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경협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 남북관계 해빙에 힘입어 3개월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북미회담이 취소될 조짐을 보이며 갑자기 급락하기도 했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며 다시 급등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회담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 롤러코스터 장세
오랫동안 잠잠하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방북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가는 5만 6500원(3월 5일 종가)으로 5만 원대 후반에 머물렀으나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7일 종가 6만 2600원으로 6만 원대를 돌파했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이었던 4월 19일 종가 10만 4000원을 기록했고, 회담이 열린 27일엔 종가 9만 3900원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이 구체화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북한과 미국의 회담 의제 조율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공격적인 태도를 문제삼으며 싱가포르에서의 만남을 취소하겠다는 서한을 공개하자 급폭락 사태를 맞았다. 5월 24일 10만 45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금요일 하루 사이에 무려 1만 7600원이 빠지며 25일 8만 6900원까지 내려간 것.
하지만 주말 사이에 반전이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미회담의 불씨가 되살아났고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반등했다. 28일 하루만에 2만 5600원이 오른 종가 11만 2500원을 기록했고, 이어 29일 종가 11만 4500원, 30일 12만 9000원, 31일 13만 3500원으로 4일 연속 52주 신고가 경신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금감원 이슈에도 상승세 유지… 현대아산의 위력
특히 31일의 경우 전날 장 마감 이후 금융감독원이 현대엘리베이터가 2015년 발행한 약 2000억 원 규모의 CB에 대해 위법성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져 급락이 예상됐다. 실제로 31일 오전 주가는 잠시 하락세를 띠었으나 오후 들어 다시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날보다 3.49% 오른 13만 3500원으로 장을 마감해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엿보게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북한 이슈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건 이 회사가 보유한 현대아산의 지분 가치가 반영된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1999년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회사 지분 67.58%를 보유한 지배주주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 사업까지 맡으며 성장하던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중단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대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급기야 개성공단 사업까지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런 현대아산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게 된 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대북관계가 개선된 덕분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비상장 회사인 현대아산 주식의 가치는 그간 1만 3000원 수준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랬던 것이 지난 3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함께 급등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주당 가격이 4배 가량 상승한 약 5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점유율 1위이지만… 4분기 연속 실적 악화
다만 현대엘리베이터 자체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업황 전망이 불투명하고 경쟁은 점차 격화되는 상황이어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984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합작으로 설립된 엘리베이터 전문 기업으로 11년 연속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의 운반기계류와 물류자동화설비, 승강장 스크린도어, 주차 설비 등의 최첨단 설비 및 관련 분야 제품의 생산, 설치, 유지보수사업 등이 주된 사업 영역이며 엘리베이터 매출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경쟁 상대인 오티스 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코리아,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이 모두 외국계 회사인 데 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일한 토종 기업이다. 웨스팅하우스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을 인수한 쉰들러 엘리베이터도 약 15.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배주주는 약 23.66%를 보유한 현정은 회장 등 14인이다. 범현대가의 일원인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도 하고 있다. 5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은 3조 5849억 원으로 코스피 78위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연결기준 매출 2조 108억 원, 영업이익 147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미래의 불투명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유는 수익성 하락이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9.2%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3년 연속 10% 내외에서 7.3%로 낮아졌다. 히타치제작소가 19년 만에 한국 시장 재도전을 선언하는 등 외국계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된 것도 우려 요인이다.
5월 15일 현대엘리베이터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340억 원, 영업이익 19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4.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5%나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해외 사업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처럼 대북경협 테마주가 부각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몸값은 끝을 모르고 상승 중이다.
분석가들 “대북경협 대장주, 기대할만 하다”
올 초에 비해 이미 2배 이상 상승한 이 회사 주가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루에 1만 원 이상 오르는 추세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12일까지 이어질 경우 20만 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북미관계,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른 맹렬한 등락은 감안해야 한다. 지난 24일처럼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지면 한 순간에 주가는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근 3개월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은 현저하게 낮다. 12일에 한 번 꼴로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로 매매회전율도 너무 높다. 회전율이 너무 높은 주식은 주가 등락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증권 분석가들은 장기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성과를 향유하는 기업이 될 거라며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북사업이 가시화된다 해도 실제 사업화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의 지분 67.6%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대북사업 테마주와 차별화되는 대장주”라고 설명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아산의 주당 가격이 상승하는 건 현재 실적보다는 향후 사업 재개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돼 있지만 최근 미북, 남북 간 관계 개선 상황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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