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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보일러 ① 경동나비엔] 좋은 스토리·완성도와 친환경 콘셉트로 1위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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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9호 윤지원⁄ 2017.10.23 12:00:45

▲경동나비엔 광고 '콘덴싱이 옳았다'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에어컨의 계절은 물러나고 보일러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 보일러 기업들도 앞 다퉈 새로운 TV 광고를 내놓으며 연간 145만 대로 추정되는 국내 가스 보일러 시장을 본격적으로 데우기 시작했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등 보일러 매출 순위를 다투는 3대 기업이 10월 1일 나란히 최신 TV 광고를 공개했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매출 1위, 업계 수출 1위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액 5060억 8220만 원과 영업이익 365억 7417만 원을 기록했다. 2위인 린나이코리아의 매출 3395억 2314만 원보다 무려 1665억 원 이상 많으며, 1위와 2위의 매출 차액은 4위인 대성쎌틱(약 1016억 원)과 5위인 알토엔대우(약 208억 원)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수출을 통해 거둬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아빠의 활약 덕에 공기가 맑아져 마스크를 벗는 소녀. (사진 = 경동나비엔 광고 화면 캡처)

▲기업이 환경 개선에 이바지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광고 내용. (사진 = 경동나비엔 광고 화면 캡처)


무려, “지구를 지킨다”는 기업

10월 1일 공개된 경동나비엔의 새 TV 광고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콘덴싱이 옳았다’ 캠페인의 연장이다. 광고 메인 모델도 지난해부터 경동의 새 얼굴이 된 유지태가 이어오고 있다.

유치원에서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발표한다. 슈퍼맨처럼 망토를 두른 아이는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라며 신이 나서 얘기한다. 아이의 이야기 속에서 아빠는 슈퍼맨이나 다름없는 초인으로 그려진다. “미세먼지를 엄청 줄이고 나쁜 연기를 없애서 공기를 맑게 해준다”고 아이가 말하면 아빠는 하늘로 날아올라 입김으로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는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소나무를 많이 많이 심는다”는 말하자 아빠는 십 수 미터 크기의 소나무를 땅에 심어 숲을 조성하고, “북극곰을 살려준다”고 아이가 말하면 조각난 빙하 위에서 오갈 데 없어진 북극곰을 더 넓고 안전한 빙하로 옮겨주는 모습이다. 어린이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아빠가 하는 일의 영상이다.

아이의 말에 놀란 선생님은 아빠의 직업을 물어본다. 이어진 아이의 대답은 “콘덴싱 만들어요.” 그제야 아이의 아빠(유지태)가 콘덴싱 보일러를 만드는 경동나비엔의 연구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선생님을 놀라게 한 아이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는 설정이다. 기존 보일러를 모두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환경 개선 효과를, 아이가 앞뒤를 바꿔 설명하다보니 황당하게 들렸을 뿐이다. 경동나비엔은 이처럼 아이의 순수함을 빌어 자신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실천하는 기업임을 내세운다.

이 광고는 발단 → 급전개 → 절정 → 반전 결말에 이르는 완벽한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짧은 드라마나 단편영화처럼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준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뚜렷하고, 일상에서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이다. 슈퍼히어로 이야기만 보면 과장됐지만, 제품 혹은 브랜드의 특정 장점을 열거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아이의 순수함이 섞인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대사로 처리되었다.

슈퍼히어로는 광고에서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리고 부모를 슈퍼히어로에 비유하는 광고는 전에도 종종 있었다. 그런 광고들은 대개 경제 활동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부모의 위대함을 그야말로 ‘비유’하기 위한 대상으로 슈퍼히어로를 끌어다 썼다. 반면 이번 경동나비엔 광고는 아빠가 정말로 슈퍼히어로냐 아니냐, 또 그런 존재를 믿느냐 부정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묘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추는지가 중요하다.

▲연료 효율이 좋은 보일러를 연구하는 아빠는, 아이의 눈에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와 마찬가지다. (사진 = 경동나비엔 광고 화면 캡처)


나무랄 데 없는 기술적 완성도,
시청자 심리까지 쥐락펴락

이 광고 제작진은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로 이러한 과제를 잘 해결했다. 아빠의 초인적 활약을 그려낸 컴퓨터그래픽(CG) 효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큼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정교하고 자연스럽다. 와이셔츠 앞섶을 풀면 안에 숨겨진 슈퍼히어로 코스튬이 보이는 쇼트의 연출이나, 태양을 화면 안에 넣고 촬영함으로써 아빠의 신비감을 고취시키는 구도 등은 실제로 슈퍼맨 영화나 코믹스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요소를 통해 시청자의 익숙한 경험을 불러냄으로써, 단 몇 초 만에 충분히 몰입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슈퍼맨’,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죤 윌리엄스 풍의 배경음악도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일조한다.

한 영화인은 이 광고에서 "슈퍼히어로 코스튬 대신 와이셔츠와 양복바지라는 평범한 샐러리맨 옷차림을 선택한 것이 만화적 상상력에 개연성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슈퍼맨 같은 아빠의 초능력에 대한 아이의 비현실적 묘사에 대해 시청자는 "말도 안 돼" 하다가도, 그 옷차림의 일상성(日常性)이 주는 설득력 탓에 "하지만 혹시?"라는 자기 의심을 느끼면서 시청자의 논리에 빈틈이 만들어진다. 이어 아이의 마지막 설명으로 그 빈틈이 메워지면서 반전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치원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기 직전 머뭇거리는 짧은 침묵이 시청자의 바로 그런 논리적 빈틈과 그로 인한 당혹감을 대변하며, 동시에 극의 분위기를 바꾸고 주목도를 끌어 올리는 뛰어난 연출이라고 이 영화인은 덧붙였다. 이것은 마치 레일을 타고 천천히 올라가던 롤러코스터가 첫 번째 급강하로 전환되기 직전 꼭대기에 잠시 멈춰있을 때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아이의 황당한 상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유치원 선생님은 시청자 입장을 대변한다. (사진 = 경동나비엔 광고 화면 캡처)


이미지 차별화와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경동나비엔의 광고가 타 브랜드의 보일러 광고와 다른 점은 ‘가스비 절약’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수년간 대부분의 가스보일러 광고들이 열효율 기술로 절약되는 비용를 강조해 왔으며,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살펴볼 다른 보일러 광고들도 ‘가스비 절약’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콘덴싱이 옳았다’ 캠페인은 가스비 절약보다 친환경 기술의 장점을 더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엔 콘덴싱 보일러가 많아지면 환경이 개선되어 결국 북극곰이 행복해질 것이라며 춤추는 북극곰과 “댄싱 댄싱 콘덴싱”이라는 카피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그밖에도 소나무와 어린이 등을 꾸준히 등장시키면서 이 회사가 콘덴싱 기술을 통해 지구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사실 환경 개선이나 가스비 절약은 둘 다 열효율이 좋은 보일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이율배반적인 가치가 아니다. 광고에서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추느냐는 마케팅 전략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가스비 절약을 앞세우는 것은 소비자들의 서민 정서를 공략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이 지금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강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가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명품 가방과 1회용 종이컵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에코백과 텀블러를 휴대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나보다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소비 의식은 SNS의 발달에 힘입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동나비엔 광고 '콘덴싱이 옳았다'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1991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경동보일러의 광고 '효심' 편의 한 장면.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처럼 상생의 소비가 트렌드인 시대에는 우리 집 가계부보다 함께 사는 지구를 더 걱정한다고 말하는 기업이 유리하다. 특히 환경오염 주범의 혐의를 받는 산업에서 이런 문제를 간과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 정도다. 디젤 자동차로 글로벌 대기업이 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보일러 회사들도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스비 우선의 보일러 광고에도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친환경적이라는 부연 설명이 꼬박꼬박 추가되어 왔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의 이번 광고는 아예 환경만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선점하려 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이미 수년째 국내 업계 1위이자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은 브랜드다. 여기에 이번 친환경 광고를 통해 트렌드를 잘 아는 기업이자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하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련된 품격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만 특별한 척 폼 잡는 프리미엄은 아니다. 이 광고는 아이의 상상력, 유치원 선생님의 호기심, 회사원의 자부심 등을 통해 대중과의 눈높이를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다. 26년 전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대한민국 광고 역사에 길이 남을 광고 카피로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던 브랜드다운 균형 감각이 그대로 살아 있다.


▲ 경동나비엔 광고 : 2017 '지구를 지키는 콘덴싱이 옳았다!' 편




▲ 1991년 '효심(孝心)'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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