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광고 승자는? ②] 치밀한 코카콜라 vs 완성도 아쉬운 노스페이스
▲(위로부터) 코카콜라 '하나되는 순간 더 짜릿해진다!' 편, 코카콜라 '부딪치며 하나되는 순간' 편, 노스페이스 '올 겨울, 넌 혼자가 아니야'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올림픽에선 광고 경쟁도 뜨겁다. 세계인의 주목이 쏠리는 초대형 이벤트에서는 잘 만든 광고 한 편으로 업계 판도까지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막(2월 9일)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11개 공식 파트너와 12개 공식 스폰서 기업 외에도 25개 공식 공급사와 32개 공식 서포터사가 참여해 펼치는 평창올림픽 광고 대결에서 최종 금은동은 누가 차지할지를 눈에 띄는 광고들로 살펴본다.
코카콜라: 논리 아닌 감각으로 이끄는 트렌드
코카콜라는 올림픽 후원사 등급 중 가장 높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다. 12월 8일부터 집행한 새 광고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전속 모델 박보검과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를 주인공으로 만든 광고다.
세계 제일의 탄산음료 브랜드다운 청량한 연출이 눈에 띈다. 젊음, 웃음, 음악, 놀이 등으로 발랄하고 상쾌한 분위기를 광고 전체에 녹였다. 성화 봉송을 마친 김연아, 박보검과 친구들이 ‘평창’에 찾아가 눈싸움, 하키 등을 하고 놀면서, 그리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올림픽 개막을 기다린다는 스토리다.
올림픽파트너 브랜드답게 ‘올림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장면들을 분명하게 노출하고 있다. 광고 초반에는 공식 성화봉을 등장시키고, 하키 퍽을 날려 대형 입간판 전면에 쌓여 있던 눈을 무너뜨리면 그 뒤에 코카콜라와 평창동계올림픽 로고가 나란히 그려진 포스터가 드러난다.
▲코카콜라의 평창동계올림픽 광고는 김연아, 박보검을 앞세워 젊은 감각에 어필하는 광고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영(young) 마케팅의 일환으로, 20대 남녀 스타를 내세우며 음악, 패션 등에서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녹여내는 데 집중한 광고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분위기 연출이 가장 중요할 뿐, 창의적인 스토리나 화려한 영상 등은 굳이 쓰지 않았다. 앞서 얘기한 스토리도 잘 전달되는 편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지금껏 겨울마다 산타클로스나 북극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귀엽고 행복한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보여 왔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이번 광고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나 되는 순간 더 짜릿해진다”는 카피도 특별할 것 없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긴 하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코카콜라 브랜드가 파트너로 하나 된 것을 경축하는 의미가 있고,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시민, 선수와 관객 모두가 하나 될 것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나면 이런 메시지보다 눈 쌓인 풍경과 박보검·김연아의 예쁜 미소, 그리고 ‘빨간색 코카콜라 로고’와 ‘청량한 기분’만 남는다.
사실은 그게 이 광고의 역할 전부다. 광고계 관계자는 “콜라는 더위와 갈증을 해소해주는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광고를 통해 겨울과 콜라 소비 욕구를 매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코카콜라 광고가 “논리적인 스토리나 메시지보다 말초적인 감각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데 더 노력한 광고”라고 분석했다.
광고에서처럼 나뭇가지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을 때 목덜미나 맨손에 느껴지는 서늘함은 즐겁고 상쾌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살얼음 낀 코카콜라 병을 집어 들었을 때의 감각을 연상시키며, 이 광고에서도 바로 그런 그림이 만들어진다.
하키 퍽이 만들어낸 작은 균열에 거대한 입간판을 덮고 있던 눈 더미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시원하다. 요즘 많이 쓰이는 ‘사이다’라는 표현처럼, 코카콜라로 갈증이 뻥 뚫리는 감각과 이어진다. 콜라 액체가 콜라병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병 안에서 찍은 것 같은 독특한 카메라 구도 등에서도 이처럼 ‘감각’에 집중하는 연출 의도가 드러난다. 그리고 꿀꺽, 카아~ 하는 의성어, 감탄사와 배경음악의 마지막 가사 “taste the feeling~”(느낌을 맛 봐)가 바로 이어진다.
▲코카콜라 평창동계올림픽 광고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논리적인 표현보다 '감각' 자체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싸울 땐 보디체크, 콜라 마실 땐 건배
코카콜라는 11월에도 평창동계올림픽 파트너임을 드러내는 광고를 집행했다.
방금 아이스하키 시합을 마치고 지친 채 대기실로 돌아가던 한국 선수와 캐나다 선수가 복도 냉장고에 남은 코카콜라가 한 병뿐인 것을 보고, 그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운다. 그 와중에 굴러간 콜라 병을 동시에 붙잡은 그들은, 대기실에 코카콜라가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둘은 코카콜라를 한 병씩 들고 언제 싸웠느냐는 듯 건배도 하고, 몸을 부딪쳐 파이팅을 돋우기도 한다. 국적도, 인종도, 유니폼 색깔도 다르지만,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다.
마지막 남은 한 개의 제품을 서로 뺏고 빼앗는 내용의 광고는 아주 흔하다. 코카콜라도 이런 콘셉트의 코믹 광고를 여러 번 만들어 왔다. 이번 광고도 무수한 뺏고 빼앗기 광고 중 하나에 불과해 보인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아이스하키라는 동계 스포츠가 보조 장치로 쓰였다는 것이고, 거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카피가 나온다는 점이다.
▲코카콜라 '부딪치며 하나 되는 순간' 광고는 친숙한 코믹 콘셉트에 적절한 카피와 스포츠 종목이 결합됐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 광고의 카피는 “부딪치며 하나 되는 순간”이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선수끼리 거칠게 몸을 부딪치는 ‘보디 체크’가 반칙으로 판정받지 않는다. 빙판에서 하는 겨울 스포츠지만 땀을 비 오듯 흘리는 뜨거운 스포츠이기도 하다. 이 광고는 이처럼 코카콜라와 동계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보디 체크라는 격렬한 경쟁 행위와 건배라는 화합의 행위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두 팀 선수는 유니폼 색깔이 다르다. 하지만 그들의 유니폼 색깔은 코카콜라 브랜드의 대표 색깔이다. 이처럼 경쟁과 화합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한 화면에 잘 어우러지며 평창동계올림픽 로고로 이어진다. 부딪치며 하나 된다는 카피는 올림픽과 코카콜라를 둘 다 제대로 설명하는 표현이고, 광고는 이 카피의 메시지를 영상과 이야기에 치밀하게 담아냈다.
▲코카콜라 '부딪치며 하나 되는 순간'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노스페이스: 마음은 고마운데, 완성도가 아쉬워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브랜드는 지난 11월 1일 평창동계올림픽 광고를 공개했다. 스키점프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던 객석의 팬이 어느 순간 출발선에 대기 중인 선수 옆에 나란히 서 있고, 함께 슬로프를 질주하더니 마지막 점프, 착지까지 함께 한다. 선수를 응원하는 팬의 간절함은 마치 경기를 함께 치르는 것처럼 선수와 동화될 정도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이고, 간결하고 완결성이 뛰어난 스토리라인도 흠잡을 데 없다. 올림픽 대표팀 응원 광고로는 더할 나위 없는 광고다.
다만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가 이 광고로 어필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팬 얼굴의 페이스 페인팅과 의류, 그리고 태극기 사이에 함께 휘날리는 깃발 등에 노출된 노스페이스 로고가 없다면 이게 노스페이스 광고라는 것을 느낄만한 요소가 녹아있지 않다. 마지막 로고 화면에서는 팬이 입고 있던 흰색 롱패딩 제품을 따로 노출시키고 있는데, 정작 광고 본문에서는 이 의상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터라 다소 갑작스럽고 노골적인 광고로 마무리됐다.
▲노스페이스의 평창동계올림픽 광고는 응원하는 팬이 선수 옆에서 함께 경기하는 든든함을 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한 광고/뮤직비디오 연출가는 이 광고에서 가장 아쉬운 요소는 전반적인 영상의 완성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포츠를 소재로 만든 수많은 영상물 중 어떤 것을 골라 보더라도 이 광고보다 밋밋하고 리듬감 없는 화면 구성의 영상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림픽 소재 광고이면서도 경기 장면에 현장감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뉴질랜드까지 가서 촬영했다는 것은 계절의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것이 촬영할 수 있는 구도에 너무 많은 제한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넓은 구도로 촬영했다면 평창과는 많이 다른 배경이 눈에 거슬렸을지도 모른다”라면서 “공간을 속이기 위해서 객석, 경기장 모습, 경기 장면 등이 대부분 미디움 쇼트, 클로즈업 쇼트 등의 사이즈로 촬영됐고, 그로 인해 최종 결과물에서 현장감과 역동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면의 사이즈가 이처럼 일정하면, 아무리 여러 각도에서 찍더라도 편집된 화면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더 역동적이고 극적으로 묘사됐어야 할 경기 장면이 다소 밋밋하게 그려졌다”며 아쉬워했다.
저게 누군데 자세히 보여줘?
클로즈업에 가까운 구도로 일관한 촬영 때문에 광고 메시지에도 잡음이 섞였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관객이 메인 모델(조기성) 한 명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승리를 위한 간절한 마음 또한 그 혼자만 가지고 있다는 설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기성의 얼굴에 지나치게 집중한 화면 및 편집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현장에 있던 다른 관객을 일부러 배제한 것 같은 느낌이 생긴다.
그러면 선수와 조기성의 관계가 단순히 선수와 일반 관객 관계가 아닌, 형제·동료선수·절친 등 각별한 사연을 공유한 관계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 광고 메시지와 상관없는 불필요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30초 동안 빠져들기만 하면 어렵지 않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쉬운 콘셉트였지만, 시청자는 두 사람의 뒷이야기에 관한 쓸데없는 호기심에 집중력을 뺏기게 된다.
▲클로즈업이 많아 오히려 역동성을 방해했고, 불필요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점이 아쉽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런 부작용은 메인 모델인 조기성이 얼굴이 잘 알려진 스타가 아니라는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클로즈업이 들어가 있다보니 시청자는 그 인물을 수만가지 캐릭터로 설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커다란 고글로 얼굴을 가린 선수와 관객이 동일인물이라는 설정인가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낯선 얼굴의 남자 두 명의 클로즈업이 거의 연달아 붙은 편집에서 의상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변신을 의미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연출가는 제작진이 이런 몇 가지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미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 모델을 캐스팅하거나, 다른 관객들의 얼굴과 표정을 몇 커트 더 보여줘서, 낯선 인물인 조기성 한 명에게 지나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팬 역할이 장동건처럼 유명한 얼굴이었다면 그를 선수와 동일 인물로 착각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선수와의 나이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므로 '곁에서 함께 뛰는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메시지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도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만약 여전히 메인 모델을 일반인과 다름 없는 낯선 인물로 삼을 거였다면 마찬가지로 낯선 다른 인물, 즉 다른 엑스트라들의 얼굴을 몇 명 함께 보여줌으로써 주인공도 여러 불특정 다수 관객 중 한 명임을 분명히 설정하거나, 두 사람만 경기를 치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번갈아 점프대에 등장하는 장면을 섞어 보여주면서 이것이 '조기성 혼자만의 마음'이 아닌 '보편적인 팬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