"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메인 모델인 배우 장동건이 사막을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마지막에는 셀트리온 직원들이 해가 떠오르는 벌판에 모여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하며 "다시 한번 진심의 길을 달려간다"고 선언한다.

▲셀트리온 기업 PR 광고 '청년'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9월 광고는 '달리기'라는 테마가 같고, 이전 광고와 거의 똑같은 대사를 이용해, 셀트리온은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의 청년들을 믿고 세계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하는 광고로 변주했다. 배경은 사막에서 도시로 바뀌었고, 웅장함보다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담았다. 콘셉트와 구성, 편집 리듬은 물론 선곡에서 1990년대 청춘 영화의 걸작인 ‘트레인스포팅’의 유명한 오프닝이 연상된다.

광고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두 광고 모두 무난하기만 하고 임팩트가 없다고 평가했다. 역광을 업은 장동건은 누가 뭐래도 잘 생겼고, 사막의 광활함과 웅장함도 카메라에 잘 담겼다. 성우의 목소리는 신뢰가 가고, 배경 음악들은 편집된 화면과 잘 어울린다. 영상물로서의 완성도라면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다른 기업 PR 광고에서 너무 많이 보아온 요소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점이 거의 없다. 달리기라는 비유는 너무 보편적이다. 내용이 특별하지 않아서, 셀트리온이라는 특정 기업이 부각되는 광고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이 그동안 이룬 성과를 자막으로 따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안 됐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메디톡스의 기업 PR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메디톡스, 운명에 도전하는 기업 선언

얼핏 보면 메디톡스의 기업광고와 셀트리온 광고는 매우 닮았다. 중견 남자 배우가 모델이고, 똑같은 남자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하며, 모델은 자연 속에 혼자, 똑같이 사막이라는 황량하고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어딘가로 나아간다는 설정도 같다. 

그런데 광고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광고가 특별히 어려운 특수효과 없이도 신화적인 상징과 비유 등을 잘 담아낸, 매우 창의적인 광고라고 평가했다. 

내레이션 대사는 쉽고 문학적이면서 동시에 메디톡스라는 기업의 특징까지 구체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광고의 배경도 메디톡스라는 기업이 하는 일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메디톡스 광고는, 흐르는 시간이 우리로부터 빼앗아가는 어떤 것을, 메디톡스가 되찾아주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보톡스 전문 회사로서 나이 들면서 늙어가는 고객의 외모에 젊음을 되찾아주겠다는 이야기라는 점은 쉽게 연상된다. 그런데 미모니 젊음이니 하는 직접적인 단어는 한 단어도 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어려운 표현도 아니고 흔히 쓰는 비유다.

▲메디톡스의 기업 PR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그런 내레이션 위에 지구의 시간이 만들어 낸 압도적인 풍경을 얹었다. 광고의 배경인 미국 애리조나의 엔틸로프 협곡은 세계 여러 매체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 목록에 단골로 꼽히는 곳으로, 사암(砂巖) 협곡 사이로 흐른 수억 년에 걸친 풍화작용의 흔적에 빛이 더해져서 만드는 온갖 숨겨진 경치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물결과 바람에 침식된 협곡 표면의 무늬는 인간의 주름살을 쉽게 연상시킨다. 

인간 이서진은 결국 시간의 비밀, 거대한 모래시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라보며 서는데, 이러한 연출과 ‘인간의 시간을 연구한다’는 말을 통해 젊음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숭고하게 표현했다. 이 부분은 메디톡스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지향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알기 쉽게 잘 담아냈을 뿐 아니라, 여러 걸작 서부영화에서 보아 온 모뉴먼트 밸리의 웅장한 풍경과 결합되면서 마치 메디톡스가 ‘필멸자(必滅者)의 운명에 맞서는 신화적 영웅’이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이곳의 풍경은 본래부터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메디톡스의 광고에 쓰이면서 더 구체적인 의미를 담게 됐다. 그 신비한 풍경이 시간의 힘이라는 점을 인간의 늙음 및 주름살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 짓고, 메디톡스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비밀을 발견했고, 아울러 그 운명에 맞서려 한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다른 기업이 따라 할 수 없는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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