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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광고 승자는? ③] 심플하지만 속깊게 전달한 대한항공 '쿨 광고'

파트너사이면서도 올림픽 장면 없이 "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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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0호 윤지원⁄ 2018.01.12 09:01:14

▲대한항공 새 TV 광고 '대한항공의 노력' 편. 이 한편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대한항공 서비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등의 내용을 동시에 홍보하고 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올림픽에선 광고 경쟁도 뜨겁다. 세계인의 주목이 쏠리는 초대형 이벤트에서는 잘 만든 광고 한 편으로 업계 판도까지 바꾸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막(2월 9일)이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11개 공식 파트너와 12개 공식 스폰서 기업 외에도 25개 공식 공급사와 32개 공식 서포터사가 참여해 펼치는 광고 대결에서 금·은·동을 누가 차지할지 살펴본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30일, 새 TV 광고 ‘대한항공의 노력’ 편을 공개했다. 광고는 1월 18일 개항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대한항공이 이전한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항공사로서 외국인 방문객들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전한다.

먼저 광고 첫 화면에서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의 기존 제1여객터미널에서 새로 지어진 제2여객터미널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드러난다. 터미널 전경을 정직하게 찍은 기교 없는 화면에 커다란 자막을 올린 짧은 쇼트를 광고 앞뒤에 배치하면서 해당 정보를 직접적으로 전한다.

인천공항 2터미널은 항공 수요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착공을 시작해 지난해 가을에 완공된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시설이다. 시험 운영을 거쳐 1월 18일 개항하면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소속의 4개 항공사인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등이 이전해 사용한다. 

관세청과 인천공항의 갈등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는 등의 잡음이 있어 1월 개항은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4조 9천억 원이 투입된 3단계 확장 사업이 마무리되고 나면 인천공항의 여객처리 능력은 연간 5400만 명에서 720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광고의 화면은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이 인천공항의 여러 시설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대한항공의 역할은 손님맞이

2터미널로의 이전을 전하는 1.5초짜리 오프닝 쇼트가 끝나면 광고의 본문이 시작된다. 착륙하는 비행기의 시점으로 본 활주로와 이어지는 도착 항공편 안내 게시판 쇼트는, 이제 곧 더 많은 외국인 방문객이 “평창에서 펼쳐질 세계 최고의 축제”를 찾아올 것임을 암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축제는 당연히 올림픽을 말한다. 자막은 “대한항공이 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 즉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를 한 문장으로 전한다. 그 자세는 “멋지게 맞이하라”이다.

비행기로 입국하는 사람에게 공항은 그 나라의 영토가 시작되는 장소다. 따라서 공항에서 받는 인상은 나라의 첫인상이 되며, 공항에 상주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나라의 첫인상을 대변하게 된다.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이다.

카메라는 외국인의 시선이 되어, 올림픽 호스트인 한국과 한국인의 여러 첫인상을 스케치한다. 입국장 앞 환영 인파의 반가운 미소,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수하물 팀 등을 보여주던 화면은, 공항에서 다른 고객을 상대하다가 카메라(외국인)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이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꾸밈이 없다는 점이다. 필요 없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자신 있게 드러내면 충분하다는 태도다. 이를 흔히 쿨(cool)하다고 표현하는데, 이 대한항공 광고는 이런 태도를 ‘멋지게’라는 말로 드러냈다.

한 영상 전문가는 이 광고에서 제작 기법상 눈에 띄는 기교가 아무것도 없는데, 오히려 그래서 특별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분석했다. 촬영은 대부분 핸드헬드로 이루어졌고, 편집은 딱 한 번의 페이드아웃을 제외하면 모두 단순한 컷편집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메라는 공항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찍고, 그걸 담백하게 이어 붙였을 뿐이다. 쓸데없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장식하지도 않았고, 화면의 톤이나 색감도 튀지 않는다. 이 전문가는 자막 디자인과 디지털 색보정은 충분히 공을 들인 것이라며, 이 또한 최대한 꾸밈없어 보이려는 목적에서 들인 공이라고 분석했다.

▲광고의 주인공인 외국인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 설레임이 전해지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꾸미지 않았어도 꼼꼼한 연출

이 광고에 기술적 기교가 담기지 않았다고 해도 금방 적당히 기획해서 대충 빨리 찍어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쇼트에 담긴 내용이 상당히 꼼꼼하게 계획되고 연출됐다. 기술, 대본,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일관된 태도란 위에서도 말한 ‘꾸밈없이 멋진’ 태도다.

이를 위해 먼저 필요 없는 그림들을 과감히 배제했다. 가장 심한 것이 올림픽 관련 내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광고의 중요 모티브이지만, 자막에서의 언급과 마지막에 삽입된 올림픽 엠블럼을 제외하면 올림픽 연상 요소는 거의 없다. 환영객 일부가 들고 있는 ‘Welcome To Pyeong Chang' 피켓 정도가 화면에 잡혔을 뿐이다. 

김연아, 문재인 대통령, 국가대표선수는 물론 수호랑이나 반다비 등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성화봉, 오륜기, 트레이닝복, 롱패딩 등 올림픽이나 스포츠가 연상되는 요소도 전무하다. 배경도 인천공항의 시설뿐, 평창은커녕 강원도 언저리, 또는 단순히 겨울 느낌을 주는 풍경도 없고 이정표도 없다.

대한항공은 이번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후원하는 공식 파트너사다. 따라서 올림픽과 직접 관련된 요소를 사용한 마케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올림픽 관련 화면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분석에 따르면, 쓸 필요가 없어서다. 

이유는 광고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우리의 올림픽은 이곳에서 시작”되며, 이것이 바로 “대한항공이 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이번 올림픽에서 맡은 역할은 맨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고, 그것을 멋지게 해낼 때 대한항공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된다. 올림픽의 나머지는 이 광고에 등장하지 않은 다른 기업, 다른 국민의 몫이다.

올림픽을 세계의 축제라고 표현했지만, 화면 중심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한 명도 없다. 카메라가 외국인 손님의 시점으로 설정됐을 뿐이다. 광고 콘셉트가 올림픽보다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첫인상에 집중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눈에 보이는 다른 외국인이 굳이 보일 필요는 없다. 

‘외국인이 도착했다’는 스토리상의 설정을 위해 처음에 몇 사람의 불특정 외국인 손님이 등장한다. 이때에도 외국인 연기자가 캐스팅되어 연기하는 대신, 외국인 관광객임을 연상할 수 있는 소품 몇 개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어설픈 연기보다 정확한 뉘앙스 전달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짐칸에서 내리는 누군가의 여행 가방에는 자메이카 깃발 패치가 붙어 있다. 다른 누군가가 노트북을 덮으면, 그 케이스에는 세계 각국 여행지를 보여주는 스티커들이 빼곡하다. 그의 앞을 지나쳐가는 여행객의 배낭에도 이런 콘셉트의 뱃지들이 붙어있다. 적어도 이 세 사람의 외국인 여행객 중 하나가 이 광고의 시선을 대변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모두 자연스럽고 당당한 태도로 외국인 손님을 '멋지게' 맞이하는 느낌으로 그려진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당당한 매너가 한국 첫인상 되어야

항공기 문이 열리고, 문밖 풍경이 제대로 보이기 전에 화면이 스르륵 암전(暗轉)된다. 이때까지 흐르던 배경음악이 함께 멈추는데, 그것이 심장 소리를 묘사했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연출을 통해 외국인 손님이 미지의 나라에 첫발을 내딛기 직전에 느낄 설렘이 전해진다. 이때 자막으로 나오는 “멋지게 맞이하라”는 카피는 이 손님의 설렘에 대한 대한항공의 대답이 된다.

그렇게 이 광고는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나머지 화면 대부분을 구성했는데, 여기서 표현되는 대한항공의 태도가 역시 과감하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여객업은 물론 유통, 관광, 요식업 등 전반적인 서비스 업계에는 손님맞이의 정석과 같은 태도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이는 배꼽 인사와 하얀 앞니 8개를 드러내는 미소다. ‘손님은 왕’이라고 하는 동방예의지국 서비스업 종사자의 기본자세로 여겨져 온 태도다.

그런데 이 광고에 등장하는 대한항공 직원은 누구도 고개를 숙이거나, 치아를 많이 드러내면서 웃지 않는다. 이들은 손님과 같은 눈높이로 마주 서서, 그저 편안하게 미소 띤 얼굴로 눈인사를 건넨다. 또, 이 직원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던 도중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오직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과장된 제스쳐로 실시하는 보여주기식 인사가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는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전하는 인사다.

그래서 광고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카피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카피가 “공손하게, 반갑게, 적극적으로 맞이하라”가 됐다고 해도 좋았겠지만, 대한항공은 멋지게 맞이하는 것을 선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을 갖춘 나라이자 올림픽 호스트라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그들을 향한 첫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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