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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 삼성생명·미래에셋·AIA] ‘설명충’ 벗어나 스토리-순간포착 새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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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9호 윤지원⁄ 2018.03.16 10:16:40

(위에서부터)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AIA생명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봄은 입학식, 대기업 공채, 결혼 등 인생 전환기 이벤트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따라서 생명보험업계가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다. 올 봄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AIA생명 등이 내놓은 새 TV 광고는 과거보다 세련되고 창의적인 스타일이 눈에 띈다. 중장년 연예인 모델이 나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며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고, 빽빽한 설명 자막만 가득하던 기존 보험 광고와 달리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회사마다 마케팅 전략이 다르듯 광고 콘셉트는 제각각이다.

 

① 삼성생명: 1등인지라 스타 없어도 공감 스토리로 재미

 

삼성생명은 3월 12일부터 ‘인생금융’을 테마로 한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이보다 앞선 2월 26일 공개한 ‘인생금융 종합편’에 이어지는 시리즈로, 종합편이 예고였다면 이번엔 결혼-출산-은퇴를 각각 테마로 한 본편이다.

 

종합편은 ‘당신의 인생을 따라 손을 내주는 보험’이라는 말로 삼성생명의 역할을 정의했다. 광고는 인생사진, 인생맛집, 인생영화 등 살면서 만난 최고의 무엇인가에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서 ‘인생금융’은 어떤 금융인지 묻는다. 이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학부모가 되었다가 인생 후반전을 맞이할 때까지 당신의 인생을 따라 답을 주고 손을 내주는 보험”이라고 대답하면서, 삼성생명이 지난해 8일 론칭한 재무설계사 브랜드인 ‘인생금융전문가, 삼성생명 FC(Financial Consultant)’를 권한다.

 

삼성생명 광고 '인생금융' 종합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이번에 공개된 본편은 종합편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각각의 스토리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에서 보험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보험 자체를 의인화하고 사람의 인생에 대입했다. 결혼 편은 한 인물의 결혼식을 보여주면서 “보험이 결혼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서로 다른 인생이 만나 한 가족이 되는 것이 결혼이듯, 이를 계기로 새 보험 상품을 계약하고 인연을 맺는 것을 ‘보험의 결혼’으로 표현한 것이다.

 

출산과 은퇴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첫 아이를 낳은 초보 부모가 “평생을 쉬지 않고 해야 할 일, 한 가지는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라며, 출산을 ‘보험의 첫 출근’이라고 표현한다. 평생을 일한 아버지(가장)가 은퇴하는 날, 노후를 보장하는 보험이 시작되는 것을 두고 “보험이 교대근무를 한다”고 표현한다.

 

출산과 은퇴가 새로운 보험 가입, 노후 보장의 계기가 된다는 것을 보험이 일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는 지난해 가을의 삼성생명 광고가 “지난 60년간 당신의 가족을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당신의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보험이 일합니다”라고 말한 슬로건을 이어가는 것이다.

 

삼성생명 '인생금융' 광고 시리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결혼 편, 출산 편, 출산 편, 은퇴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공감대에 공들여 호소

성 역할 고정관념은 아쉬워

 

최근 제일기획이 진행하는 삼성 계열사 광고들이 대개 그렇듯, 삼성생명의 광고도 연예인 모델 없이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시청자의 공감대를 공략하는 스토리형 광고다. 지난해 초까지 전속 모델로 등장하던 배우 조정석은 계약이 끝났고, 여름부터 시작된 ‘인생금융’ 시리즈에는 잘 알려진 연예인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1등 브랜드만의 장점”이라며 “1등 브랜드는 광고를 특이하고 튀어 보이도록 만들기보다 기존 소비자의 이탈이 없도록 무난하고 보수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2017년 말 기준 자산 257조 원을 보유해 국내 생보사 중 자산규모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연예인 모델을 쓰지 않는 건 생보업계의 특징이 반영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은 단기상품이 많은 반면 생명보험은 장기 상품이 많아 몇 년마다 바뀌는 전속 모델을 기용하기보다 꾸준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친밀감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함께 ‘생보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TV 광고 제작 빈도가 현저히 낮고, 지난해까지 전속 모델을 둔 업체도 삼성생명뿐이었다.

 

광고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스토리 광고가 평범해 보여도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찍은 듯 자연스럽게 보이는 건 그만큼 많은 공들여 제작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촬영 및 조명이 세련되고 고품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모습 등 전반적으로 성숙해진 성 의식을 담았지만,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한 사람이 부모님이 아닌 아버지로 규정된 것 등 군데군데 남아있는 고정관념이 아쉽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광고 '다림질'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② 미래에셋생명: 반전 있고, 세련됐으나 한 방 아쉬워

 

지난 3월 5일 미래에셋생명은 PCA와의 합병을 거쳐 통합법인으로 새로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9조 원대 자산을 보유, 25개 생보사 중 자산규모 8위였던 미래에셋생명이 5조 70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PCA생명과 통합하면서 업계 5위로 뛰어올랐다. 전체 고객은 220만 명에서 250만 명으로 늘었고 설계사 수도 5200명으로 많아졌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대표 상품인 변액보험 자산은 10조 5500억 원으로 늘어 빅3 생보사(삼성, 한화, 교보)와 함께 10조 클럽을 형성하게 됐다.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은 수익률 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다. 3월 초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1개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유형별 5년 펀드수익률 순위에서 미래에셋생명이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채권형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주식혼합형과 채권형 펀드는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미래에셋생명이 차지했다.

 

3월 1일 공개된 미래에셋생명의 새 광고 시리즈는 바로 이 변액보험 수익률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네 편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 광고는 저마다 다른 일상적 행동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각자 옷을 다리고 있거나(다리미 편), 욕실 세면대를 향해 다가가거나(면도 편), 잔에 커피를 따르거나(커피 편), 클럽 혹은 레스토랑에 입장하는(아이스크림 편) 중이다. 공간은 모두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으며, 배경음악과 화면의 리듬 또한 그렇다.

 

미래에셋생명 광고 '아이스크림'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보기에는 세련됐으나 기발하진 않아

 

이들 광고는 모두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수익률을 알게 된 순간”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면, 화면 속 주인공이 하려던 각각의 행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다리미질을 너무 오래 해서 옷감을 태우거나, 스마트폰을 세면기 물속에 빠뜨리거나, 커피가 넘치는 데도 눈치채지 못하거나,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놀라거나 탄식을 내뱉을만한 반전이다.

 

실패의 이유는 바로 ‘수익률을 알게 된 순간’의 심리적 반응 때문이다. 광고는 그들이 “부러움에 속이 새까맣게 탈 수 있다”, “추천해준 사람의 안목에 감동할 수 있다”, “다른 걸 가입한 날로 돌아가고 싶을 수 있다”,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할 수 있다”면서 질투, 감탄, 당황, 후회 등의 감정이 몰려들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각각의 광고는 도입부와 반전(실패)의 단 두 컷(자막 화면 포함 세 컷)으로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컷의 끝에 모든 소리와 동작이 잠깐 쉬어가는 호흡 때문에 주목도가 올라가고 반전을 강조하는 효과가 생긴다.

 

광고계 관계자는 “보험 광고는 상품 광고 관련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수 분 정도로 길고, 15초 정도의 공중파 TV 광고는 대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감성 광고에 치우쳐 있었다”면서 “이동통신 등 젊은 세대가 주 타깃인 ICT 기업 광고에서 주로 보던 감각적인 스타일을 보험사 광고에서 볼 수 있게 된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런 식의 반전 광고는 15초 정도의 공중파 TV 광고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라며 “기발하면서도 시청자가 즉각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명쾌한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생명의 이번 광고들에 관해 반전 이후에 들리는 문구의 단어 수가 많고 긴 편이어서 ‘즉각’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어렵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기발함은 부족하며, 그렇기 때문에 웃음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점을 아쉽다고 지적했다.

 

AIA생명 광고 '평생보장암보험 타이포' 편.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③ AIA생명 - 자막에 자막을 더하다

 

AIA생명은 이제껏 홍콩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 지사를 설치한 형태로 운영됐으나, 새해 들어 한국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새로 출범한 AIA생명 한국법인은 이 회사의 인기 주력 상품 중 하나인 ‘평생 보장 암보험’ 광고를 3월 5일부터 내보내기 시작했다.

 

광고의 콘셉트는 홈쇼핑 스타일의 보험 상품 판매 광고다. 기존에 케이블TV에서 자주 보아 오던 스타일로 관련 규정상 어쩔 수 없이 복잡한 약관에 대한 설명이 많고 분량이 길다.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빽빽한 자막으로 구성된 보험 약관 중에서도 중요한 사항은 음성을 함께 들려줘야 하며, 이때 너무 빠른 속도로 읽어서도 안 된다. 또 광고에서 상품을 권하는 모델, 즉 이번 AIA생명 광고의 방송인 박지윤과 조우종은 보험 설계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보험 상품 광고는 지켜야 할 규정이 까다롭더라도 해당 상품의 특장점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AIA생명이 내세우는 ‘평생 보장 암보험’ 상품은 흔한 80세 보장 상품의 보장 절벽 현상을 막고 보험료 인상 걱정이 없는 비갱신형 상품이라는 뚜렷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설명형 광고가 알맞다.

 

다만 당장 해당 상품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이 보더라도 흥미가 생길만한 요소 또한 필요하다. 광고계 관계자는 “보험 마케팅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험 가입이나 이용 시 느꼈던 불편함과 관련된 공감대를 건드림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예를 들어 많은 나이나 병력 때문에 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거나 그런 사례를 걱정하는 시청자는 과거 라이나생명 광고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AIA생명 광고는 80세까지 보장되는 암보험에 가입했는데 81세에 발병해서 혜택을 못 받는 안타까운 상황을 예시함으로써 해당 상품에 관심이 생기게 한다.

 

이 관계자는 이번 AIA생명 광고가 최근 몇 년간 TV나 인터넷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스타일로 이와 같은 예시를 들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그는 “과거 일부 보험 광고에서 이런 예시는 과장된 연기로 일관하는 촌스러운 재현드라마로 구성되곤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귀여운 삽화와 애니메이션 효과가 수반된 타이포그래피 화면이 세련되고 호감도도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 광고&기업 시리즈

 

㉙ KEB하나은행, GC녹십자, 한국인삼공사 편: “시작은 미약, 결과는 창대” 올림픽 金광고는?

 

㉘ 기업 이미지광고 ②  한화, "착해야 광고도 뜬다" 입증한 '대통령의 어부바' 효과

 

㉗ 기업 이미지광고 ① 롯데, 반세기만의 절실한 이미지광고인데…"왜 이리 단조?"

 

㉖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③ 심플하지만 속깊게 전달한 대한항공 '쿨 광고'

 

㉕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② 치밀한 코카콜라 vs 완성도 아쉬운 노스페이스

 

㉔ 올림픽 광고 승자는? ① 포스코·아우디: 잘 찍은 공식파트너 광고 vs 너무 영리한 매복 광고

 

㉓ KT 대 SKT 완전 다른 5G 광고: 국민이냐 사람이냐

 

㉒ 케이뱅크·배스킨라빈스 편: 카리스마男 무너지니 탈(脫)권위 재미가 쏠쏠

 

㉑ LG유플러스 편: LGU+ 아이폰8 광고에 “물건사면 소외극복된다는 옛날방식 아쉽네

 

⑳ 보일러 ② 귀뚜라미·대성쎌틱 편: CM송 꽂아넣은 귀뚜라미 vs S라인만 보여준 대성쎌틱

 

⑲ 보일러 ①경동나비엔 편: 좋은 스토리·완성도와 친환경 콘셉트로 1위 굳히기

 

⑱ 대원제약 콜대원 편: 공들인 말장난에 제품 인지도 쑥쑥

 

⑰ 셀트리온·메디톡스 편: 그냥 달리기만 한 광고 vs 신화까지 터치한 참신

 

⑯ 삼성-애플-LG 편: 아이폰은 '팀킬', 노트8 보수적…웃는걸 보여줌과 웃게 만듬의 차이

 

⑮ 한국타이어 편: 뚜렷 메시지+세련 영상…그런데 왜 항상 똑같지?

 

⑭ G마켓 편: "광고주가 판단미스해도 김희철-설현은 하드캐리

 

⑬ 카카오페이 편: 첨단은 꼭 명랑해야 해? '쓴 아이콘' 이상민 내세운 잔재미로 "빅히트"

 

⑫ 롯데하이마트·삼성전자·LG전자 편: 찬 바람은 당연…이제는 똑똑한 에어컨 강조

 

⑪ 하나투어 편: 현지 맛집이냐 한국서 간 맛이냐, 그게 문제로다

 

⑩ 알바천국 편: 기업 광고가 이렇게 정치적일 수 있다니

 

⑨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편: 광고로 띄운 저가 전략, 알고보니 궁여지책?

 

⑧ 케이뱅크 편: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⑦ 위메프 편: '재밌지 않은' 정우성이 셀프디스 하는 재미

 

⑥ KCC 바닥재-창호 편: 딱 33자로 공감 일으킨 카피의 힘

 

⑤ XYZ포뮬러 편: 화장품 광고에 꽃미녀-미남 아닌 웬 식빵

 

④ 블랙야크 편: "아웃도어 광고, 꼭 야외서 해야 해?"

 

③ SKT '티뷰센스' 편: 상투 벗어났지만 속도감엔 아쉬움

 

②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① 현대카드 편: 스마트폰 덕에 ‘세로 세상’ 됐는데 왜 신용카드만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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