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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대원제약 콜대원 편] 공들인 말장난에 제품 인지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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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7-558호 윤지원⁄ 2017.10.13 08:35:40

▲대원제약의 콜대원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환자가 늘었다. TV에서는 때맞춰 새로운 감기약 광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중, 유독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감기약 광고가 있다. 9월 말부터 집행된 대원제약의 감기약 ‘콜대원’ 광고다.

광고의 메인 모델인 탤런트 이유리가 재채기를 하는 모습이 화면 왼편에 나온다. 그리고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이 음악의 제목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광고 화면 오른쪽에 친절하게 자막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이 음악이야말로 이 광고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뻔뻔한 말장난의 쾌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적인 교향시인 이 음악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소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되었다. 전 곡을 연주하면 약 33분에 달하며, 니체의 책을 구성하는 소제목을 부제로 붙인 9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특히 ‘일출’(Sunrise)라는 부제로 통하는 유명한 도입부는 특유의 장중함 때문에 많은 대중문화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유인원이던 인류가 뼈다귀를 휘두르다가 처음으로 ‘도구’라는 것에 눈을 뜨는 상징적인 장면에 쓰이며 유명해졌다.

짜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 교의 창시자인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의 삶과 사상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독일 후기 낭만파 작곡가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책을 읽고 그의 철학에 감명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은 이 광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콜대원’ 광고에서 이 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콜대원은 액상 타입의 감기약으로 1회분씩 짜서 먹을 수 있도록 스틱형 파우치에 개별 포장되어 있다. 이 광고는 초기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간편하게 콜대원 한 포를 짜 먹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이 광고에서 짜라투스트라가 말한 것은 이렇다. “짜라!” 유치하기 그지없는 단순 말장난이지만,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기 어려운 펀치라인(한 방이 있는 대사)이다.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사진 = 영화 화면 캡처)


오로지 이 말장난만을 위해 명곡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곡 제목을 굳이 자막으로 보여준 이유도, 가장 중요한 ‘짜라’ 두 글자만 남기고 나머지를 가리는 연출을 위해서다. 유치할 뿐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하다. 실소가 터져 나오지만 동시에 감탄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다. 책과 음악에 담긴 심오한 철학은 재채기 한 방에 날아가고, 가벼운 말장난만 남는다는 반전 때문이다.

여기에 메인 모델인 배우 이유리의 천연덕스러운 재채기 연기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재채기 한 번 하는 순간을 10초나 늘인 극단적인 슬로모션이 재채기를 더욱 스펙터클하게 만들어준다.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재채기도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또한, 감기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한 번의 재채기가 카페에서, 직장에서, 캠핑에서, 샤워 후에, 잠자리에서 등등 다양한 상황과 배경의 여덟 개 쇼트에 걸쳐 이어진다. 시나리오에는 “여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재채기한다”라고 단 한 문장만 적혀있었을 것이다. 이유리는 각각 다른 장소와 상황에서, 분장과 의상을 바꿔가며 같은 앵글로 같은 재채기 연기를 최소한 여덟 번 이상 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한 번의 재채기인 것처럼 연결된다.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특수효과는 아니지만, 연기자가 연기를 최대한 똑같이 반복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연기대상 수상자다운 노련함이 빛났다.

반전의 말장난과 뻔뻔한 과장법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촘촘한 웃음을 끌어낸다. 광고에서 웃음은 최고의 미덕 중 하나로 꼽힌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장중함으로 유명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비틀면서 건져낸 “짜라!”라는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콜대원이라는 제품명은 기억하지 못해도 짜 먹는 감기약 제품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라는 희대의 악녀를 연기하고도 호감형 배우로 자리 잡은 이유리가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더했다. 이 광고 덕분에 콜대원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제법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원제약의 콜대원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시간이 필요한 일반의약품 인지도

콜대원을 제조, 판매하는 대원제약은 대중성에 목말라 있는 기업이다. 창사 60년이 다 되어 가는 중견 기업이며, 제약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10위권 중반을 유지해 왔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회사였다. 사업 구조가 전문 의약품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외형 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고, 2015년에는 일반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일반의약품 사업 부문의 1번 타자가 바로 콜대원이다.

최근 건강을 챙긴다는 의미의 ‘셀프 메디케이션’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일반의약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인 일동제약의 종합비타민제 ‘아로나민’은 지난해 6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이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440억 원을 기록한 동국제약 인사돌, 3위는 310억 원을 기록한 동화약품 까스활명수였다. 10위 이내에 오른 일반의약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출시된 지 수십 년 이상 된 스테디셀러이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그리고 그 인지도의 배후에는 수십 년간 집중적으로 광고비를 투자해 기억에 새겨넣은 광고와 카피들이 있다. 

광고계 전문가는 “일반의약품 광고는 효능의 차별성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한 번 자리 잡은 뒤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광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브랜드 광고에 오랜 시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회사들이 결국 매출 신장에 성공하고, 또한 매출이 높은 제약회사일수록 광고에도 지속해서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원제약의 콜대원 3종. (사진 = 대원제약)


대원제약은 2015년 9월 콜대원을 론칭했고, 그해 12월부터 다양한 상황에 “짜~”라는 말을 반복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또한, 지난해 4분기부터는 박하선을 메인 모델로 한 광고를 집행했다. 그 결과 콜대원은 지난 9월, 출시 2년 만에 누적판매량 1천만 포를 돌파했다. 대원제약에 따르면, 콜대원은 출시 1년 5개월만인 지난 1월에 누적판매 5백만 포를 기록했다. 그리고 여기에 5백만 포를 더 파는 데에는 8개월이 걸렸다. 기존 광고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매출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대원제약은 올여름 새로운 광고 대행사를 물색했다. 연 800억 원에 달하는 감기약 일반의약품 시장에는 동아제약의 판피린이나 한국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같은 백전노장들이 즐비하다. 대원제약은 후발주자인 만큼 인지도를 더 확실하게 쌓을 수 있는 광고를 원했다. 

경쟁 PT에서 계약을 따낸 것은 농심기획이었다. 그동안 농심기획이 만든 광고들은 세련됨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임팩트보다, 가벼운 유머와 친숙함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공략하는 광고가 많았다. 계열회사인 농심의 라면 및 스낵 제품 중에는 수십 년씩 장수하는 스테디셀러가 많고, 여기엔 쉬운 CM 송을 무기로 한 광고들이 꾸준히 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런 장점은 일반의약품 광고주들이 원하는 바와도 상당 부분 일치하므로, 농심기획은 대원제약의 파트너로 적합해 보인다.

그 결과 이유리와 ‘짜라투스트라’를 앞세운 이번 콜대원 광고가 태어났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충분히 창의적이고 재미있으며,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광고 영상에는 “재미있고 시선을 끈다”, “짜 먹는 감기약이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는 등 긍정적인 댓글이 더 많다. 광고계 관계자 또한 “이 정도면 상당히 성공적인 목표 달성”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짜라’라는 단어와 개념이 인상 깊은 대신, 정작 콜대원이라는 브랜드명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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