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업] LGU+ 아이폰8 광고에 “물건사면 소외극복된다는 옛날방식 아쉽네”
▲LG유플러스가 제작한 아이폰8 관련 광고 '살 때도 쓸 때도 iPhone 8은 언제나 LGU+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아이폰X(텐)의 인기에 아이폰8가 광고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
11월 24일, 애플의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X이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서울 강남대로의 애플공인대리점인 프리스비 강남스퀘어점은 이날 자정에 아이폰X 출시행사를 진행했다. 이 매장 앞에는 전날 저녁부터 150여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심지어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이런 모습은 아이폰X의 심상치 않은 흥행을 예감하게 했다.
아이폰X의 인기로 가장 많이 위축된 제품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가 아니라 같은 애플의 아이폰8였다. 11월 3일 국내 공식 출시된 아이폰8는 3주 만에 재고상품 취급을 받고 있다. 아이폰8는 사전예약·개통·생산량 모두 지난해 아이폰7에 비해 현저히 적었으며, 이는 출시일 이후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 1+1할인 이벤트까지 나왔다. 아이폰8는 이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3대 이동통신사는 먼저 나온 아이폰8보다 아이폰X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이폰8 마케팅은 아이폰X에서 본격적으로 가입자 경쟁에 전념하기 위한 연습경기나 리허설에 불과했나 싶다. 아이폰8 가입자 모객을 위한 이통사 TV 광고마저 예년에 비해 성의 없고 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본사가 제작한 아이폰7 광고(위)와 아이폰8 광고. 우리나라에서는 KT 로고를 달고 집행되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애플 갑질 논란 불구, 아이폰 광고는 '메이드 인 애플'
이통사들은 잠재적인 아이폰 가입 고객들을 겨냥한 광고를 연중 꾸준히 방영한다. 그러나 회사별로 차별화된 아이폰 광고를 따로 제작하는 일은 별로 없다. 전 세계 아이폰 광고는 애플 본사가 제작한 것을 각 나라 이통사들이 받아서 방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이통사들도 애플 본사의 아이폰 광고를 자막과 더빙만 한국어로 바꾸고, 요금정책 및 혜택 관련 정보와 통신사 로고를 추가해서 방영하는 방식으로 집행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걸쳐 아이폰7의 다양한 신기능을 하나씩 내세운 ‘차라리 마법에 가깝다’ 광고 시리즈를 열 편 정도 만들었다. 국내 이통 3사는 이 광고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두세 편씩 나눠 가졌다. 그 결과 저조도 카메라 기능 광고는 SK텔레콤, 생활방수기능 광고는 KT, 스테레오 스피커 기능 광고는 LG유플러스의 로고를 각각 달고 방영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집행되는 아이폰 광고에 대한 마케팅 비용은 애플과 이통사가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가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이와 관련한 애플의 ‘갑질’에 주목했다. 이에 공정위는 애플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시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바뀐 것은 없다.
과거에는 미국 본사의 광고 원본과 동일한 콘셉트의 광고를 우리나라 배우를 이용해 새로 찍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광고를 새로 제작해서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이런 수고를 잘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애플은 제품뿐 아니라 광고에 관해서도 창의적이고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이 만든 광고가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애플의 광고 정책에 따르는 편이 새 광고를 자체 제작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이통사가 고유의 아이폰 광고를 만들어 집행할 때도 있다. 엄밀히 따지면 아이폰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니라 자사 통신망 서비스에 가입해 아이폰을 개통할 것을 독려하기 위한 광고다. 이통사들의 이런 아이폰 가입자 모객 광고는 대개 아이폰 신제품의 사전예약 개시일이 다가올 때, 즉 해마다 10월 전후에 주로 집행된다.
3사가 아이폰 가입자에게 제공한다는 요금제와 혜택은 크게 데이터 용량, 중고폰 가격 보장, 가입비 할인 등으로 묶을 수 있다. 각각의 서비스 명칭이 다르고 다양한 선택과 조합이 가능한 것 같지만 종합해보면 이통사 간 차이는 대동소이해 보인다. 또한, 15초~30초의 짧은 TV 광고에서는 개별 혜택의 장단점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LGU+가 제공하는 애플뮤직 5개월 이용권이 특별히 차별화된 혜택으로 여겨지는 정도다. 그래서 아이폰 가입자 모객 광고는 결국 각 이통사의 브랜드 이름과 기업 이미지를 앞세우는 콘셉트로 만들어진다.
▲SK텔레콤의 '아이폰은 당연히 SK텔레콤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KT iPhone 체인지업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통사의 기존 아이폰 광고들
SKT는 1등 이통사라는 포지션의 강점을 최대한 드러낸다. 올해 2월에는 고객이 아이폰7을 SKT에서 사는 이유는 "그냥 SKT라서"라는 ‘아이폰은 당연히 SK텔레콤 편’을 제작해 내보냈다. 오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카피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이 갈렸지만, 영상, 음악, 편집 등에 묻어난 트렌디한 감각과 완성도는 좋게 평가받았다.
지난 11월 14일에는 아이폰8 출시에 맞춰, 이번에도 '아이폰은 역시 SK텔레콤 편'이라는 카피를 내세운 광고를 집행했다. 이번 광고에서는 SKT의 아이폰 고객이 어디에나 있다며 장소와 장소를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듯 표현한 편집 기법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설명적인 내레이션과 틀에 박힌 듯 연출된 모델들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KT는 국내 처음으로 아이폰을 들여온 이동통신사답게 아이폰 ‘원조’임을 강조한다. 아이폰7 국내 출시 직후인 지난해 11월, 1년 후 새 아이폰 살 때 출고가 최대 50%까지 보상해준다는 'KT iPhone 체인지업 편' 광고를 집행했는데, 이때 KT의 메시지도 ‘아이폰은 역시 KT’였다. 광고는 혜택 설명에 집중되어 있고, 표현 기법이나 콘셉트에는 개성이 없었다. 애플 브랜드가 추구하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광고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KT는 이후로 자체 제작 아이폰 모객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1월 집행한 '유플러스 iPhone7: 유플러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LGU+는 3등 이통사라거나 아이폰 후발주자라는 정보는 최대한 감춘 채 ‘아이폰은 언제나 LG유플러스’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나서, 다른 이통사보다 좀 더 관대하게 제공되는 혜택을 덧붙인다. 그리고 경쟁사들보다는 자체 제작 광고를 더 자주 제작, 집행한다.
올해 1월 초 공개된 '유플러스 iPhone7: 유플러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편' 광고는 "누군가는 꿈의 폰을 만들고, 유플러스는 그 폰을 당신 것으로 만듭니다"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바삐 길을 걷다가 문득 한 쇼윈도에 진열된 제품(아이폰7)을 발견하고는, 길을 가로질러 그 앞으로 홀리듯 다가가는 경험은 누구나 가져봤을 것이다. 이 광고는 같은 장소, 같은 화면 구도 안에 시간과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담으면서, '홀리듯 다가가는' 한 사람만 부각되는 감각적이고도 창의적인 연출이 돋보였으며, 공감대까지 제대로 자극해 크게 호평 받았다.
또한, 애플 뮤직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광고로 호평받기도 했다. 한 편은 록 음악 드러머가, 다른 한 편은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데, 단조로운 배경에 연주와 자막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감각적인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LGU+ 아이폰8 광고 "아쉽다" 논란
올해의 신제품인 아이폰8는 시장에서 빠르게 소외되고 있다. 이통 3사 역시 아이폰8 마케팅에는 쓸데없는 힘을 쏟지 않는 분위기다. KT는 별도로 제작한 TV 광고가 없고, SKT의 광고는 기획에 큰 힘을 쏟지 않은 채 기존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반복한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LGU+가 지난 11월 9일 공개한 '살때도 쓸때도 iPhone 8은 언제나 LG U+' 광고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쉽다.
주인공 여자의 생일파티에서 사람들이 아이폰8의 카메라를 가지고 즐겁게 논다. 애플이 아이폰8의 새로운 기능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인물사진 모드가 중심이 된다. 파티를 즐기던 주인공은 정작 자신만 아이폰8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외감을 느낀다. 이어 여자는 LGU+ 매장에 가서 아이폰8를 구매한다.
얼핏 보면 스토리는 제대로 기승전결을 갖췄다. 하지만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광고"라는 한 소비자의 댓글이 전체적인 소비자들의 입장을 요약하고 있는 가운데,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비판 의견들이 있다.
▲LG유플러스의 최근 아이폰8 관련 광고는 아이폰8 구매의 이유를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이 아닌 또래집단 내에서의 소외감으로 표현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한 소비자는 "아이폰은 우리 통신사로!"를 무작정 외치는 광고"라며, "이통사 광고 간에 차별점이 없다"고 꼬집었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퀸의 'This little thing called love'(Maroon5가 부른 버전)는 파티 장면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첨단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이폰 광고에 쓰기엔 안일한 선곡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여러 소비자 반응 중, 광고 내용이 불편했다고 반응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주목됐다. 한 소비자는 이 광고를 보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콘셉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영화 연출 및 이론을 전공한 한 광고 관계자는 이 광고의 내용과 연출 방식 등을 꼼꼼히 분석하고는, "올바른 소비문화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 광고에서는 인물사진 모드를 표현한 쇼트가 빠져도 광고가 성립된다. 아이폰8건 아니건 상관없는 광고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 광고는 왜 LGU+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 LGU+만의 혜택을 설명하는 내용을 뒤에 넣고 있긴 하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앞서 펼쳐진 이야기와는 유기적으로 얽히지 않는다. 따라서 이 광고는 아이폰8의 특정 기능이나 LGU+ 혜택의 장점을 앞세워 구매를 권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트렌드에 발맞춰가고자 하는 소비자의 성취감에 호소하는 콘셉트로 보기도 어렵다.
이 관계자는 "모두 같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인공 혼자 눈치를 살피며 입을 삐죽대는 장면이 광고의 핵심 장면이며, 이 장면이 강조하는 것은 '다들 가진 최신 폰을 나만 가지고 있지 않다. 소외되지 않으려면 최신 폰을 사야 한다'라는 메시지"라며 "또래 집단에서 소외될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를 소비로 극복하라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 관계자는 "이런 구매 유도 방식은 10~20년 전, 그것도 일부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법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에도 그런 광고들은 무분별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은 광고에 대해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형성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의 싹은 미리 걸러내는 편이 났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콘셉트 및 스토리보드를 여러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