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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미지광고 ①] 롯데, 반세기만의 절실한 이미지광고인데…"왜 이리 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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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1호 윤지원⁄ 2018.01.19 11:31:07

▲롯데그룹의 기업이미지광고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해가 바뀌고, 동계 올림픽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가까워지면서 국내 10대 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의 이미지광고가 부쩍 많아졌다. 기업 이미지광고는 특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 유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및 사회적 견해를 드러내서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광고다. 즉, 기업의 사회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소통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이미지광고를 보면 그 기업과 사회의 현재 관계를 진단할 있다. 그 첫 순서는 요즘 엄청난 물량 공세로 이뤄지고 있는 롯데그룹의 이미지광고다. 


I. 반세기만에 첫 이미지광고: 로고까지 바꾼 이유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창사 50주년을 기념하는 그룹 이미지광고를 집행했다. '함께의 가치를 키웁니다’라는 카피를 내세운 이 광고는 롯데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차원에서 제작한 이미지광고였다는 점에서 광고계로부터 남달리 주목받았다.

해당 광고는 롯데가 ‘함께의 가치’를 키워 “개인의 희망에서 사회의 동력으로, 다시 내일의 희망으로” 만들겠다며, ‘Lifetime Value Creator’가 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광고 화면은 수많은 작은 화면들로 분할되어 있으나, 그 각각의 화면이 모자이크처럼 전체 화면 이미지의 구성 요소가 된다. 이런 모자이크식 화면 분할 편집은 웹캠과 화상채팅이 보편적으로 쓰이던 2000년대 초 비디오아트에서 이미 시도됐다. 이후 많은 광고 및 뮤직비디오에서 써먹은, 새로울 것 없는 기법이지만 롯데그룹이 내건 ‘함께의 가치’라는 주제에는 나름대로 어울린다.

이 광고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롯데그룹의 새로운 비전이다. 창사 50주년 기념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패러다임을 ‘질적 성장’으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비전을 함께 소개했다. ‘평생에 걸친 가치 창조자’라고 해석되는 이 문구에 “인생의 모든 순간에 늘 새로운 가치를 드리겠다는 약속”을 담았다고 롯데그룹 측은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 비전을 반영한 심벌마크를 만들어 그룹의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로 삼았다. 신규 CI는 롯데(LOTTE)의 첫 알파벳인 엘(L)을 필기체 소문자(ℓ)로 쓴, 매우 쉽고 직관적인 형태다. 롯데그룹은 이 심벌의 이 점과 선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 점은 고객의 삶의 시작점을, 선은 롯데와 함께 걷는 삶의 길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탕을 이루는 빨간색 둥근 마름모꼴은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부지를 본뜬 모습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을 따르면 그 안의 ℓ 자는 서울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역시 표현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신규 CI는 지난해 10월 12일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과 함께 공개됐다.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만으로 그룹의 중대한 변화인데, 간판까지 한꺼번에 바꾸며 새 출발을 선언한 것이다. 

▲롯데그룹 창사 50주년 기념 기업 이미지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새 CI 알리는 이미지광고 두 편 더 집행

롯데그룹은 지면 및 TV 광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신규 CI를 알리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역사상 두 번째의 기업 이미지광고는 이처럼 새로 출발하는 롯데의 새 얼굴을 알리는 광고였다. 이 TV 광고는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는데, ▲노부부 ▲친구 ▲아이들 등의 일반 소비자가 롯데의 신규 CI를 처음 보고 떠올린 이미지를 얘기하는 단순한 스토리로 구성됐다. 이들의 대답은 각각 ‘실과 바늘’, ‘약속’, ‘친구와 함께 부르는 노래의 음표’ 등이다. 이 세 대답은 모두 친근하고 소중한 동반자라는 의미로 통하며, 새 CI가 이런 의미를 잘 형상화했다는 해석을 유도한다.

롯데그룹은 이어 12월 26일에도 새로운 기업 이미지광고를 집행했는데, 이 광고 역시 신규 CI와 함께 기업의 새로운 다짐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점’에서 시작되는 어린아이의 삶이 계속해서 롯데그룹과 함께 걸어가면 그 길을 따라 CI가 완성되는 내용으로, 광고계 관계자는 “신선한 표현 방법이 없고 지나치게 단조로운 감이 있지만 ‘함께 가는 친구, 롯데’라는 카피에 더없이 충실한 광고”라고 평가했다.

50년 동안 롯데는 그룹 이미지광고를 만든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 단 8개월 동안 세 번에 걸쳐 적극적으로 이미지광고를 집행했다. 그리고 이 광고들을 통해 변화와 동행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왜 이미지광고를 시작한 것일까?

▲롯데그룹 새 CI에 대해 알리는 이미지광고 시리즈.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II. 기업이 이미지 광고를 해야 할 때란?

기업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미지광고를 집행한다. 광고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이 이미지광고를 집행하는 배경은 크게 네 가지로 묶어볼 수 있다.

① 우선, 기업들은 대개 특정 상품의 차별점은 고만고만한데 시장 경쟁은 치열한 분야에서, 상품 자체를 어필하기보다 기업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이미지광고를 집행한다. 이미지광고가 주효하면 신상품 개발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비용과 리스크는 적고, 더 효과적이며 오래 가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이미지광고는 소비자를 설득한 이후에도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반복된다. 좋은 이미지의 유지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통 3사의 광고들을 생각하면 쉽다. 이통사 광고는 자기 기업만의 특정 신규 서비스를 강조하기보다 고객에게 익숙한 브랜드 슬로건을 반복 주입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나이키, 코카콜라 등의 광고도 특정 상품보다 한결같은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를 중독되게 만든다.

②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업의 입장 및 활동 방향을 드러내는 기업 이미지광고도 있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거나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한다는 많은 광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정권 교체 시기에 국민의 선택을 지지한다거나 새 정부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집행하기도 하고, 정부의 특정 정책에 협조한다거나, 반대로 비판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광고도 있다.

'오명' GM, 1920년대 처음 이미지 광고 시작

③ 단순히 연간 광고 예산 중 남은 돈을 비용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행되는 기업 이미지광고도 적지 않다. 연말연시에 유독 기업 이미지광고가 많아지는 것은 이 무렵이 크리스마스, 설날, 이웃돕기 등 이슈가 많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남은 예산 해결을 통해 세금 우대를 받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의지이기도 하다.

④ 때로는 기업이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 관용과 동정을 끌어내기 위해 이미지광고를 집행하기도 한다. 광고계 관계자는 본래 기업 이미지광고라는 것이 이런 이유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1920년대 GM 같은 미국 기업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큰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적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이미지광고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에 제기된 기업에 대한 특혜 문제, 환경 문제, 노사 문제 등의 해결 방안으로 기업 이미지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기업 이미지광고는 수출 실적,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등을 내세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기업이 비난받을 사안에 휩쓸려 있는 동안 기존에 집행되고 있던 광고를 내리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더욱 커진 최근에 강해졌다. 기업 소식을 다루는 매체가 많아지고 SNS 등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루트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기업 측이 긍정적 이미지를 강요하는 광고는 해당 사안을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비난 여론만 키우게 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주된 이유는, 광고에서 기업이 언급될 때마다 해당 사안이 거듭 환기되는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특히 사안이 기업 총수와 관련된 경우에 광고를 내리는 것은 관례처럼 여겨진다.

▲롯데그룹 이미지광고, '함께 가는 친구'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III. 적극적 이미지광고 집행…“변화 의지 알아 달라”

롯데그룹이 기업이미지광고에 나선 배경은 마지막 네 번째의 예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50년 동안 규모 면에서 남부럽지 않을 만큼 크게 성장했으나 지난 몇 년에 걸쳐 사회적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창업자의 아들들 사이에 벌어진 형제의 난과 그 과정에서 공개된 복잡하기 짝이 없는 그룹 지배구조, 총수 일가 경영 비리 혐의 및 이전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의 연루 혐의 등이 롯데의 이미지를 한없이 추락시켰다.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긴 데다 사드 직격탄까지 맨 앞에서 맞은 롯데그룹으로서는 경영 혁신과 이미지 쇄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회장이 거듭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한들, 그것만으로 대중에게 깃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금방 바꿀 수는 없다. 노력의 성과가 드러날 때까지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대중을 상대로 ‘변화의 의지’가 있음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이를 감성적이고도 꾸준히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이미지광고다.

광고 집행 시점은 각종 매체가 주목하는 만큼 광고 효과가 극대화되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념일 당일엔 새로운 기업 비전을 제시했고, 롯데지주 출범일에는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꾸준히 알렸다. 롯데그룹 창사 50주년은 자축보다 분위기 반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야 마땅했다. 

특히, 가장 최근인 12월 26일부터 공개된 롯데그룹 이미지광고는 롯데그룹에게 매우 껄끄러운 시기에 집행됐다. 지난해 12월 22일은 총수 일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던 날이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검찰의 징역 10년 구형에서 대폭 감형된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을 면했다. 한고비를 넘겼다지만 검찰의 항소가 예상되며, 그렇다면 2심은 더욱 험난한 고비가 될 게 뻔하다. 또한, 그게 끝이 아니라 1월 26일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광고만 아니라 내부 정말로 달라져야"

앞에서 설명한 관례대로라면 롯데그룹은 이미지광고의 노출을 중단하는 편이 나았을 수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기존 광고를 계속 집행했을 뿐 아니라 새로 제작한 이미지광고도 바로 이어서 내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 때문에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멈춘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대범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광고를 본 시청자들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 대한 네티즌 댓글을 보면 바뀐 CI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 감성적이고 친근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호감을 표현하는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됐던 것처럼 "광고만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진정한 내부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따끔한 비판이 빠지지 않았다. ‘새 얼굴’과 ‘변화’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스타일과 화법이 진부하고 작위적이라는 반응이 많이 눈에 띈다. 기업 철학의 혁신은 느껴지지 않고 CI만 홍보한다는 비판, 전하는 메시지가 소극적이고 막연하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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